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중년남자 / 유영호

낙동대로263 2020. 1. 20. 21:23


중년남자
 
                   유영호


 
한 남자가 잠들어 있다
눈 밑 주름 앙다문 입
비대칭으로 부픈 아랫배
삶이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괜히 강한 척 하면서
슬퍼도 슬퍼하지 못하고
아파도 아파하지 못하며
속울음 삼키는 남자
 
온종일 세상과 맞서다
흠씬 두들겨 맞고 찾아든 둥지
짹짹거리던 처자식은
메마른 인사를 뒤로하고
각자의 케이지로 들어가 버린다
거실에 혼자 남겨진 남자
티비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다
애벌레처럼 잠이 든다
 
다시 아침이 오면
엄청난 밥벌이를 위해
신들메를 고쳐야 한다
수많은 인파 속을 헤매지만
중년남자는 끝내 혼자다.


 
# 군더더기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만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휴대폰속에 저장된 번호가 수백개가 넘어도

어느 비오는 저녁 마음이 허해서 술한잔, 밥 한그릇 같이 하자고 선뜻 불러낼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집에 가서도 아이들이 다 커버려서 제각기 살아가고 나면 대화는 점점 더 없어집니다.

세상의 중년남자들은 늘 혼자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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