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들
박후기
연필로 시를 쓴다
연필심은 연필의 뼈,
살을 깎아내
뼈로 글씨를 쓴다
아침에 칼을 들고
마음 끝 갈아 세워도
저녁이면 다시
무뎌지는 게
필생이다
앞날 흐릿해
힘주어 눌러쓰면
뒷장에 배기는 흔적들,
어쩌면 나는
흔적을 따라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군더더기
어쩌면 무디어진다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힘주어 꾹꾹 눌러쓴 공책의 뒷 장에 배겨난 흔적들, 지울 수도 없는 그 흔적은 화인처럼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일거다.
자칫 찢어져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아침에 마음의 칼날을 세웠어도 저녁에 다시 무뎌지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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