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내 나이는 몇 살인지 / 유영호

낙동대로263 2019. 10. 31. 23:31


내 나이는 몇 살인지

                             유영호


 
생물학적으로는 환갑이 넘어
머리엔 서리가 그득하고
주름이 깊게 폐인 얼굴에는
여기저기 검버섯이 피어있다

물리학적으로는 주말마다
깊은 산골로 약초를 찾아다니고
매년 한두 번씩 지리산을 종주하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

사회학적으로는 40대부터 백발이라
버스 지하철서 자리를 양보 받고
일찍 시작한 예술 활동 덕분에
모임에 가면 상석으로 등 떠밀린다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20대라서
텔레비젼에 나오는 걸 그룹이 좋고
템포가 빠른 노래를 들으면
저절로 흔들리는 흥과 열정이 있다

착각은 자유고 돈 드는 것 아니니
내 편한 데로 살면 되겠지만
가끔은 나도 내 나이가
몇 살인지 헛갈릴 때가 있다



# 군더더기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끔은 나이를 잊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도 먹은 나이에 대한 반감일수 있겠지요.
그러나 어찌합니까 현실은 어쩔수 없잖아요.
그냥 나같이 착각하며 사는게 좋습니다. 돈 드는게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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