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에 흔들리며
유영호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가을이 지나가는 소리였다
꽃비 내리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만산홍엽이고
나무는 잎을 털며 비움을 시작했다
낙엽 바스락거리던 길 위로
무심한 바람이 지나가고
가을과 나의 간격은 점점 멀어진다
뒷모습을 아쉬워하며
낙엽 몇 장 주워 만지작거리다보니
땅거미가 슬몇슬몇 산을 넘는다
세상만사 다 덮어버린 어둠
독약 같은 외로움도 잊어버리고
숨통을 조이던 일상도 잠시 안녕히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은 어디로 가라고 등을 떠미는지
아, 별빛 흔들리는 이 가을밤에.
# 군더더기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다 문득 돌아보니 우리 인생도 가고 있었네요.
푸르던 젊은 날은 지나가고 어느덧 머리에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군요.
가을밤에 마음도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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