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타이어의 못을 뽑고

낙동대로263 2018. 7. 27. 11:27



타이어의 못을 뽑고


복효근


사랑했노라고 그 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찿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ㅡ그것은 너나 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 나가 
차는 주저 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 못 몇개 박아 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도 결코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같은 것이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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