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2015. 2. 8. 이모님이 보낸 편지

낙동대로263 2015. 2. 8. 21:54

 

 

 

석우야

 

어릴 때부터 너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무언가를 끝까지 알아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몰랐다.

자유롭게 피어나고 있던 어린 영혼을 우리 어른들은 이해도 못할뿐더러 망가뜨려놓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언니가 하던 얘기가 생각난다.

 

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 어린 네가 시계하나를 분리해버린 것 말이다. 너는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 얘기를 하는 언니가 과히 속상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그때는 경제적으로 힘들어 속상할만 했는데도 말이다.

 

부모들은 항상 잘못을 저지르고 아이들은 상처를 받으면서 성숙해가는 것 같애.

 

나도 가끔 어떻게 내가 그런 잘못을 저질렀을까 생각하면 간이 서늘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당장 달려가서 사죄하고 싶어진단다.

 

그러다가도 그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걸 보면 산다는 것이 그렇게 되게 되어있나 싶기도 해 허허한 마음이 되기도 하고.

언니 사진 고맙다. 언니의 총총한 눈매가 사진에도 역력하다.

 

일생을 저렇게 눈을 똑바로 뜨고 사느라 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석우야

이제 상처는 뒤로하고 네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살아라. 나도 그렇게 살려하고 있다.

요즘은 영어공부에 몰두하고 있다.내 작품을 스스로 번역하는 것이 목표이다.

정자 이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