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에서 희망을 읽었다가, 2번에서 절망했을지 모르겠다.
위 1.2번은 세계적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87) 하와이대 명예교수가 최근 보내온‘대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의 4가지 미래’(Four Futures of Korea and the US after the Great Emergency) 중 양극단을 보여준 시나리오 두 가지다.
나머지 두 가지에서는 ^생명공학ㆍ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통한 위기 극복과 ^글로벌 통치기구의 등장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보다는 통제를 통해 치유와 회복을 위한 절제된 세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에 빗대 ‘대위기’라고 정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1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언제 종식될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사스ㆍ메르스는 물론 신종플루까지 진작에 넘어 1918년 스페인 독감을 넘볼 태세다. 인류의 삶도 어떻게든 크게 변화할 것이란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전(BC:Before Corona)과 후(AC:After Corona)로 규정지어질 것이란 말과 함께.
대개는 결국 위기 극복 뒤 장밋빛 예측이다. 디스토피아는 절망뿐인데, 예측해서 어디에 쓰느냐는 심리가 깔린 때문이다.
그 중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예측은 그나마 담담한 편이다.
그는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코로나19로 세계질서가 바뀔 것”이라며 “자유 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walled city)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과 이주가 과거보다 어려워지고, 생산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예측이다. 키신저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절대로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거래와 화상회의ㆍ원격의료ㆍ온라인강의 등을 바탕으로 초연결사회가 가속화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 또한 엄혹한 경제위기를 넘어선 뒤의 전망이다.
세상은 과연 어떻게 바뀔까.
세계 미래학계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짐 데이터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자신있게 말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평소에도 “미래은 예측할 수 없다(Futures cannot be predicted.)”는 말로 수많은 사람의‘한 말씀 기대’를 무기력화시킨 학자다, 그가 말한 코로나 이후의 4가지 미래 역시 모두 가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요, 대안 제시를 위한 예측들일 뿐이다.
그가 이렇게 ‘공자님 말씀’을 하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행태를 지적하기 위함이다.
그는 “한 가지 미래만을 계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한 도박이다.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지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고안해 내는 것이 당신의 의무다”라고 말한다.
사실 온라인 개학 준비 부족으로 우왕좌왕해온 한국 교육부나, 마스크ㆍ인공호흡기가 부족해 수많은 환자가 죽어가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모습은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하지 않은 때문이다.
데이터 교수는 지한파(知韓派) 미래학자다.
한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높게 평가한다. “한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세계 많은 국가가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의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