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처음처럼 / 황영이

낙동대로263 2019. 2. 12. 18:12


처음처럼

          ---- 황영이 ----

세상 아름다운 이름들은
모두 소주병에 다 새겨져 있다
처음처럼
아침이슬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인데

이 예쁜 말을 우리 아이들
공책에 책가방에 마구 새겨 주고 싶은데
'웬 소주 이름' 이럴까봐 못하고 있다

요즘 가끔 누가 나에게
처음처럼 이러면
소주병만 생각이 난다

우리 아이들도 나처럼
숲 속의 새벽 이슬을 배우기도 전에
아마도 소주병을 먼저 떠올리게 될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운 이름들을 도둑 맞은게
어디 이것 뿐이랴
나는 누이들의 고운 몸을
뿌연 담배 연기에 누렇게 찌들린
쐬주집 달력에서 맨 처음 봤으니 말이다



# 군더더기
처음처럼, 아침이슬...그러고 보니 정말 좋은 단어를 소주 이름이 차지 했군요.

술은 동전의 양면처럼 기쁨도 슬픔도 녹여주는 마법의 액체입니다.

새벽공기가 알싸합니다.

고비사막 건너 알타이산맥을 넘어 우루무치 평원을 가슴으로 맞으면 괜찮아질까요!





'시조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 / 冬柏 / 동네북  (0) 2019.03.08
엄마걱정 / 기형도   (0) 2019.02.17
몸만 왔다 간다 / 유영호  (0) 2019.02.02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들 / 박아저씨  (0) 2019.01.30
사랑과 증오 / 안희선  (0) 2019.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