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 샀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 시조 & 시 2019.07.22
몸 속 예술 / 유영호 몸 속 예술 유영호 모니터 속 암컷들 젖가슴 자랑에 한창이다 속이 훤히 보이는 망사부터 젖꼭지만 겨우 가린 헝겊조각까지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에 몇 천만 원 짜리라며 포즈는 한껏 자랑스럽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보다 D컵 E컵으로 뉴스를 만들어 수컷들을 자.. 시조 & 시 2019.07.01
민들레 / 김상미 민들레 김상미 너에게 꼭 한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 꽃, 외로워서 노란, 너에게 꼭 한마디만, 북한산도 북악산도 인왕산도 아닌, 골목길 처마 밑에 저 혼자 피어 있는 꽃, 다음날 그 다음날 찾아가 보면, 어느새 제 몸 다 태워 가벼운 흰 재로 날아다니는, .. 시조 & 시 2019.06.04
가시 / 이영춘 가시 이영춘 가시에 찔려 본 사람은 안다 그 생채기 얼마나 쓰리고 아픈가를 피 멍울멍울 솟아나는 진통을 한 사람의 독기 어린 혓바닥이 우리들 가슴에 얼마나 많은 피를 솟게 하는가를 가시에 찔려 본 사람은 안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이 남의 가슴에 가시를 박았을 것인가를 한 치 혓바.. 시조 & 시 2019.06.04
노사(蘆沙) 기정진(1798-1876)의 시 ? 시조 ?? 우지이행지자 상안락(右知而行之者 常安樂) 이대로 행하는 이는 늘 안락하리라. 處世柔爲貴요 剛强是禍基라 처세유위귀 강강시화기 發言常欲訥하고 臨事當如癡하라 발언상욕눌 임사당여치 急地常思緩하고 安時不忘危하라 급지상사완 안시불망위 生從此計면 眞個好男兒리라 일생종차.. 시조 & 시 2019.06.01
고래는 울지 않는다 / 마경덕 고래는 울지 않는다 마경덕 연기가 자욱한 돼지곱창집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내들 지글지글 석쇠의 곱창처럼 달아올라 술잔을 부딪친다 앞니 빠진 김가, 고기 한 점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고물상 최가 안주 없이 연신 술잔을 기울인다 이 술집 저 술집 떠돌다가 청계천 물살에 떠밀려 온 .. 시조 & 시 2019.06.01
기억할만한 지나침 / 기형도 기억할만한 지나침 기형도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書記는 .. 시조 & 시 2019.05.16
어느 죽음 / 유영호 어느 죽음 유영호 커피 한 잔을 타서 들고 조간신문을 펼칩니다 몇 년째 이어진 불경기로 허덕거리는 사업에 지친남자가 스스로 목숨 줄을 놓았네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지만 어떻게든 일어서 보려고 주머니를 탈탈 털고 털다 마지막엔 빚으로 버텨왔지만 이제 그것마저 힘에 겨웠나.. 시조 & 시 2019.05.05
반지하 생활자의 아이 / 윤지영 반지하 생활자의 아이 - - - - 윤지영 - - - - 반지하, 아침은 늘 반쯤만 찾아왔다 반쯤 투명한 햇살이 창턱을 반만 넘어들고, 창가의 제라늄이 반만 꽃잎을 벌리는 아침, 반쯤 벌어진 꽃잎 사이로 고물장수의 발만 보였다. 아침밥을 반도 먹기 전에 덫에 걸린 쥐새끼가 반쯤 열린 부엌문 뒤에.. 시조 & 시 2019.04.12
서산대사 해탈 詩 서산대사님 께서 ... 입적 時 말씀하셨다는 詩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 시조 & 시 2019.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