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2015. 2. 23. 이모님이 보낸 편지

낙동대로263 2015. 2. 23. 18:55

 

 

석우야

 

첫 제사 사진과 네 제문 잘 받았다.

 

너의 진정이 그대로 담긴 글을 읽으며 나도 웃고 울고 했다.

 

너같은 아들을 둔 것을 언니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입원하기 얼마 전에 나에게도 직접 그렇게 얘기했다.

내가 너에게 지금 아닌말을 그렇다고 할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얘기하는 것 뿐이다.

 

뒤에 악기가 보이는 것이 너네 집에서 제사를 치른 것 같구나. 참 잘했다.

 

형부가 아무리 건강하시더라도 이제 네가 집안의 기둥이다.

 

나는 너희들 셋이 다 자랑스럽다.

 

너는 과수원집 갓방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다. 특히 외할아버지가 기뻐하셨지.

 

나는 요즘 학교다니며 영어공부하고 있다.

 

성적 걱정없이 하니 더 재미있고 영어로 글을 쓸 용기가조금 생겼어.

 

손자가 빨리 읽고 싶다고 날 제촉하는구나.

 

지금 언니의 "빨간 스웨터" 이야기를 영어로 쓰고 있는 중이다.

 

쓰면서 네가 얘기한 '막차'를 탄 기분을 생각하게 된다.

어쨋던 탓으니 목적지까지 느긋하게 가면 되겠지? 창밖 풍경도 즐기고 가지고간 책도 읽고 노트에 일기를 긁적거려보기도 하고.

석우야. 아이들을 위해 걱정 조금해달라는 네 기원에 마음이 저릿해지더라.

 

분명히 언니는 그렇게 하고 계실거야. 평생을 그렇게 살았거든.

 

오월에 가면 만나자.

 

정자 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