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 신현림

낙동대로263 2017. 9. 23. 23:37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 신현림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 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스로 죽어가더니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살자들
살기엔 너무 지치고,
휴식이 그리웠을 거예요

되는 일 없으면 고래들도 자살하는데
이해해 볼게요 가끔 저도 죽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죽지는 못해요
엄마는 아파서도 죽어서도 안 되죠
이 세상에 무얼 찾으러 왔는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마음을 주려 하면 사랑이 떠나듯
삶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
절벽이 달려옵니다.
시를 쓰려는데 두 살배기 딸이
함께 있자며 제 다릴 붙잡고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당신도 매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매는군요.
저도, 홀로 어둠 속에 있습니다.






시인 . 사진작가

<아我 ! 인생찬란 유구무언> 사진전 (갤러리 LooKs)
詩集,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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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홀로 어둠 속에 있는 외로움...

詩를 쓰는 者라면, 피할 수 없는 천형(天刑) 같은 것

하지만 그런 고독에 항거하는 것이야말로,
'詩를 쓰게 하는 힘'의 진정한 원천(源泉)은 아닐런지

그런데,'장국영張國榮'이란 홍콩[香港]배우는 정말 왜 자살을 한 건지?
(아비정전[阿飛挺戰]도 그렇고, 패왕별희[覇王別姬]에서도 그의 연기가 참 좋았다)

잘 생긴 외모와 수중에 넘치는 화폐로도 메꿀 수 없었던, 정신적 공허(空虛)?

내세울 외모 하나 없이 수중에 가진 것도 없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참으로 복福에 겨운 투정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는 죽어서도 뿌듯할 것 같은데

오늘도 그를 그리워하는, 열성熱誠 팬(fan)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여, 그에겐 살아야 할 이유가 아닌 죽어야 할 理由라도 되었을까?)

각설하고

한편, 이 詩를 감상하는 한 독자의 입장에서 기원하자면

매일 시인의 영혼을 다그치는 삶 속에...

날마다 세상의 험한 절벽을 겹겹이 만나더라도,
시인 스스로 시제詩題에서 미리 다짐한 것처럼
어둠에 굴복하는 일은 없기를

나 또한 그렇지만,
삶이 어둠보다 더 깜깜해지기는 말기를...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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