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엄마는 나를 몰랐다.

낙동대로263 2013. 3. 21. 16:45

 

 

 

 

엄마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고 있었다....

난 상당히 감성적이고 그러한 면을 기준으로 결정과 판단을 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엄마는 그걸 모른다.

하기사 나도 나에게 그러한 감성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오랜 세월이 걸려 겨우겨우 알았으니 ...   엄마가 알 리가 없지 ...

 

엄마의 삶은 나하고는 많이 달랐다.

50년대, 부터 70년대에 걸친 시기는 그러한 감성이니 뭐니 하는 알량한 감정을 용납하지 않는 시기였고 ,

그러한 감성적 행동은 약해 빠진 인간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으로 여기던 시절이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엄마와 이야기 하는 중에 아버지와 감정의 끈이 연결되었음을 느낀다든지...

마음 속으로 부터 따스한 물줄기가 연결된 듯한 느낌을 알아차린다든지 ....  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하는 말에 난 놀랐다.

참말로 기계의 삶이 아닌가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무슨 인간의 삶이며 부부의 삶이었단 말인가 ?

한 편 으로는 안타깝고 또 한 편 으로는 대단히 답답한 ...  어떤 면에서는 너무너무 불쌍한 .... 

 

 

 

 

 

 

그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나와의 감성적 교류, 이해의 정도, 인정의 깊이 등등 ... 

엄마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곰곰히 듣고만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 품었던 처음의 적대적 감정은 많이 누그러진 듯 하여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전부가 이성적이며 머리 만으로 살아가는 이 집안에서 유독 나 혼자만 좀 다른 정서세계를 가졌다는 것이 나에게는 손해일 수도 있지만 , 난 그걸 손해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내가 다른 가족들 보다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상, 다른 가족들의 말과 행동에서 난 분석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니 ...  더 낫다고 본다.

 

 

 

 

 

아버지의 자식에 대해 무관심한 성향이,,, 나에게도 유전되어 나도 손자들에게 그러할 것으로 믿었다는 엄마의 말 ...

 

기가 차기도 했지만, 그녀에게도 엄마가 나를 보는 것과 같은 영향이 갈 것이 너무 싫어서 난 엄마에게 설명했다.

난 아버지로 부터는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것을배웠고,,  배운대로 살았다는 것은 애들이 알고 있고...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점도 애들이 알고 있다.

난 엄마의 행동과 생각을 잘 이해하기에 그런 엄마의 말과 행동들 속에서 내가 따라하고 있는 것도 많다.

그 행동들은 내가 싫든 좋든 내 무의식 속에 배어들어서 떨칠 수가 없는 것이기에 그런 무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내 마음은 움직이고,

내 행동도 움직인다... 그러니 엄마는 내가 아버지의 유전자만 가지고 아버지의 성향만을 나타낼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마시라 ...

 

엄마는 말했다..

니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안심해도 될 것 같구나 ....   이제 죽어도 한이 없겠다 ...

 

세상에 ...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이런 엄청난 오해의 소지가 있다니 ...

난 그 원인이 나하고 엄마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건 엄마와 아버지의 오랜 관계 때문에 엄마의 가슴 속에서 형성되어 머리에 저장된 무의식 속의 기억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마는 그걸 모른다...  그냥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뿐...

그래도 엄마는 내 설명을 듣고는 뭔가를 느낀 것 같다..  희미한 불빛을 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잘은 모르겠다만 내가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것은 알아챈 것 같다.

 

엄마가 나를 아버지와 같은 성향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엄마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없었으니 ...   그럴 만도 하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대화 라는 것을 하니 ...   여기까지라도 왔지 ...

 

 

 

 

하여튼간에 ...    내 앞에는 숙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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