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2012. 8. 3 (금) ... 엄마와의 대화

낙동대로263 2012. 8. 5. 10:57

 

 

 

 

엄마와 이야기했다 ...  이야기라기 보다는 들었다.

 

엄마가 태어나 외갓집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이야기 ...

아버지를 만나 결혼하여 살면서 보아 온 아버지의 면면들 ....

내가 태어나고, 동생들이 태어나면서 살아 온 이야기 ... 

 

80년 전의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과 어지러운 사회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 어지럽고 법도 규칙도 지켜지지 않는,,,  도대체 이해도 인정도 말도 안되는 암흑같은 시대를 살아 온 어머니의 청소년기와 중년기를 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옛날에도 종종 들었는데 .... 

그 당시에는 어머니의 그런 이야기가 가슴에 절실히 느껴지지 않더니만,,,  듣다가 지겨워서 도망가 버리곤 했는데 ...

그 날은 2 시간이 넘어가는 시간을 꼬박 앉아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야말로 경청했었다.

 

내가 살고있는 이 시간,,  이 사회는 그 시대에 비하면 참으로 좋은 세상인 것 같다.

뭐,,   내가 사는 세상이 좋고 나쁘고는 이미 젖어 있는 물이니 큰 상관이 없지만,,

어머니의 삶이 절대로 순탄하고 평온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  이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달라지는 듯 하다.

내가 그 시대를 살았더라면 어머니가 겪었던 그 시간 시간, 그 순간 순간들에 어머니와 같은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  ??

자신이 없다...   

결국 어머니는 나보다 총명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어쩌면 그렇게 철이 없었을까 ....   

도대체 자기 배우자에 대해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을까 ??   ...   하는 의문은 지우지 못했다.

승부욕도 그렇지만 ...   자기 억제라는 것은 없는 ....   

장난감을 사 달라고 땅바닥을 뒹구는, 쌔리 패주고 싶은, 지랄같은 어린애를 보는 듯 하다.

자기 세계 외에는 아무 것도 개의치 않고, 생각할 줄도 모르는 저 바보같은 노인을 어떻게 대하느냐 말이다.....

 

기가 막힌다 .... 

어머니는 저런 아버지와 어떻게 평생을 살았을까 ...   자식이 보기 싫어하는 저 아버지와 ....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연민의 정도 어느 정도 사라져 버린다.

좀 참담하지만 다시 시작해야지 ...........   아버지인데 어쩌랴 ...

그나마 약간의 진척된 그 느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사연없는 무덤이 없다더니 ....  내 집안의 사연도 참으로 만만한 것이 아니구나 ...    싶으다 .

 

나도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린 적이 있지만,,,

지금도 난 가정을 깨어먹은 사람 이라고 어디서나 떳떳하게 말을 못하는 입장이지만 ....

이 모든 사연들로 부터 자유로와지고 싶은 간절한 소망도 있었지만 ....

결국은 그러한 사연들이 나로 하여금 이만큼 이라도 성장할 수 있게 한 기초가 아닌가 한다.

 

그 사연들과 마주치치 못했다면 난 아마도 지금 보다는 정신과 가슴과 마음의 성장이 늦었거나 멈추었을지도 모르니....

그걸 고마워 해야 할른지 ....    그래도 창피해서 감추어야 할른지 ....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나 자신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고맙고 다행한 일이지만 ... 

'나' 라는 개인의 영역을 떠나면 그건 절대로 고맙고 다행한 일이 아니니 그게 문제이지.

 

어쩌면 평생 트라우마로 가지고 가야 할 그런 일은 아닌가 ??   하는 생각만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세상을 사연없이, 조용하고, 평온하게, 온전히, 욕심없이, 감정없이, 죄책감없이, 눈물없이, 통증없이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가 보다.

사람마다 제각각의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그게 '사는' 일인가 보다.

 

 

 

그녀에게 안겨서 울고 싶다...   내가 왜 이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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