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은 후에
기억하지 마세요, 나를
그대가 헤쳐나가야 할,
현실만으로도 벅찬 것을
그래도 굳이 기억해야 한다면,
다만 그대 입가에 고요한 미소로
내가 기억되기를
내가 까만 어둠 속에서
그대를 기억하며,
미소짓듯이
삶이 끝난 뒤,
가느다란 불꽃 주위의 추억들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겠지만,
내 가슴엔
너무 소중한 것들
그래서, 슬픔이 될 수 없는
나의 미소이기에
그대는 아파하지 말기를
나, 이제 죽은 후에
비로소
평안하니까
-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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