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죽이는 우리나라 국어 교육 / 안희선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에서 詩 '앨버트로스'는 시인의 자화상이다. '앨버트로스'는 뱃사람이 항해 도중 재미 삼아 잡는 거대한 바닷새다. '갑판 위에 일단 잡아놓기만 하면/ 이 창공의 왕자도 서툴고 수줍어…' 라는 시에서 그 새는 세속 도시에 떨어진 시인의 슬픈 영혼이다. 한국에선 .. 시조 & 시 2020.01.19
입 / 안희선 입 안희선 입은 쉬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입 안에서 날름대는, 한 조각 붉은 혀는 언제나 분주하다 허기진 육신을 밥 먹이기 위해, 상(傷)한 영혼을 은폐하기 위해, 핏발 선 욕구를 포장하기 위해, 달콤한 말로 아픈 상처를 주기 위해, 잘난 것을 드러내기 위해, 못난 것을 가리기 위해, 그.. 시조 & 시 2020.01.19
숲 / 정희성 숲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 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군더더기 저마다 따로 서 있어도 나무.. 시조 & 시 2020.01.18
꽃이 진다 / 박두규 꽃이 진다 박두규 꽃이 진다 죽음마저도 화려한 이승 한 번 가면 끝내 오지 않을 것들이 저리도 한 세상 같이 건너자던 세간의 약속도 기약 없던 사랑도 꽃이 지는 오늘처럼 모두가 화려했던 한 시절로 기억되리라 아, 그대가 오롯이 내 안을 산다 해도 꽃이 진다 죽음마저도 화려한 이승 .. 시조 & 시 2020.01.17
내가 네게서 피어날 적에 / 장옥관 내가 네게서 피어날 적에 장옥관 어디서 피어 오르는가 물안개 물에서 피어나고 메아리 첩첩 산에서 울려 퍼지듯 사랑은 어디서 피어오르는가 몸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 곳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듯 몸에서 새어 나오는가 마음에서 묻어나는가 너 없이도 혼자 피어오르는 것이 또한 사랑이.. 시조 & 시 2020.01.15
낯선 밤 / 유영호 낯선 밤·3 유영호 앞만보고 살아온 나이 시시각각 떠나는 세월이 안타깝다 12월의 공허함은 중년의 공통분모 바람만 불어도 가슴이 시리고 비라도 내릴라치면 마음이 먼저 젖어 버린다 기웃거리는 낮선 바람에 커피한잔을 들고 창을 열어 맞이한다 싸한 외로움이 가슴에 파고 들어 잠든.. 시조 & 시 2020.01.13
소원 / 나해철 소원 나해철 민족이 갈라져 있지 않은 시간을 한 번 살아보고 싶다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사회를 바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를 누려보고 싶다 지역간, 계층간의 차이와 차별을 줄이고 함께 같이 살아보자는 것을 이데올로기의 망령으로 치부하지 않는 국가 공동체 생활을 해보.. 시조 & 시 2020.01.08
찢겨진 것들 / 유영호 찢겨진 것들 유영호 이념이 갈라놓은 이 땅 천륜이 찢긴 이산의 삶은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다 그렇게 나눠진 조각마저 정치인의 세 치 혓바닥놀음에 경상도 전라도로 등을 돌리고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뉜 땅에 지역 이기주의 칼날은 온 나라를 난도질 했다 불황의 칼바람 불어오더니 .. 시조 & 시 2020.01.01
12월에는 4 / 유영호 12월에는·4 유영호 딩동, 송년회를 알리는 문자 들뜬 일손이 게으름을 피우고 약속장소에 들어서는 인사조차 건성이다 일 배 이 배 술잔이 돌아 마음은 바람 가득찬 풍선이되어 이젠 神도 끌어내리지 못한다 노랫소리 탬버린소리가 번갈아 귓전을 때리고 청하지도 않는 노래를 만인이 .. 시조 & 시 2019.12.31
12월에는 / 유영호 12월에는 유영호 정신 줄 놓고 달리다가 잠시 숨 고르며 돌아본다 그런데 왜 가슴에는 바람이 숭숭 드나드는지 찢겨져 나간 열한 달은 햇빛 들지 않는 툇마루에서 누렇게 퇴색되어가고 누더기마저 해진 빈 들판의 허수아비는 제 몸 하나 추스르기도 버겁다 아, 언제 바람이 멈추려는지 새.. 시조 & 시 2019.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