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잠을 잘 수 없는 날 .................

낙동대로263 2019. 1. 7. 20:19


내가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있다.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몇가지 경우가 있는데 ....

어떤 날인가 ? 하면 .....


옛날, 나랑 애 둘이랑 셋이서 살 때 ...

심신이 너무도 지치고 애 둘을 데리고 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노심초사한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신의 상황을 간략히 말한다면 ...

매일 아침 4시30분이나 5시 경에 일어나서...

일어나자마자 밥을 짓고 반찬 준비하고 ...  애들 도시락을 싸줘야 했었다.

그걸 끝내고 나면 애들을 깨워서 밥 먹이고 나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

애들 학교 보내고 나도 굴러떨어지듯 쫓아나가서 출근을 하고 ...  그랬다.


그 당시에는 1 시간 뒤, 2 시간 뒤에 할 일을 머리 속에 넣어두어야 했고,

오늘 잠 자기 전에 반드시 마쳐야 할 일이 있었으며,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당장 시작해야 할 일들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늘 새벽 1시가 지나서야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렇게 살다보니 점점 지치고 날카로워지고 건강상태도 나빠져서 ....

아주 예민해진, 노이로제 상태가 되어 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

그런 이유인지 원인인지 모르겠으나 애들에게 짜증과 신경질을 낸 적이 적지 않았다.

난 이렇게 죽도록 사는데 너희는 왜 그 따위냐 ? 하는 마음상태였다....


나는 나, 애들은 애 ...  이 상황분리가 되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애들에게 쌍소리도 하고 생짜증도 내고 인상도 찌푸렸었다..


세월이 흘러흘러 ..... 오늘날 ............. 지금 이 순간 순간들 ...





그런 내 행동들이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나를 찌르는 것을 느낀다.

그런 소리, 그런 행동, 그런 모습을 보고 애들이 얼마나 허탈하고 허망하며 절망했을까 ................

오로지 믿을 부모라고는 나 하나인데 ...  그 애비가 자기들을 보고 어르렁 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


잠자려고 누운 자리에서 ,,,

그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해서 ...

그날은 잠을 못잔다...  스스로의 못 난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니 ....  어찌 괴롭지 않을 수가 있겠나 ..

이제와서 그 일을 뒤집을 수도 없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 전혀 반대의 온화한 언행으로 고칠 수도 없다는 사실 ... 

그 엄정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내 기억 속에 명료하게 남아있는 증거가 내 가슴을 후벼파면서 끝없이 찌르고 들어온다.


그 고통은 비켜갈 수가 없다.

어쩌면 ....

영화 '길' 에서 젤소미나의 애처러운 사랑을 알아 챈 잠파노의 비명과도 같은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고개를 숙이고 하염없이 퍼져 앉아서 그 시절의 장면들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이 고통 ...  

마음 속 깊디 깊은 곳에서 부터 올라오는 그 통증 ...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어쩔 줄을 모른다..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  한숨을 쉬다가 ....  나갔다가 들어갔다가 ....


절대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한 내 모습을 보면 창피 ? 미안함 ?  그런 감정을 넘어선 고통이 밀려온다.

말하자면 회한 (悔恨) 이라고 하겠지...


애들은 스스로 잘 자라서 자기 갈 길을 가고는 있다.

하지만,, 이건 그런 일과는 완전히 별개의, 나 자신의 문제이다.

나 스스로 그 일들을 떨쳐내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떨쳐낼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 나도 그 문제를 어쩔 수가 없다.

얼핏 그 생각이 나는 날에는 ...  밤새 나 자신의 잘못된 언행이 기억나서 괴롭기 짝이 없다.

왜 그랬을까 ?

그래야 했던 이유도 찾을 수가 없다...  이건 완전히 내 죄다.




애들아 용서해라 ... 할 말이 없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시여 ...

애들에게 절대, 절대, 절대로 나 같은 죄를 짓지 말기를 강력히 부탁합니다.


그거 ...  반드시 여러분 살아 생전에 칼날로 다시 돌아와서 당신의 마음을 찌릅니다..

칼날에 찔리는 것 보다 더 아픕니다..

사실 상, 칼날 보다 더하지만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마음의 아픔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다구요 ...


신체의 상처는 나으면 기억도 못합니다만 ....

마음의 상처는 당사자가 죽어야 그 회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순간 까지도 똑똑하게 내 잘못이 기억이 나는데 ... 도망칠 방법도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실 겁니다.  나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하오니 ... 여러분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그런 죄를 짓지 마시시를 .... 

도망칠 수도 없고 ...  치료도 안됩니다..   죽는 날까지 시달립니다.... 제가 그 증거물입니다.



'마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 생전과 사후 ...  (0) 2019.01.09
울면서 일 해봤냐 ? 이 새끼들아.  (0) 2019.01.09
또 하루를 까먹었다.  (0) 2019.01.07
정치 & 금융  (0) 2018.12.26
더 센, 더 똑똑한, 더 도덕적인 존재 ?  (0) 201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