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사랑을 위한 변명 - 안희선

낙동대로263 2017. 1. 29. 22:42





사랑을 위한 변명

사랑이 희미해지는 세상에, 사랑을 말한다는 것

그건, 보잘 것 없는 열정과 덧없는 노고(勞苦)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랑없이 사는 게 차라리 홀가분하다고,
계산 빼면 아무 것도 없는 이 시대에
사랑은 위험하고 거추장스러운 일이라고,
심지어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조차
그 속마음은 결코 상쾌하지 않은 것을

매일 아침마다 어제의 피로에서
힘겹게 겨우 눈을 뜨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일에 근심하는 처지라 해도,
따뜻한 영혼을 꿈꾸는 삶은 소중한 것

하여, 황량한 세상의 요구에 못 맞추고
사랑을 노래한다고 탓하지 말자
지금의 이 시대는 혼자인 것이
너무 기쁜 사람들이 많다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사이에 증오와 불신의 늪이 깊어져도
태양은 날마다 타인(他人)들을 위해 외롭게 환하고,
가슴에 따뜻한 정(情)을 채워가는 달은
차가운 하늘의 어둠 속을 즐겨 걷고,
별들은 깊은 밤일수록 서로 미워하지 않는다

우리들 마음에 희미한 촛불로 남은,
사랑의 모습이 언제나 그러했듯이

                                                   -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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