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서산대사 해탈 詩

낙동대로263 2019. 4. 12. 16:43


서산대사님 께서 ...

입적 時 말씀하셨다는 詩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 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소.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펴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깜깜한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겠소?


살다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다만은,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겁니다.

- - - 서산대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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