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낙동대로263 2018. 10. 15. 08:03




군가 나에게 말했다 / 안희선


나름, 힘겹게,
그리고 은근 시인인 척하며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완장의 힘에 의해 삭제당했다
온통, 규칙관(糾飭冠)스러운
그 힘에..

화가 났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참는 자에게 무량(無量)한 복이 있느니
딱, 10 번만 참으라고

그래서 10 번, 아니 좀 더 넉넉히
여유를 잡고 그 배수(倍數)로 20 번을 참았다

헌데, 화가 안 풀렸다
그 잘난 완장(
腕章)을 생각하니..

그때, 누군가 또 말했다

너는 머리에 쥐나도록 숫자만 열심히 세었지,
다스릴 네 마음은 십만팔천리 멀리, 저 멀리,
제쳐두었다고



* 김종삼 시인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를
패러디 Parody한다고는 차마 할 수 없고,
막무가내로 억지 모방 함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 金宗三 (1921 ~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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