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숲 / 정희성

낙동대로263 2020. 1. 18. 20:41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 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군더더기


저마다 따로 서 있어도 나무는 숲이 되고 숲은 나무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제가끔 서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내가 숲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왜 인간은 숲이 못되고 제가끔 외로운 섬으로 혹은 벽으로 남는가요?
이 메마른 땅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외로운데, 낯선 그대와 나는 왜 숲이 못되는가요?


아니, 이미 숲을 이루고 있는데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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