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난, 삼천원짜리 국밥집을 하고 싶다 --- 채정화 / 안희선

낙동대로263 2017. 1. 22. 21:09




난, 삼천원짜리 국밥집을 하고 싶다 / 채정화



배고픈 나그네도 마음놓고 외상으로 먹을 수 있는 곳

외상장부엔 국밥 한 그릇 삼천원,


대신 알아보기 쉽게 특징을 적어놓고 가끔 떠올려 보며

안녕을 기원할 수 있는 그런 비밀문서 같은 장부를 만들고 싶다


주머니 만지작거리지 않아도

거침없이 문발 밀고 들어와 아줌마! 여기 국밥 한 그릇 줘요! 깍두기 좀 넉넉하게 주쇼~!


싱싱한 소리가 푸른 나뭇잎처럼 뻗어 나가는 곳

남루한 옷도 주변 눈치 볼 일이 없으며

랜 객지생활 끝내고 고향집에 돌아온 듯


고단한 일상을 흠뻑 땀으로 쏟아낸 후

휘파람을 불며 일터로 향할 수 있는

속정이 넘치는 국밥집을 열고 싶다


쓸쓸한 노인에겐

살가운 딸처럼 몽울몽울 흰 구름 한 스푼 넣고 커피 한 잔,

정성껏 저어 대접해 올리리라


렇게 시린 속 데워갈 수 있다면,

어딘가에서 잃어버렸던 햇살 같은 평화 한 가닥 두르고 일어나는 곳

하루를 종횡무진 뛰어다녀도 아프지 않고,

맛있는 단잠에도 빠질 수 있겠다


별밤엔 그들의 땀 냄새와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일기에 빼놓지 않고 쓰겠다

외로운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이는 곳

(국밥 한 그릇 3,000원 무한리필) 현수막이 바람과 함께 춤추는 국밥집을 한다면 좋겠다.


  *  筆名, 하늘은쪽빛으로 詩作활동 중 --------------------------------



<감상 & 생각>


<삼천원짜리 국밥집을 하고 싶다>로 말해지는,

시인의 지향(志向)은 이 차갑고 삭막한 몰인정(沒人情)의 세계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는듯...

인간의 심성(心性)마저 점점 기계화되어 가는,


이 황당한 시대 .....

(길엔 사람들이 걸어가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들이 걸어가는, 버스나 전철에도 사람은 없고 전자기계들만 탑승하고 있는)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화석화(化石化)되어 가는 이 시대에 정감(情感)어린 따뜻한 국밥을 건네는,

시인의 마음은 그 자체가 시인의 시론(詩論)이 아닐까 인간 본연(本然)의 따뜻한 심성을 환기하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 안에 시인 자신의 삶의 무게를 담고있다는 생각도 드는 시 한 편이다





- 희선,



* 그런데, 한 그릇 3,000원에 무한리필...

그렇게 국밥집을 했다간, 본전이나 건지시려는지? (심히 걱정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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