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소년기 기억 속의 아버지는 승부 근성이 가득한 투사같은 사람이었다.
그 당시의 아버지에게 난 감정적으로 수없이 시달려서 아버지와 같은 사람의 그림자만 봐도 진절머리가 나고 보기도 싫어지는 상황이었고 아버지의 친구들도 모조리 보기도 싫은 사람들로 분류하고 있었다.
청소년기를 지나 집을 떠나 독립을 한 후에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런 나쁜 감정뿐이었다 .....
당연히 아버지와는 대화도 없었고 서로 마주친다는 일에 대해 별로 달가워 하지도 않는 ... 사이였다.
그렇게 난 최근까지 살았다.
그 아버지가 아파서 자리에 눕게 되자 어머니가 불렀다... '너 아버지가 저런데 너도 들여다 봐야 하지 않겠느냐' 고...
아버지를 보았다.
나이들어 병걸려 자리에 누운 한 노인이 거기에 있었다.
그 옛날의 투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인생에 자신없어 하는 한 노인이 ....
갑자기 모든 악감정이 녹아내리는 따뜻한 물물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아버지에게 다가섰다.
손을 잡으니 아버지의 손이 따스하고 인간의 손으로 느껴졌다.
예전에 눈 마주치기도 싫던 그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한 참을 그대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나도 이상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나눈 몇마디의 대화....
그걸로 충분했다... 아버지에 대한 많은 감정이 녹아내리는 데에 ...
그러나, 하도 오랜 세월의 업보인지 뭔지가 쌓여 눈물은 나지 않았다. 어머니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아버지를 위해주는 방법은 뭐지 ?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사를 하고 돌아오면서 많은 감정들이 주마등 처럼 한 순간에 내 머리 속을 훑고 지나간다.
왜 진작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을까 ... 이게 필요한 과정인가 ? .... 이게 내 의무인가 뭔가 ? ....
아버지,, 오래오래 사시옵소서 .....
당신이 계시는 것 만으로도 저는 좋답니다......... 그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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