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서번트 증후군

낙동대로263 2011. 11. 24. 08:42

 

 

 

 

 

# 바보학자, 자폐증 천재 = 신이 내린 재능??

 

우리는 종종 TV에서 처음 듣는 음악을 한 번만 듣고도 피아노로 완벽하게 연주하는 다운증후군 아이나, 자폐아들을 보게 된다.

자폐를 가진 대신 음악, 미술, 계산 등 어느 특정 분야에 기적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 이러한 아이들은 '바보학자' '자폐증 천재'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명칭은 '서번트 증후군'으로 자폐와 같은 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10%정도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특정분야에서 천재적인 지적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혜지(23세/대학생)씨는 "예전 봉사활동을 하던 기관에서 절대 음감을 가진 꼬마를 만난 적이 있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였는데,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잘 쳐서 매우 놀랐다.

아이를 본 모든 사람들이 아이의 재능이 그대로 썩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스티븐 월트셔의 뉴욕 풍경 그림 (미국 CBS 방송)

 

이러한 자폐증 천재의 이야기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욱 유명하다.

헬리콥터를 타고 로마, 도쿄, 홍콩 등의 대도시를 한 번 훑어본 후 기억력만으로 도심의 풍경을 100% 재현해 내는 '인간 사진기' 스티븐 월트셔는 그 대표적인 예다. 헬리콥터를 타고 20분간 뉴욕의 전경을 암기한 뒤, 기억만으로 3일만에 약 5.5m의 화폭에 뉴욕의 풍경을 담아내는 모습이 미국의 CBS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스티븐 월트셔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포스팅 한 홍용화(28세/대학원생)씨는 "스티븐 월트셔는 1974년에 태어나 5살 때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8살 때부터 서번트 증후군을 활용해 도심 풍경을 그렸고, 9살 때부터 말을 했다고 한다"며 "결국 말보다 그림을 먼저 배운 셈이다.

그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와 부모의 관심과 자폐를 앓는 대신 얻게 된 서번트 증후군을 최대로 활용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제이콥 바넷은 12세의 나이로 천체물리학 박사과정에 진학해 있다.

제이콥의 경우도 부모가 아이를 천문관에 데려 갔을 때 별과 행성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테스트와 논문작성 등의 과정을 거쳐 '우주론과 수학에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것을 알아챈 뒤 아낌없는 지원으로 이룩한 결과라고 한다.

이 외에도 외국에서는 자신의 천재적 재능으로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해내는 서번트 천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Y신경정신과의 이영민(32세/정신과전문의)씨는 "서번트 증후군은 아직 그 원인이나 메커니즘이 완벽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뇌의 보상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는 이론이 지배적이다"며 "서번트 증후군의 권위자인 대럴드 트레퍼트 박사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몸은 어느 부분이 손상을 받거나, 기능이 저하될 때 다른 것에서 그 기능을 보완하려는 특성이 있는데 노에 손상을 입은 자폐증 환자들은 손상을 받지 않은 부분의 뇌가 손상된 뇌의 기능까지 맡기 위해 발달하여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사고이후 천재적 조각능력을 갖게된 알론조 클레먼스 와 계산과 12개 국어능력 바탕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다니엘 타멧

 

 

 

#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10%'

 

서번트 증후군은 뇌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 중 10%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많은 '서번트 증후군' 사례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서번트 중후군'을 가진 사람들을 '조금 신기한 자폐증 환자'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홍순(25세/대학생)씨는 "사실 몇몇 방송사에서 특이한 사람이나 현상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에서 그러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신기해 하긴 하지만 그러한 재능을 전문적으로 발달 시켜 사회적으로 성공시키려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조금의 교육과 관심으로 사회의 인력이 될 수 있는 자폐아들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국의 대표적 서번트 증후군 사례자 최준(21세/학생)씨는 지난 2007년 서울예술대학이 주최한 '동랑청소년예술제' 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당당히 겨뤄 판소리 부문 고등부 2등상을 탔다. 또한 최준 씨는 2002년 4월 '흥보가' 에 이어, 지난해 4월엔 '춘향가' 를 완창했는데, 한국의 판소리에 타고단 재능을 가진 서번트 천재인 셈이다. 그의 어머니 모현선(49세/주부)씨는 "준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들은 '캐논변주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피아노로 옮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며 "절대 음감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날짜를 보고 요일을 알아맞히는 이현태(16세/고교생)군은 계산과 암기 능력을 가진 서번트 천재다.

그는 영화 '레인맨' 의 주인공처럼 100년 전의 날짜라도 바로 요일을 계산하고 각종 기념일을 암기한다.

한국육영학교 김효 교사는 "장애아 중에는 한달치 식단, 지하철 노선도를 통째로 암기하는 학생들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만큼 자폐아들에게서 특출 난 재능을 찾아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 12세의 나이로 천체물리학 박사과정에 진학해 있는 제이콥 바넷(오른쪽) 

 

 

 

그러나 국내에는 자폐장애인의 재능을 살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사실 상 없다. 발달장애 2급 장애아를 양육하는 김영현(46세/주부)씨는 "능력 계발은 커녕 어릴 땐 한 달에 수 백 만원씩 들여 음악. 언어. 놀이 치료를 받던 자폐아들도 초등학교 4학년만 넘으면 다닐 곳이 없는 게 현실" 이라고 한탄했다.

 

실제로 홈 스쿨링이나, 장애아동에 대한 의식이 발전한 외국의 경우, 이러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부모'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다. 자폐증을 발견한 이 후 특수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다른 지속적인 관리가 부족한 한국과는 다르다.

또한 서양의 경우 자폐를 가진 아이와 다양한 예술, 문화, 학술적인 경험을 하면서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육을 시키거나,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지역의 장애인 보육 시설이나 의료시설, 학술시설과 연계하여 판단하고, 발전시킨다.

서양에서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현재의 우리나라보다는 좋은 사례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루돌프 어린이 사회성발달연구소의 고윤주 소장은 "실제로 IQ 150 이면서 자폐장애인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자폐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소통에 문제가 있거나 특정 분야에 집착하기는 해도 일상생활은 거의 혼자 힘으로 가능하다.

학교 성적도 좋기 때문에 본인은 '왕따'를 당하거나 '괴짜'로 불리며 괴로워하지만 부모들은 모르고 넘기기 쉽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인다고 모두가 '서번트 천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재능을 잘 살려주면 장애인이라고 해도 삶의 질이 확연히 바뀔 수 있다. 고 소장은 "말 그대로 '천재적' 수준의 서번트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그러나 이러한 재능을 관리하고 키워주었을 때 그들의 삶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에 등록된 자폐장애인은 약 2만여명으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 소장은 "자폐장애는 조기에 발견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사회 인력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가장 연구가 활발한 분야 중 하나"라며 "한국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 병변 장애아를 기르고 있는 최정숙(50세/주부)씨는 "우리 아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뇌 병변 장애, 자폐증 등이 마치 부모가 죄를 지은 것처럼 취급받으며,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가 심했다"며 "이러한 분위기에서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는 것도 매우 힘든 결정이었고,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부모의 희생이 필요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폐아의 재능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한국에서 서번트 증후군은 많은 이들이 '신기하다', '신의 선물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관심거리이거나,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힘든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남들과 소통이 힘든 자폐증을 가진 이들이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자신의 음악과 그림, 그리고 학문까지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자폐'를 넘어, 더욱 넓은 세상과 소통하려는 그들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도 보다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점차 증가하는 뇌 병변 장애와 그에 따라 늘어날 이러한 '서번트 증후군' 사례자들에게 좀 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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