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내가 흔들릴 때 / 안희선

낙동대로263 2017. 3. 27. 14:17




내가 흔들릴 때 / 안희선



내 혼자 힘으로
살아온 것이 아님을
이제사, 깨닫습니다

나 홀로 서있는 지금에서야
황야의 세찬 바람에 흔들리며,
문득 깊은 잠에서 깬 것처럼
깨닫습니다

애써 가라앉힌 마음에서도
끊임없이 회한이 솟구칩니다

오만했던 삶을 조용한 눈물로
쏟아내고 싶습니다

창백하게 상(傷)한 내 영혼을
그대의 근심어린 가슴 앞에
절규하듯 내려놓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그 넉넉한 품 안에서
사랑의 결박으로, 더 이상 내가
흔들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외면하지 말고 받아주소서
비로소 힘겹게 솔직해진 나를



<시작 Note>

생각하면,
인간이라는 하찮은 존재의 有限함 속에
그 어떤 無限함이 깃든다는 게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로 부터 벗어난, 他者로의
형이상학은 지금까지는 알뜰한 절망이었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 뛰어넘는 일은
나에겐 언제나 두려운 일이기도 하고

문득, 나의 모든 절망을 희망으로
환치하고 싶은 날... (그냥, 그런 날이 있다)

내 비천하도록 차가운 삶에도,
진실로 아무 조건없는 사랑이
깃들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시조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음 앞에서 ..... 류시화  (0) 2017.05.21
슬픔의 기원 / 박범신  (0) 2017.05.03
사랑과 증오 / 안희선  (0) 2017.03.21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0) 2017.02.21
산다는 것 / 유 하  (0) 201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