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내 방(房) / 채정화

낙동대로263 2019. 1. 19. 13:19



내 방(房) / 채정화 오늘도 우유를 마신 하늘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안부를 전해온다 이따금 지나가는 구름이 간간 미소 짓는다 마주 보이는 하얀 침묵에 잠긴 산이 손을 흔든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로, 나른한 햇살 베란다에 한참 몸을 눕히고 하품하며 쉬어가면 곧이어 새들 날갯짓 부산하게 지나간다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해맑은 아이들 웃음소리 가끔 스쳐 가는 바람도 기웃이 들여다보고 맑은 가슴 활짝 열어 보인다 내 방은 결코, 혼자라도 조용하지 않다 내 방 안엔 나 아닌 그 누군가가 함께 산다. ---------------------------- <감상 & 생각> 꾸밈이 없어 보이는, 시라는 느낌... <꾸밈이 없다>란 말은 <가식假飾이 없어 보인다> 내지, <정직하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겠는데 살펴보면, 그저 그럴듯한 혹은 알쏭달쏭한 낱말들을 골라 가식으로 떡칠을 한 시들도 그 얼마나 많던지? (내 졸시를 포함해서) 그 어느 날의 평범한 일상에서 방 안에 있는 화자話者와 그 화자의 내면에 깃든 시끄러운 침묵을 동시에 관조하는 병렬적竝列的 시선視線이 좋아 보인다 이 시를 읽는 독자들도 그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을 거란 생각 ( 그 독해讀解에 있어, 하등의 어려움 없기에 - 이건 무슨 말이냐 하면, 시인이 시를 쓰기 나름에 따라 밀도密度있는 시어詩語라고 해서 독자들이 꼭이 머리 쥐어짜며 읽어야 하는 건 아니란 의미) 각설却說하고 정말, 나 자신 안에는 내가 아닌 얼마나 많은 것들이 심층深層의 구조를 소리 없이 이루며 나와 함께 있었던지? 시라는 건 이렇듯, 독자의 의식 확대擴大에 자극을 주는 것에 그 본령本領이 있는지도... 평범한 현상現象 속에 비범한 순간이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자리를 함께 하는 시 한 편에 나 역시, 새삼스레 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된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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