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낙동대로263 2011. 11. 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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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그의 대표작으로는 대개가 '서부전선 이상없다' 를 떠올리는데,, 

그는 이 작품으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당시 나치 독일이 일으킨 2 차 세계대전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내용 때문에 ,,   한창 전쟁을 독려하고 있었던 히틀러에게 오라지게도 찍혀서 많은 박해를 당하다가 미국으로 망명하여 '개선문'을 발표, 두번째로 성공을 거둡니다

 

전쟁시대의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를 주 소재로 한 소설을 써서 반전의 기수가 된 그는 전쟁의 희생물이 되어 수 많은 사연을 이 세상에 남기고, 타의에 의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인간의 소리를 가슴 저리게 대변, '서부전선..... ' 이나 '개선문' 도 좋은 작품이지만 내 머리와 가슴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그의 또다른 작품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인데 ....

 

그 이유는,,,,,

내 첫사랑 *** 가 도대체 영문을 모를 이별을 선언한, 해병 자원입대를 앞둔 스산한 시기에 읽은 것이라 특별히 내 청춘의 낙인처럼 지금껏 마음 속에 또렷하게도 남아 있다.....

 

----- 여자들은 이렇게 남자가 어려울 때에 뒤통수를 치더라. 항상은 아닌데, 때때로 -----

 

고무신 거꾸로 신은 망할 가시나,,,  잘 사는지 어떤지 지금은 소식도 모른다 ......

 

그 가슴 시려오는 기억 속의 풍경들은 아마도 내가 이 푸른 지구를 떠날 때까지도 그대로일 듯,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주인공 파울 보이메르와 똑같은 젊은 독일병사 그레버는 자신이 휩쓸려 들어 간 이해 할 수 없는 현실인 전쟁에 대해 절망적인 의혹과 불신, 그리고 자괴감에 빠져있다가 용케도 휴가를 얻어 소련전선에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살던 집을 포함, 모든 것이 폐허가 된 고향에서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기가 막혀 방황하는 그레버와, 강제수용소에 수용된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군수공장에 다니며 돈을 모으고 있던 엘리자벳 사이에 격정적이지만 청순한 사랑이 싹틉니다..

 

공포와 불신과 불안이 뒤덮고 있는 죽음의 도시에서 타오르는 연인들의 조건없는 찰나적인 사랑,,,,,

 

그것은 아무리 갖은 폭력이 난무해도 인간의 숭고하고 순수한 정신 만큼은 끝끝내 짓밟을 수 없다는 레마르크의 불같은 신념을 나타내고 있다 합니다.

 

전선에 돌아갈 날을 며칠 앞두고 그들은 간단한 서류를 갖추어 혼인신고를 한 후 엘리자벳이 어렵게 얻은 사흘간의 휴가를 신혼여행 삼아 목숨을 건 사랑을 나누게 되지요 .....   

 내일이면 죽음의 전쟁터로 남편이 떠나야 하는 마지막 밤에 ..... 

 

허술하기 짝이 없는 하숙집 잠자리에서 이별을 나눌 때 공습경보가 울리고, 주인 아주머니가 와서 문을 두드리며 지금 당장 방공호로 대피하라고 재촉을 합니다.

 

엘리자벳은 아주머니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우리를 제발 내버려 두세요...

  마지막인 오늘밤을 방공호에서 새울 순 없잖아요,

  폭격으로 죽더라도 좋으니 이 방에 그냥 있게 해주세요..'

 

엘리자벳의 간절하고도 애잔한 눈물을 본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문을 닫았고,,,,  

아주머니는 제발 그들이 무사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주고는 방공호로 내려갔습니다

 

다행히 별 탈없이 밤이 지나고 ............

 

날이 밝자 그레버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안고 눈을 똑바로 보면서 조용히 말합니다

'기차는 여섯시야, 짐은 다 꾸려놓았어, 정거장에 따라나오면 안돼, 알았지..'

대답으로 엘리자벳은 고개만 끄덕입니다

 

 

 

 

 

이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는 책보다 영화화된 마지막 장면이 훨씬 더 인상적이지요.....

 

그레버로 분한 존 개빈은 자기가 구해준 소련군 포로의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도,,,

읽다가 떨어뜨린 엘리자벳의 편지를 냇물에서 건지려 하지만,,,,,,,,,,,,,,

 

끝내 편지는 손에 잡히지 않고 애간장 태우듯 천천히 천천히 시냇물에 실려 떠내려갑니다..

그레버는 총상으로 인한 출혈로 시야가 흐려지고 ,,,,   결국 그 자리에서 짧은 생을 마치고 맙니다.

 

편지가 떠내려간 물길을 따라 그레버의 피가 .... 편지를 잡으려는 듯 따라서 퍼져갑니다.

 

편지에는,,,,  

그레버의 아이를 잉태한 엘리자벳의 가슴 벅찬,,  기쁨에 넘친 사연이 적혀 있었고........

 

그리고 ....................... 그리고 ...............................................

 

그 편지에는 제발 남편이 죽지않고 ,,

다치든 어떻든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원한다는,,

가슴 먹먹한 작디 작으나 너무도 간절한 바램이 적혀있었다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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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답지 않게 따스한 날씨가 계속되는 나른함 속에서 다시 읽은 이 작품이,,,

만만찮은 세파에 찌들대로 찌들어 인간 여우가 다 된 나를 , 

잠시나마 아름다웠던 스물 한살,,,,, 그 찬란했던 젊은 시절로 돌려 보내주었습니다 ............  

 

열심히 사랑하고 그 사랑에 열중하시도록 ....    그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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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여간의 '사랑' 이라 이름 붙여진 특징적인 행동은, 독일의 전쟁터나 우리나라에서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어나고 사라지고 한다는 것을 일상사 처럼 당연시 하게 된 지금,,,, 

그게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필요' 한 것이라는 것은 어렵사리 인정하게 되었지만,,,,,   

 

진정한 '사랑' 이라는 감정에 대한 '정의' 를 내리기가 어려워서 .... 그게 나를 머뭇거리게 만든다 ....  

'사랑' 이라는 감정은 과연 '순수' 한 것인가 ?

'사랑' 이라는 감정은 과연 '항상성' 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

'사랑' 이라는 감정은 '의지' 일까 ?

'사랑' 이라는 감정은 정말로 '정의' 가 필요한 것일까 ? 

  

그건 도대체 '어떤 무엇' 일까 ?   하는 의문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

 

아마도 나는 ,,,   평생 이러다가 생을 마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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