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 말

어느 엄마의 마음

낙동대로263 2018. 6. 17. 06:41



폴란드로 가는 비행기에서였습니다. 나는 한 노부인과 나란히 앉게 되었습니다.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부인이 낡은 수첩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내 딸이라우."
너댓살 쯤 됐을까, 빛바랜 사진 속 아이를 들여다보는 부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사진에 얽힌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 극에 달했던 전시의 어느 날, 부인은 우연히 밖에 나갔다가 어린 여자아이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을 보게 됐다고 합니다.....   "아이는 바로 앞서가는 엄마를 쫓아가고 있었지요."

그때 독일 병사가 아이 엄마를 붙잡았습니다.

아이 엄마가 유대인이었던 것입니다.
"엄마아...!"
놀라서 소리치는 아이를 힐끗 보더니 군인이 아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딸이요?"
그 순간 아이 엄마가 부인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그 아이는 저분 딸이에요!"

사태를 짐작한 부인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를 번쩍 안았고, 군인은 아무 의심없이 아이 엄마를 체포해 끌고 갔습니다.
"엄마, 엄마! 앙앙!"
"그래, 착하지, 그래 그래."

아이가 큰 소리로 울었지만 행여 의심을 사서 아이까자 끌려가게 될까 두려웠던 진짜 엄마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단 한번도.

"아이 엄마는 그후 어찌 됐는지... 이 아이가 그렇게 얻은 내 딸이라우"
사진을 든 부인의 손이 가볍게 떨렸습니다. 
노부인과 내가 목적지에 닿았을 때, 공항엔 어느새 다 자라 어른이 된 사진속 그 딸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여기에요, 엄마 여기..."

출처- TV동화 행복한 세상,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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