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야기

'리디노미네이션' 토론회 열려

낙동대로263 2019. 5. 14. 08:39


화폐 단위 1000분의 1로?.. "현실적 쉽진 않을 것"

정한국 기자 입력 2019.05.14. 03:10               

             

'리디노미네이션' 토론회 열려

커피숍에 가보면 4000원짜리 커피를 '4'라고만 표시해 둔 곳이 적지 않다.

4500원이면 4.5로 표시하는 식이다.

실제로 4000원이 4원으로 바뀌는 변화가 가능할까.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화폐 단위 변경'을 의미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한 국가에서 사용하는 화폐의 가치는 동일하게 유지하되, 동전이나 지폐에 적힌 금액만 낮은 숫자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선 2002년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강력히 주장하면서 리디노미네이션이 이슈로 부상했고, 이후 화폐 단위 변경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왔다. 하지만 매번 '국민 불편이 너무 크다' '7700원짜리 물건이 7.7원이 아니라 8원으로 바뀌면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흐지부지되곤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리디노미네이션이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나왔다.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공론화와 준비 기간을 포함해 10년간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한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돈을 새로 찍어내느라 고용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화폐 단위를 바꾸면 5000만원 대출 계약을 5만원 대출로 바꾸는 등 개인이 갖고 있는 모든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경제성장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접근하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 정치권은 화폐 단위 변경에 따른 순기능보다는 장롱 속 현금을 정치자금화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금융계에 돌고 있다.

다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달러 대비 환율이 1000이 넘는 곳은 한국밖에 없고, 국민 순자산이 1경원을 돌파하는 등 경제 규모에 비해 화폐 단위가 너무 커서 생기는 불편과 비효율이 많다는 점에 공감하는 주장도 있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화폐를 만들고 전산 시스템을 교체하는 등 연관 산업 생산이 늘면서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