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 안희선 나름, 힘겹게, 그리고 은근 시인인 척하며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완장의 힘에 의해 삭제당했다 온통, 규칙관(糾飭冠)스러운 그 힘에.. 화가 났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참는 자에게 무량(無量)한 복이 있느니 딱, 10 번만 참으라고 그래서 10 번, 아니 좀.. 시조 & 시 2018.10.15
약봉지에 가슴 찔리다 약봉지에 가슴 찔리다 -- 유영호 -- 알약 한 알로 아침을 시작한다 작년 말부터 먹는 당뇨약이다 오래전의 건선약부터 종합비타민과 아내가 해준 한약까지 식탁엔 약봉지가 수북하다 하나 둘 늘어나는 약을 보면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울컥거린다 조금만 불편해도 병원을 들락거리며.. 시조 & 시 2018.09.04
삶과 죽음 사이 -- 유영호 삶과 죽음 사이 유영호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 아파트 옥상에서 생각했어 여기서 뛰어 내리면 바닥까지 몇 초나 걸릴까 저 많은 십자가는 과연 날 구원할 것인가 떨어지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할까 피붙이 살붙이가 떠오르겠지 친구들과 옛사랑도 스쳐갈 거야 많은 이들이 슬퍼하겠지만 팍.. 시조 & 시 2018.08.01
타이어의 못을 뽑고 타이어의 못을 뽑고 복효근 사랑했노라고 그 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찿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ㅡ그것은 너나 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 시조 & 시 2018.07.27
건강한 슬픔 건강한 슬픔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라는 안부를 건넬 틈도 없이 그녀는 문득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저 침묵했다 한때 그녀가 꿈꾸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나도 그때 한 여자를 원했었다 그녀는 아니었다 그 정도 아는 사이였던 그녀와 나는 그 정도 사이였기에 오.. 시조 & 시 2018.07.17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고 일 모 도 원 / 日 暮 道 遠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고 벌써 한해의 절반이 지나가고 7월이 시작되는 첫 날이다 눈 뜨면 아침이고 돌아서면 저녁이고 월요일인가 하면 벌써 주말이고 월 초인가 하면 어느새 월말이 되어 있습니다 . 세월이 빠른 건지 내가 급한 건지 아니면 삶이 짧아 진건.. 시조 & 시 2018.07.01
거짓이 진실보다 위대하다 / 안희선 거짓이 진실보다 위대하다 귀걸이, 코걸이 걸린 공간누각(空間樓閣)의 팻말엔 우리 모두가 떠 받들어야 할 포장된 거짓이 명기(明記)되어 있으니 이를 따르지 않는 자들에겐 가혹한 징벌이 따르는 것이다 그 누가 함부로 진실을 말하는가 겁 대가리 없이 그 누가 함부로 진실을 말하는가 .. 시조 & 시 2018.06.30
참 빨랐지 ,, 그 양반 / 이정록 친구들 단톡방에 올라온 맛깔스런 시 한 수 퍼서 옮겨봅니다 마지막 연이 너무 멋집니다. ㅎ - 이정록-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 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 까지 남보다 앞선.. 시조 & 시 2018.06.29
나는 왜 -- 박범신 나는 왜 --- 박범신 난 왜 늘 두려울까 저기 어두운 길 끝 너머 난 왜 늘 심장을 날것으로 모래밭에 굴리는 듯 가슴이 아플까 저기 환한 가을 놀빛에서 나는 왜 기어코, 여전히 이리 뜨거울까 지글거리며 끓는 생살 혹은 신명 저 늙은 소나무 꿈적도 하지 않는데 저 물결 들은 척도 하지 않.. 시조 & 시 2018.06.25
황사는 아직 그대로다 -- 유영호 황사는 아직 그대로다. 유영호 봄이 왔다고 강변에 나섰다가 게으른 찬바람에 볼따구니 몇 대 맞고 노기를 억누르며 강둑을 넘는다 여장남자의 물오른 노래 소리가 가위소리 장단으로 엿을 팔고 몽환에 빠진 눈이 춤사위를 삼킨다 쩍지게 보낸 겨울을 궁시렁거리는 재첩의 푸념소리로 .. 시조 & 시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