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낙엽에게 / 나호열

낙동대로263 2018. 11. 2. 12:02



낙엽에게

                           ---- 나호열 ----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햇빛과 맑은 공기를 버무리던 손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들숨과 날숨의
부질없는 기억의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슬픔이 감추고 있는 바람, 상처, 꽃의 전생
그 무수한 흔들림으로부터 떨어지는,
허공을 밟고 내려오는 발자국은
세상의 어느 곳에선가 발효되어 갈 것이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 슬픔은 없다,

오직 고통과 회한으로 얼룩지는 시간이 외로울 뿐
슬픔은 술이 되기 위하여 오래 직립한다
뿌리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취기가 없다면
나무는 온전히 이 세상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나무의 눈물이 아니다
너는 우화를 꿈꾼 나무의 슬픈 날개이다



# 군더더기
산이고 들이고 단풍에서 낙엽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끌어당기기에 적당한 계절입니다. 산

길을 걷다가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서 나호열 시인의 ‘낙엽에게’라는 시를 떠 올리며 나는 순간 바람이 피운 꽃이라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자연이 주는 힘으로 무성한 잎이 되고 절정을 이루는 화려한 단풍이다가 낙엽이 되는 나뭇잎은 인간의 생과 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 by 죽장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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