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동백 / 冬柏 / 동네북

낙동대로263 2019. 3. 8. 23:16



동백 / 冬柏 / 동네북


도로변 인도길을 걷다가

못볼것을 봤네


떨어진 동백꽃이

이리도 붉을 줄이야


저 뜨거운 기운에

화들짝 놀란  내 발목이

한방에  잡혀버렸네


그렇지


설 쇤지 며칠 안 지난

눈 나리던 역전 앞  뒷골목 밤에


켜진 홍등에 비치던

붉어진 얼굴의 그 아가씨가 

네모난 유리갑속에 들어  있었지


못다  핀 흑산도 동백꽃의

고향을 등지고 왔을

그 여린 아가씨의 서글픈 눈매속에

몽오리처럼  오므리고 있었지


눈매의 망울진 눈물의 결정체처럼

뚝 뚝

떨어져 나뒹구는

저 동백의  여린 꽃잎들이


도로변 인도길을 걸어가는

내 발목을 꽉 붙들고 말았네



--- '오지를 꿈꾸는 사람들' 의 '동네북'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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