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동백 지던 날 / 유영호

낙동대로263 2020. 3. 9. 23:15


동백 지던 날
 
                                 유영호
 
몇 장의 지폐에 몸 던지던
대포집 작부의 입술처럼
붉디붉게 피더니
 
늙어서 지지 않고
한참 꽃일 때 죽어가는
저 오만함
황홀한 죽음입니다
 
잎은 바다가 키우고
꽃은 햇빛이 피웠지만
짙푸르도록 젊은 나무가
붉은 피를 토해야하는
장렬한 운명입니다
 
우리네 삶도
동백처럼 살다가
또렷한 그 표정으로 떠나면 좋으련만
지천명을 훌쩍 넘었어도
나는 여전히 허기지내요
 
삶, 참 모를 일입니다.
 


# 군더더기


붉은 입술처럼 화려하게 피었다가 목이 떨어지는 그날까지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는 동백


여름철 능소화와 같이 기개와 절개를 품고 있는 꽃입니다.
내 삶도 이렇게 죽을 때까지 또렷한 표정을 안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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