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텐홀

어떤 key 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낙동대로263 2017. 8. 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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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텐홀닷컴, 슈뢰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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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키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인터넷 카페에 입문자들이 올리는 질문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어떤 키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다. 

대부분의 답변은 C 키이다.  물론 충분한 이유가 있고 또한 한편으로는 타당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마 우선 '도'를 근음으로 하는 '다 장조' 이기에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악보상에 #나 b와 같은 임시표가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에 입문자가 악보상 느낄 수 있는 거부감도 줄이고 악보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도 담겨 있는 듯하다. 

12개의 키 가운데 음 높이로만 보면 중간 위치에 있기 때문에 소리내기가 가장 무난하고 연주곡에 대해서도 활용도가 가장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C키에 한 표를 던진 것 같다.

그래서 입문자의 대부분은 이런 조언에 따라 실제로도 C키를 가장 많이 구매하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키도 역시 C키라니 그 말이 사실임이 입증된 셈이다.  유튜브에 올라 온 외국인들의 강의나 시범 연주에도 웬만하면 C키가 등장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론 미국 유럽 등 외국과 한국은 다이아토닉에 대한 음악적 생각과 경향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우선 미국 같은 경우에는 블루스를 바탕으로 재즈, 락, 포크, 팝 등에 다이아토닉이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블루스나 재즈에서는 한국처럼 전주 또는 간주의 세션 개념이 아닌 무대의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블루스를 하프로 연주하는 경우 대부분 원곡의 키를 G로 하고 C 키의 하프를 가지고 2nd 포지션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C 하프를 입문용으로 추천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블루스 음악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블루스 계통의 음악이 그리 흔하지도 않다. 

신촌블루스를 중심으로 한 '골목길'과 같은 노래도 있기는 하지만 같은 장르의 연주곡을 찾기는 쉽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카페에 올라오는 곡들도 대부분 일반 가요나 포크 계열의 연주가 대부분이고 가곡이나 트롯과 같은 전통가요는 물론 가곡을 포함하여 팝송, 동요에 이르기까지 외국에 비하여 매우 다양한 장르가 하프로 연주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하프는 블루스를 위하여 개발된 악기라고 할 만큼 블루스나 재즈에는 최적화가 되어있으나,  발라드가 많은 한국 가요 또는 K 팝 등에 대해서는 하프가 그리 적절한 악기는 아닌 듯 싶다. 

솔직히 말하면 하프 자체의 음색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이를 가요에 접목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발라드 위주의 감미로운 가요를 보다 쉽게 연주하기 위하여 크로메틱으로 전향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하프 동호인들은 모든 것을 극복하고 경이로울 정도로 정말 멋지게 가요를 연주하고 있다. 

전세계 아마추어 하피스트들 가운데 우리나라 동호인들의 실력이 최고일 것이라는 사실에는 아마 모두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서양 악기를 대상으로 한 세계적 콩쿠르에서 한국인들이 당당히 서양인을 제치고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은 더욱 분명해 보인다.

이야기가 잠깐 길을 잃고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그렇다면 입문자들은 어떤 키의 하프로 시작하면 가장 좋을까?

물론 이에 따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C키로 시작한 입문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C키가 생각보다 호흡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트레몰로나 크로메틱을 경험했던 입문자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하프는 크기가 작아서 호흡에 따른 저항력이 다른 종류의 하모니카에 비하여 근본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리드의 길이도 상대적으로 짧아지기 때문에 적정의 진동을 위한 호흡  에너지 역시 더 많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한 홀에서 들숨과 날숨을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상 리드와 리드 플래이트 사이의 여유 공간인 리드갭이 좁고 이에 따른 영향도 간접적으로 호흡을 어렵게 한다. 

특히 하프에서는 저음부의 들숨 벤딩이 매우 중요한데,  벤딩을 위해선 이런 상황들을 극복하고 호흡의 방향과 속도를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호흡에 관해서는 총체적 난관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비록 C키가 전체 키 가운데 음 높이로만 볼 때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호흡에 가장 무난한 키로 보이지만 막상 입문자에게는 그렇치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C 보다 더 낮은 키의 하프로 시작하는 것이 호흡의 저항성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들면 A나 G키 정도로 몇 키를 낮추면 호흡에서 만큼은 다소 도움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또한 벤딩도 어느 정도 수월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다소 낮은 키의 하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으로 볼 때 어느 정도 힘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입문자가 아직 하프를 구매하지 않았다면 나는 C키 보다는 A 또는 G키로 시작하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또한 이미 C키를 구매하였더라도 여력이 되면 A나 G를 추가로 구매하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어차피 하프를 계속하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키가 필요하게 되고 그때 다시 사용하면 되니까,  C 하프가 완전히 폐기 처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지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떤 입문자는 혹시 이런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키에 따라 각각 연주방법을 따로 익혀야 하나?  물론 절대 그렇지 않다.

하모니카는 어떠한 키라도  하나를 정하여 그 키의 연주가 가능하다면 나머지 키들은 자동적으로 연주가 가능한 동일한 연주 패턴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키들의 음계는 동일한 구조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키의 다이아토닉이라도 4번 홀부터 시작되는 중음부를 날술과 들숨을 차례로 불어 보면 우리 귀에는 모두 '도레미파솔라시도' 로 들린다.  단지 차이가 있나면 시작되는 '도' 음의 높이 만 다를 뿐이다.  

이것은 하프가 음계를 구성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입문자들이  어떤 키를 자신의 초대 하프로 선택하던지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입문용 키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급적 입문자의 입장에서 적응이 용이한 키를 택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만약 우리가 어떤 노래의 멜로디를 외우고 있다면 별도의 연습없이도 원곡의 키를 다른 키로 변조하여 문제없이 부를 수 있는 것과  같이, 하프에서도 완전히 동일한 이치가 적용된다. 


따라서 입문자들은 어떤 키로 시작하던 상관이 없으며, 이런 이유로 호흡이 좀 쉬운 A 혹은 G키로 입문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물론 키에 따라 각 홀에 대응되는 리드의 길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요구되는 호흡의 세기와 벤딩 감각에서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그것은 조금만 경험하면 큰 노력없이도 극복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키로 하프를 입문했던 조금 익숙해지고 친숙해졌다면 이제 좀 더 다양한 키를 마련하여 내 연주의 폭을 넓혀보자. 

연주하고 싶은 키를 하나씩 득템하다 보면 언젠가는 12개의 키가 모두 채워질 것이고 그러면 이제는 다른 모델의 음색이 궁금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내 하프 가족은 점점 대가족이 되어 갈 것이다.   ^^



PS :


제이드님이 악기 소개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키에 따른 음높이는 일반적으로 G G#/Ab  A A#/Bb B C. ..... F의 순으로  점점 높게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국산 미화는 특이하게도 가장 낮은 키를  G키 대신 E키로 설정하여 가장 높은 키를 D키로 출시하고 있다.

따라서 미화의 F, G키는 원칙적으로 low F, low G키로 부르는 것이 맞다. 

즉 low key란 오리지널 키보다 1번 홀의 근음이 한 옥타브 낮은 음으로 시작되는 키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만약 키 앞에 high란 말이 추가되어 있다면 당연히 1번 홀의 근음이 오리지널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이 설정되어 있을 것이다.  즉 low C, high G 등의 키 네임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내용이다. 

사실 내가 하프를 가까이 하면서 평소에 느낀 것은 하프와 관련되어 알아야 하는 내용들이 일단 알고 난 이후에는 별게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입문자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고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동호인들은 자신의 초보자 시절은 까맣게 잊은 채,  현재 자신의 관점에서 '이 정도는 당연히 다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소 무성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대충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조금 과장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마치 자신은 결코 초보운전자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초보운전자의 미숙한 운전실력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느낀 적도 있었다.   

막상 이러한 수준의 글과 답변을 접하는 입문자들은 당연히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정보를 얻고자 인터넷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나 막상 쓸만한 정보를 찾는 것도 걸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부족한 지식과 변변치 못한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카페에 글을 올리기로 결심한 것은 오히려 현재 나의 관점이 입문자들에게는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사실 초중급자 이상의 실력자들에게는 이러한 내용들이 너무 쉽고 한편으로는 당연하고 사소하기까지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노하우와 지식을 입문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그들에게 어느 정도 기초 개념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 그렇게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12 키의 하프가 모두 준비되었다면 한곡을 정해서 모든 키로 연주해 보자.  어떻게 다른 느낌이 나는지 스스로 느껴보자. 

아주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나는 며칠 전 이문세의 '옛사랑' 으로 12키를 완주했다. 

나는 아직 미화 뮤직보이 전 키만 보유하고 있는데,  솔직히 다른 모든 브랜드도 다 경험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 담배가 아닌 로또 사러 간다. 참고로 나는 비흡연자이다.  ^^


3등 정도 당첨되면 호너, 스스키, 톰보, 세이델 모두 몇 키씩 살 수 있지 않을까?  크로메틱도 하나 장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