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아버지는 노인일 뿐이었다.

낙동대로263 2012. 8. 1. 22:20

 

 

 

내 청소년기 기억 속의 아버지는 승부 근성이 가득한 투사같은 사람이었다.

그 당시의 아버지에게 난 감정적으로 수없이 시달려서 아버지와 같은 사람의 그림자만 봐도 진절머리가 나고 보기도 싫어지는 상황이었고 아버지의 친구들도 모조리 보기도 싫은 사람들로 분류하고 있었다.

청소년기를 지나 집을 떠나 독립을 한 후에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런 나쁜 감정뿐이었다 .....  

당연히 아버지와는 대화도 없었고 서로 마주친다는 일에 대해 별로 달가워 하지도 않는 ...  사이였다.

그렇게 난 최근까지 살았다.

 

그 아버지가 아파서 자리에 눕게 되자 어머니가 불렀다...  '너 아버지가 저런데 너도 들여다 봐야 하지 않겠느냐' 고...

 

아버지를 보았다.

나이들어 병걸려 자리에 누운 한 노인이 거기에 있었다.

그 옛날의 투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인생에 자신없어 하는 한 노인이 .... 

 

갑자기 모든 악감정이 녹아내리는 따뜻한 물물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아버지에게 다가섰다.

손을 잡으니 아버지의 손이 따스하고 인간의 손으로 느껴졌다.

예전에 눈 마주치기도 싫던 그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한 참을 그대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나도 이상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나눈 몇마디의 대화....

그걸로 충분했다...   아버지에 대한 많은 감정이 녹아내리는 데에 ...

 

그러나, 하도 오랜 세월의 업보인지 뭔지가 쌓여 눈물은 나지 않았다.  어머니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아버지를 위해주는 방법은 뭐지 ?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사를 하고 돌아오면서 많은 감정들이 주마등 처럼 한 순간에 내 머리 속을 훑고 지나간다.

왜 진작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을까 ...    이게 필요한 과정인가 ? ....   이게 내 의무인가 뭔가 ? ....

 

아버지,,  오래오래 사시옵소서 .....  

당신이 계시는 것 만으로도 저는 좋답니다.........   그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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