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이기철

낙동대로263 2018. 11. 24. 08:25



여기에 우리 머물며

 

                      이기철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


안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안들리는 곳에서도 새가 운다고
아직 노래가 되지 않은 마음들이 살을 깁지만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보석이 된 상처들은 근심의 거미줄을 깔고 앉아 노래한다
왜 흐르느냐고 물으면 강물은 대답하지 않고
산은 침묵의 흰새를 들쪽으로 날려보낸다


어떤 노여움도 어떤 아픔도
마침내 생의 향기가 되는
근심과 고통 사이
여기에 우리 머물며



# 군더더기


어떤 노여움이나 아픔도 살다보면
생의 향기가 되기도 하겠지요.
풀꽃보다 더 오늘 하루를 사랑해 봅시다.
상처가 삶의 보석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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