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비녀산 / 김지하

낙동대로263 2019. 12. 2. 21:05


누군가의 글에 있는 말이 생각납니다


기쁨은 웃음으로 승화되어 허공으로 날아가지만

슬픔은 가슴 밑바닥 저 깊은 곳에 가라 앉아서 쌓인다고

그렇게 쌓인 슬픔은 강풍이 불거나 소용돌이가 생기면 흙탕물처럼 다시 피어 오르게 마련이지요


마음이 강하고 의지가 굳센 사람이라면 그 흙탕물을 쉽게 쏟아버리겠지만

여리고 순박한 사람이라면 쉽게 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여리고 착하고 정이 많은 사람에게 상처는 언제나 더 아프게 덧 씌워집니다


만고의 세월이 항상 그러했다고 보여집니다


어느 곳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옛 이야기 속에서는 힘차고 뜨겁고 가득하던 꿈을 그리다

죽도록 黃土에만 그리다

삶은

일하고 굶주리고 병들어 죽는 것

삶은 탁한 강물 속에 빛나는 푸른 하늘처럼

괴롭고 견디기 어려운 것

松溱 타는 여름 머나먼 鐵길을 따라

그리고 삶은 떠나 가는 것


-  김지하의 비녀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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