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입담이 헛배를 불리다 / 유영호

낙동대로263 2020. 6. 23. 06:52

입담이 헛배를 불리다

                                      유영호


시장기에 떠밀려 식당에 들어선다
바보상자에 넋을 빼앗겼던 여자가
화들짝 놀라 말까지 더듬더니
주문도 하기 전에
연속극 줄거리를 올려 상을 차린다


시집간 딸부터 집나간 서방까지
덩치만큼 푸짐해서 상다리가 위험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만
입담에 미리 배가 불러
선뜻 손 가는 반찬이 없다


이러고도 식당간판을 내걸다니
그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
먹을 것에 대해서만은
누구보다 관대하다 여겼는데
숟가락을 놓고 일어서려니
지갑도 나오기 싫어 발버둥친다
문을 나서자마자 와락 안기는 허기.



#군더더기


여행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도 있지만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돈을 주고 먹으면서도 정말 맛없는 음식을 먹은 기억은 없나요?
몇년전 소백산 아래 어느 식당의 이야기 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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