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말의 감옥 / 윤희상

낙동대로263 2019. 9. 20. 07:08


말의 감옥
 
                    윤희상


 
혀끝으로 총의 방아쇠를 당겨 혀를 쏘았다
쏟아지는 것은 말이 아니라, 피였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안에서 자라는 말을 베어 물었다
그렇더라도,
생각은 말로 했다
저것은 나무
저것은 슬픔
저것은 장미
저것은 이별
저것은 난초
끝내는 말로부터 달아날 수 없었다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은 가지고 실컷 떠들고 놀 것을 그랬다
꽃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향을 피울 것을 그랬다
온종일 말 밖으로 한 걸음도 나서지 못했다
아무도 몰래, 불어가는 바람 속에
말을 섞을 것을 그랬다.




#군더더기
오늘 하루 정도는 입안에서 자라는 말을 베어 물어야 겠습니다. 

그러나 꽃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향을 피울 수 있다면 마음껏 하십시요.

그렇게 할 자신이 있으시면.

말의 감옥에서 탈출 할 수 있는 길은 침묵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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