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2013. 5. 25 (토) 할아버지 산소

낙동대로263 2013. 5. 26. 18:59

 

 

아버지의 일을 도운 후에 할아버지 산소에 갔다.

 

난 할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아버지가 막내이고 할아버지는 아주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당초 산소는 울산 남구 용연동의 어느 산 속이었는데 유공의 원유저장탱크 부지에 들어가면서 출입이 어렵고 불편해서 이리로 옮겼다.

양산의 솔밭산공원묘지이다.

 

할아버지의 성함은 이규업 ... 

난 할아버지의 얼굴이 너무도 보고싶다.

그래서 산소에만 가면 눈물이 난다..  왜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습니까 ...   하고 꼭 물어본다.

할아버지는 답하시기를 ...  그만큼 그렇게 살았으면 된거다 ...  하신다.

 

 

 

 

아버지의 놀이터 ...  이름하여 운경정 ...  구름을 어찌하는 곳이란다.

저 명패는 서예를 좀 한다는 사촌누나가 작명하여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근데 참 답답한 것은 ... 

아버지가 놀이삼아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 

참말로 정말로 진짜로 돈만 가져다 붓고 십원짜리 하나 생기지 않는 일만 한다는 것이다.

내 판단으로는 이 놀이도 얼마가지 못할 것만 같다...  아버지로서는 감당이 안된다는 증거 투성이이니까 ...

아버지,,  이제 제발 집안에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돈 써도 누가 아무 말도 않으니 말 좀 들으시옵소서 .....

 

 

 

 

할아버지의 산소 ..  생전에 그렇게도 술을 좋아하셨다고 들어서 소주 한 병을 올렸다.

근데,,  난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대책없는 술고래인줄로만 알았는데 요즘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라고 살아 온 과정이 술이라도 마셔서 잊지 않으면 안될만큼 할아버지의 이상과 세상사가 일치하지 않아 그런저런 괴로움과 갈등을

술로 달랠 수 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많은 괴로움을 안고 산 분인 것 같다.

 

 

 

 

 

 

1887년 11월 10일에 태어나셔서 ...  1934년 6월 5일에 세상을 하직하셨으니 ...  47년을 사셨다.

격동의 시기를 살면서 ,,   할아버지가 살았던 시대를 바탕으로 할아버지의 삶으로 짐작한다면,,  세상사를 얼마나 많이 고민하셨을까...

그 고민 속에서 , 돌아가시면서도 기가 막혔을 것이다...  자식들의이 무려 일곱 인데 ... 

그 시대에 그렇게 남편을 보내고 홀로 남은 할머니의 삶은 또 얼마나 고단했을까 .....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을 생각하면 한 숨이 나온다.

그 어른들의 사람과 내 삶을 생각하면 더 한 숨이 나온다....  두 어른께 부끄럽다.

 

 

 

 

2008년 10월 7일에 이리로 이장했다.

사실, 그 전에는 한 번 가기가 어찌나 불편한지 거의 가지도 않았었는데 여기로 이장한 덕분에 이렇게 드문드문 오기도 하게 되었다.

 

 

 

 

자식들 ,,,   나에게는 고모와 큰아버지들이신데 ....

아직 생존해 계신 분은 아버지와 어머니 뿐이다...  그 사실이 나를 지그시 누른다... 

 

 

 

 

 

할아버니께 소주 한 잔을 올리고 여쭈었다..  

 

할아버지, 오랫만에 술을 드시니 어떻습니까 ?

응 ..   쫗구나 ..  손자가 사 주니 더 좋구나 ...  자주 사주라 ..   그러셨다.

 

또 와서 소주 사드리겠습니다.   잘 계십시오 .

할아버지, 나중에 만나면 얼굴 꼭 보여주십시오 ...    평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님에 대한 상념  (0) 2013.06.06
2013. 6. 2 (일) 아버지의 교통사고  (0) 2013.06.04
카네이션   (0) 2013.05.09
수진이가 보낸 메신져 ..   (0) 2013.05.06
2013. 5. 5 (일) 첫째가 ㅅ ㅈ 을 소개해 주다  (0) 2013.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