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2015. 2. 6. 이모님이 보낸 편지

낙동대로263 2015. 2. 7. 23:02

 

 

 

석우야

편지 잘 받았다. 너의 진정한 심정을 나누어 주어서 고맙다.

 

네가 가진 질문 나도 꼭 같이 하고 있다.

단지 나이가 들어서 인지 인제 풀 수 없는 문제는 내가 원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맡고 틀릴 가능성이 반반 씩인데 혹시 틀리더라도 난 일생을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니 절망하고 산 것보다 낫지 않겠나 라고 말이다.

너무 단순한 선택이지만 어느 책을 읽어봐도 내게 확실한 답을 주지 않으니까 어쩌겠니.

아침마다 한국에서 가져온 언니가 입던 빨간 스웨터를 입어본단다. 시린 등이 따뜻해오면 마치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언니가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애. 우리 엄마가 죽으라고 책상 밑에 밀어넣어 두었던 나를 꺼내 아랫목에 묻어서 살려준 그 언니의 손길 말이다.

'사랑은 영원하다'는 너무나 자주 들은 말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애. 아침마다. . .

 

석우야

인생의 구비구비를 돌며 너도 많은 생각을 했겠지. 이제는 무거운 어깨를 추스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도 될거야.

여행도 오고, 여기 식구들도 만나보기도 하고.

맘마 봐라. 힘든 일생이었지만 자기 할 일을 충실히 마치고 네 튼튼한 팔에 안겨 네게 모든 것을 맡기고 안심하고 갔어.

 

언니의 일생만 봐도 이 우주 어디엔가 진실과 정의를 지키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지 않아?

 

나도 마침내 핸드폰을 샀는데 아직 카톡을 어떻게 한는지 몰라 못하고 있다.

늙어서 새 재주를 배우려니 힘들다.

감기조심하고, 안녕

정자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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