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엄마의 눈물

낙동대로263 2012. 5. 29. 08:35

 

 

 

 

미국에서 오신 이모를 보기 위해 엄마집에 갔다.

 

갈 때 생각했다. 이거 빈 손으로 가도 되나 ?? ......

 

옛날, 어느 날, 엄마가 텔레비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좋아라 하시는 모습이 생각나서 하모니카를 들고 갔다.

이왕에 나도 좋아하는 악기이고, 또 돈을 들여서 배우고 있으니 가서 기회가 되면 한 곡 불어 드려야지...  하면서.

 

하모니카를 불어드렸다...  옛날의 동요들 ...  엄마가 알만한 동요들 ....

엄마가 울었다.

이모도 을었다....

 

엄마가 말했다.

니가 어릴 때부터 희안하게도 말썽만 부려서 저게 뭐가 될까 ?  하는 게 우리 집안의 유일한 걱정거리였고,

다 키워서 결혼을 시켰더니 그 난리를 치고 ...   그래서 너에 대해 부모 마음을 모르는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하모니카를 불어주니 ,,  그 마음을 알겠구나 ...  넌 착한 아들이다.... 

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나하고 부모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던 장애물들 ...  그 모든 장애물이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눈물이 흘렀다.  가슴 속 한쪽 구석에 박혀서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히던 그 모든 회한들이 씻겨내려갔다..  

아무 말도 필요없고, 그 어떤 설명도 필요없는 마음과 마음이 교류하는,,  이심전심으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  눈물이 흘러서 화단 구석에 숨어서 한 참을 울고 왔다. 

 

왜 이제사 이런 시간이 온단 말인가....

그 숱한 세월과 시간들은 어디에다 쏟아버리고 이 시간이 왜 이제사 온단 말인가 ...

내가 그렇게 갈망하고 애타게 바라던 때에는 외면하시더니 왜 이제사 이런 시간이 온단 말인가 ...

그 길고 긴 시간들 ...   그 많은 사건 사고들 ...  그 답답하고 괴롭고 어두웠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신은 알지만 또 기다리셨단 말인가 ?? ........ 

또 무엇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 ... 

 

 

 

 

어머님 ...  부디 오래오래 사시옵소서.... 살아만 계시옵소서 ....    

그게 이제사 겨우겨우 착하게 변한 나쁜 아들의 소원입니다....

 

죽기 전에 이루었으면 하는 일 중, 또 하나를 이룬 것 같다....  

마지막 기차는 항상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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