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 冬柏 / 동네북
도로변 인도길을 걷다가
못볼것을 봤네
떨어진 동백꽃이
이리도 붉을 줄이야
저 뜨거운 기운에
화들짝 놀란 내 발목이
한방에 잡혀버렸네
그렇지
설 쇤지 며칠 안 지난
눈 나리던 역전 앞 뒷골목 밤에
켜진 홍등에 비치던
붉어진 얼굴의 그 아가씨가
네모난 유리갑속에 들어 있었지
못다 핀 흑산도 동백꽃의
고향을 등지고 왔을
그 여린 아가씨의 서글픈 눈매속에
몽오리처럼 오므리고 있었지
눈매의 망울진 눈물의 결정체처럼
뚝 뚝
떨어져 나뒹구는
저 동백의 여린 꽃잎들이
도로변 인도길을 걸어가는
내 발목을 꽉 붙들고 말았네
--- '오지를 꿈꾸는 사람들' 의 '동네북'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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