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약봉지에 가슴 찔리다

낙동대로263 2018. 9. 4. 09:18



약봉지에 가슴 찔리다


                                -- 유영호 --



알약 한 알로 아침을 시작한다
작년 말부터 먹는 당뇨약이다
오래전의 건선약부터
종합비타민과 아내가 해준 한약까지
식탁엔 약봉지가 수북하다


하나 둘 늘어나는 약을 보면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울컥거린다


조금만 불편해도 병원을 들락거리며
온갖 약을 한 주먹씩 드실 때면 
약에만 의지하지 말고 운동 좀 하라며
잔소리만 늘어놓았던 지난날이 
가슴을 콕콕 찌르고 있다


내 몸 아프다고 뽀르르 혈압계 혈당계 사다
아침저녁으로 수치를 잰다고 부산을 떨면서
부모님 모시고 병원간 적은 몇 번인지
식탁 한켠에 늘어나는 약들이
불효했던 아들을 벌을 주고 있다 


저 약봉지들을 보면서
내 아들도 나 같은 생각을 하다가
내 나이쯤 되면 또
가슴을 찌르는 통증으로 아파하겠지



'시조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을 말하라면 ......  (0) 2018.10.17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0) 2018.10.15
삶과 죽음 사이 -- 유영호  (0) 2018.08.01
타이어의 못을 뽑고  (0) 2018.07.27
건강한 슬픔  (0) 2018.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