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바람부는 날에는 / 김종해

낙동대로263 2019. 8. 1. 22:47


바람부는 날에는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 군더더기
바람이 부는 날은 왠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무작정 마음의 바람이 정해주는 방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가는 길에서 우연히 보슬비라도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한없이 걸어 보고 싶은 것처럼 가는 길이 비탈진 외길이라도 바람 부는 날에는 세상이 참 부드러워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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