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여행 ... 대학 후반기

낙동대로263 2012. 9. 22. 09:47

 

 

지극히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난 관리실에서 먹고자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고 학교 안에서 하루종일을 보내다 보니 학교안의 여러가지 사물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100만평에 달하는 넓디넓은 학교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안의 모든 곳에 무엇이 있으며 뭘하는 물건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게 되었다.

 

커다란 연못과 숲, 나무, 언덕, 학교 주변의 도로망 등등 ...  우리 학교는 울타리가 없어서 아무데나 쏘다니기가 참 좋았고 어느 길로 가도 학교와 통했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학교라서 더 좋았다.

 

그런 숲과 나무와 자연환경을 매일 접하게 되자 내 속의 나쇼날 지오그래픽 성향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난 내 속에서 꿈틀대며 올라오는 그 이상한 기운을 느끼면서도 , 그 당시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른지 몰랐다...  거의 매일 밤마다 숲 속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왜 이러지 ?  하는 생각도 했고 ,,,   새까만 밤에 숲 속을 걸어다면서 무엇인지 모를 상쾌함을 느꼈고 가슴 속에서 잠자고 있는 어떤 기운이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내 꼴은 점점 노숙자같이 변해갔다.

옷을 잘 입을 필요도 없고 ...  누구에게 잘 보일 일도 없었으니 ...  그게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난 내 꼴을 몰랐다.

 

그렇게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면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건 이 가슴 벅차고도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글로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난 마구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생각나는대로 마구잡이로 적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이런 글들이다.

 

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하나의 생물체이다.  이 생물체는 엄마 뱃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왔다.  그러면 난 이엄마의뱃속이 아닌 다른 사람의뱃속에서 태어났다면 지금과 꼭 같은 내가 이 자리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생활을 할 수가 있을까 ?

지금 내가 보고 듣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지금과 꼭같이 느낄 수가 있을까 ?   그게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하고 꼭같거나 약간만 달라야 하는 일이고, 그게 아니라면 그 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느끼고 있을까 ? ....   라든지 .....

 

살아서 움직이고 말하고 생각한다는 이 현상은 도대체 뭘까 ?   다른 생물체도 인간과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    가지고 있다면 그 생물체도 나도 어떤 의사소통의 경로는 없을까 ?    나비, 벌, 파리, 모기, 개, 고양이, 소, 사자, 사슴 등등의 생물체가 느끼는 이 세상이 우리네 인간과 같다면 어떤 경로가 있을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그들은 이 세상을 보고듣고 느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    그들은 왜 우리와 다르게 세상을 볼까 ??  세상은 하나다. 누가 어디서 봐도 흙은 흙이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왜 인간과 야생동물이 보고듣고 느끼는 시각과 느낌은 다를까 ??   목적이 달라서일까 ?   방법이 달라서일까 ?  무엇 때문일까 ?   .....   라든지 .....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 세상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이 세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것이 맞을까 ?  난 3~4 살 부터의 기억은 있는데 그 이전의 기억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태어나서 이 세상을 알기 시작했다면 , 모를 때에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었을까 ?   1~2살 까지의 기억을 되살릴 방법은 없을까 ?   그걸 알면 좀 더 여러가지가 확실해 질 것 같지만 이무리 생각해도 그 먼 기억은 나지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죽는다면 , 태어나기 전의 상태처럼 되는 것일까 ?  죽으면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알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한다고 하는데 그건 도대체 어떤 일일까 ?  ....  

........   이런 종류였다.........  

 

연필을 잡고 앉으면 ,,   불이 붙은 날에는 3~4 시간씩 이런 글을 적었다.

내 생활은 이렇게 글을 적는 날, 아니면 학교 안을 천천히 걸어다니는 날 ....  그렇게 양분되어 갔다.

어쩌다가 밤새도록 숲속에 앉아서 생각하면서, 바라보면서, 느끼면서 앉아 있다가 밤을 새우는 날도 생겼다.

나도 모르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었고 그 생각들이 무척 흥미진진했고 재미있었고 알고 싶었고 너무도 너무도 궁금한 일이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했고 답은 없을까 ?  하는 생각에 혼자 앉아서 밤이 깊은지 시간이 가는지 추운지 더운지도 모르고 구름 위에 앉은 듯한 기분으로 밤새도록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생각에 매달렸다.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동안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  아침이 되어 햇빛이 난다든지 하는 주변의 변화가 느겨지면 퍼뜩 정신이 들면서 온 몸에 흐르는 땀을 느끼곤 했었다...  완전히 젖어 있을 정도로 ... 

 

이렇게 글쓰고 생각하는 생활이 1 년여 이어졌다.

 

난 이상하게도 이러는 나를 관찰하기 시작하는 또 하나의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다.

난 나를 내려다 보는 일이 가능했고,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그 당시에는 이게 무슨 일이지 ?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나' 라는 존재와 '관찰자' 라는 존재가 분리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현상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었고 이 현상이 뭔지도 몰랐다.  그냥 내가 하는 짓이 내 눈에 보였다.

 

난 아무 느낌도 없이 일어나는 이 현상을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숲 속에 앉아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게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난 아무 생각없이 나를 바라보면서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면서 앉아있는 나를 두고 날아다녔다.

내 눈에는 여러가지가 보였다.  뭘 보았다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보였다고 하는 편이 가장 적당할 것같다.

 

난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가는 그 생각들을 보았다.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가면서 동시에 아주 심각했던 의문들이 너무도 괴롭게 나를 할퀴고 또 할퀴는 시간이 한 동안 계속되었다.

알듯말듯 ....  느낄듯 말듯 ....  너무도 고통스러웠고 미칠 것만 같았다. 구체적으로 변해갈수록 그 괴로움은 더 심하게 날 괴롭혔다.

이게 뭘까 ?  이게 뭘까 ?  이게 왜 이럴까 ?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  어떻게 해야 되겠나 ?  이 일을 어쩌나 ?  왜 이렇지 ?  왜 이렇지 ?  이게 뭐지 ?  이게 뭘까 ?     가슴과 마음과 머리가 너무도 고통스워서 괴로운 신음을 억지로 억지로 참아야 할만큼 괴로웠다.

 

사람의 마음을 쥐어짜는 듯한 그 형용하기 어려운 고통은 괴로웠지만, 피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었다.  그건 자연스러웠다.

난 그 고통의 실체를 보기 위해 또 다른 엄청난 고통을 스스로 자청해야 했다.  난 원했다.  난 알고 싶었다. 

마음 속은 괴로움으로 가득했지만, 여기서의 '괴로움' 이란 것은 단어의 선택에 불과할 뿐, 사실 '간절한 염원' 의 덩어리였다.

 

그 염원은 실타래의 끝을 잡을듯 말듯 ...  늘 간당간당한 상태로 끝이 나곤 하면서 내 애간장을 태웠고, 난 그 때마다 실망을 거듭하면서도 또 그 고통을 불러들여서 염원을 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치를 떨면서도 혼자서 싸웠다.

너무도 괴로운 그 염원의 해소라는 과제를 풀려는 과정은 온 몸이 비틀리는 끝이 없을 것 같은 시간을 요구했다.

늘 나는 답답한 마음의 극한을 느끼면서, 온 몸을 비틀면서, 그 고통과 마주했고, 그 고통을 불러들였고, 그 고통을 마중나가고 배웅했다.

 

그 고통은 친구도 아니었고 적군도 아니었고,,,,  굳이 편을 가르자면 나 자신이었다.

난 나 자신과 그렇게 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게 나 자신이라는 것을 한 동안 느끼지 못했지만 홀연히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더 심한 혼란이 왔다...  내가 나 자신과 이런 싸움을 해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게 뭐가 어떻게 된거야 ???   라는 것이 그 시간의 주된 질문이었고 답은 알 길이 없었다.

 

혼란과 혼돈과 고통과 답답함과 염원이 뒤섞여서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의 여행은 그렇게 이어지다가 .... 정리가 되는 싯점이 왔다.

천천히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답을 구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고통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그 고통과 싸우는 나 자신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내가 나를 보는 것을 넘어서 두개의 나 자신이 서로 엉켜있는 모습을 또 다른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3 번이 1 번과 2 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슬프기는 했지만 주섬주섬 정리하는 3 번의 모습에 난 안심하기 시작했고 점점 안정이 되어갔으며,,, 

이 난감한 싸움질에서 벗어나면 이젠 뭘 어떻게 해야하나 ?  하는 우스운 걱정도 되었다.

 

뭐가 어떻게 정리가 되어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좌우간 3 번은 열심히 정리를 했고 난 점점 안정이 되어갔다.

모든 것이 정상화 된 듯한 날이 왔다...  

싸움질 전의 평온함보다 더 깊고 고요한 안정감이 찾아왔다.

 

 

 

 

 

 

 

 

어느 날인가 .... 

평온히 있는 나에게 갑자기 무엇인가가 무너지는 느낌이 왔다.

갑자기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무너지면서 맑고 밝아지는 듯한 이상한 느낌 ....   빛이 보이는 듯한 느낌.....

 

모든 의문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말로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머리 속에 느껴지는,

마음과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벅차고도 환한 느낌 ... 

아 ~~~~~~~~~~~~~~~~~   하는 신음과 함께 눈물이 갑자기, 저절로, 쏟아지다시피 흘렀다.

 

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확실히 알지도 못한 상태였지만,,,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느낌 ?  

무엇으로 부터 탈출했다는 느낌 ?

장막 내지는 커텐이 없어진다는 느낌 ?

그 어떤 어두운 기운이 사라진다는 느낌 ?

갑자기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는 느낌 ?

그런 복잡한 상황이 갑자기 밀려들면서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온 몸이 시원해졌다.  머리 속과 마음 속이 개운해졌다.

그제서야 한 순간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   '이제 되었다' ...   라는 간단한 문장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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