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친구야 / 안희선

낙동대로263 2018. 12. 19. 07:22



친구야  /  안희선


친구야,
이 세상이 너무 차갑고 삭막하구나

고단한 발걸음만 잔뜩 쌓인 낡은 거리에는
더 이상 따뜻한 웃음소리도 없어,
서로에게 차가운 심장을
드러내 보이는 경계(警戒)만
사방에 번뜩이고

사람들의 삶은 마치 삶은 계란 같아서,
온통 푸석하기만 해

그래서 너는,
나에게 더욱 윤택해

처음의 만남에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를 알게 된 건
나의 행운이었어

고마워, 친구야

내가 휘청이는 삶의 부피를 만들어 갈 때
아무 말없이 다가와 부축해 준 너이기에,
나 또한 너에게
삶의 선명(鮮明)한 한 구절로
드러나고 싶어

너에게도 필요했을,
소중한 친구로




 

<넋두리>

지금은 혼돈이 가득한 인간관계의 시대라는 생각..

그 같은 생각의 배경엔 화석화의 과정을 밟고 있는
현대의 척박한 문명 속에서
인간 사이의 참다운 情은 날로 고갈되어 가고 물질(돈)에 의해
정신이 지배당하는 참담한, 동물적 시대라는 느낌도 드네요

따라서, 오늘 날 인간관계의 諸 행위는 진실보다는 감각과
당시의 상황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까

물론, 人間事에 있어 이 같은 현상은 그 어느 시대나 있어왔지만
요즘처럼 극명히 드러나는 때도 없는 거 같구요

뭐, 하긴 인간은 원래 타산적 존재라는 영혼의 원천적 不具性을
지니고 있기에 그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生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만..

저도 한때에 잘 나가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그때에 내가 진짜 친구라 여겼던 많은 사람들이
나로 부터 떠나가고 지금은 내 곁에 없네요

생각하면, 그들의 非情을 탓할 일만도 아닙니다

나 역시, 그들에게 진실한 친구로 자리하지 않았으니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렇다는 말)

하여, 늘 넋두리처럼 하는 말이지만

인생에 있어, 진실한 친구 하나만 있어도
그 삶은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는 것

아니, 오히려 성공한 삶이란 생각도 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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