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생존방법

재난 후, 사람의 심리

낙동대로263 2014. 10. 22. 11:42

 

 

 

 

길지만 읽어 볼 만한 글입니다. 

국립방재교육연구원 자료를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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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격반응단계(the shock reaction)

충격반응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재난생존자의 10~20%만이 재난과 충격에서도 냉정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한다. 70%는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모르고, 나머지 10%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어서 심한 공포나 불안에 사로잡히거나 공황상태에 빠지고 또는 분노에 사로잡히고 소리를 질러댄다. 반 미친 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희생자에게 손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왜냐하면 도와야 할 사람도 재난의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시아에 쓰나미가 밀어 닥쳤을 때 방송을 통해 비춰진 그들의 모습을 보면, 해일이 밀어닥칠 때 처음에는 의아한 모습으로 있다가 위험을 느끼고는 마구 달리는 것 이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너무 물살이 거세어지고 파도가 바싹 서서 밀려들어오는 위협적인 상황에서 달린다는 것도 한계가 있어 나무를 붙잡고 버티는 모습도 보였다.

1903년, 시카고의 한 극장에 불이 나 602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의 사망자들은 출입구와 계단 주변에 뒤엉켜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떠밀려 압사하거나 질식사한 사람이 대다수였다. 나중에 소방수들이 시신을 가지런히 했을 때 얼굴에 찍힌 신발 자욱이 참상을 그대로 말해줬다. 사람들로 꽉 찬 극장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모든 사람을 위한 제1의 해결책은 서로서로 믿고 협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희생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신뢰가 부족하면 각자는 제2의 행동을 하게 된다. 그것은 문으로 먼저 뛰어가 탈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결국엔 모두가 비슷한 시간에 문에 도달하게 되고, 각자는 앞뒤 안 가리고 문으로 돌진해 나가는 것이다. 가장 합리적으로 결정한 각자의 선택인 것이다. 많은 사상자를 낸 화재사건을 신문방송에서 보도할 때면 으레 이런 탄식이 나온다. ‘모두가 질서를 지켰더라면 사상자의 수가····.’ 하지만 생각대로 되어 주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다. 두려움도 무리 속에서 느끼면 더 큰 공포가 된다. 명절에 고속도로가 막히는 것도 마찬가지 심리다

한 외국의 TV방송사에서 영화상영 중인 극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를 가상하여 집단적 행동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불시에 연기를 뿜어 화재경보기를 울리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그 프로그램의 목적은 재난 발생 시 도우미의 효율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실험에서 나타난 현상 중에 특이할 만한 것은 관객 출입구가 여러 개 있었고 단상 무대 양 옆으로도 출입구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화재 경보가 울리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들어왔던 그 문을 고집하여 대피를 시도했고, 그렇지 않으면 여러 문들 중에도 유독 사람이 몰리는 문으로만 더 몰려가고 있었다. 당연히 실험에서 엄청난 부상자가 발생되었다.

이 실험 결과를 통해서 사람들의 재난 시 대응하는 심리를 엿볼 수가 있는데. 먼저 인간의 ‘귀소의식’ 즉 들어온 문으로, 다니던 곳으로만 가려고 하는 행태를 볼 수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군중 또는 집단의식’이다. 즉 다른 대피로나 출구가 있었음에도 다수 판단을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으로 함께 간다는 것이다. 재난 시 동조현상, 집단전염, 행동의 맹목성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희생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재난이 닥치게 되면 그냥 멍하니 서 있거나 소리도 지르지 못한다고 한다. 충격반응 중에서 가장 흔한 반응이 정신이 나간 모습으로 멍해 있는 상태다. 지진 등으로 간신히 생명을 구한 사람들은 제대로 울지도 푸념도 하지 못하고 혼이 빠져 있다. 눈물도 잘 흘리지 못한다. 자기 자식이나 배우자가 죽었다는 등의 말을 하지만 감정이 없이 말을 한다. 이런 단계에서는 가까운 사람이 죽은 것이 대해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을 한다.

큰 지진에서처럼 갑작스런 대규모의 파괴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열지 못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직후에도 그런 현상이 목격되었다. “지진 직후 있었던 침묵은 지진의 그 무서운 소리만큼이나 무서웠다”고 생존자들은 술회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처음에는 천치가 된 모양 선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혹 말을 할 때는 속삭였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직후 피해자들은 아무 말 없이 긴 열을 지어 도시를 빠져나갔다. 마치 로봇처럼 움직였다고 한다. 폭발 중심에 있던 피폭자들의 반응은 좀 달랐는데, 귀가 멀고 눈이 멀고 신체가 찢어진 피해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도망치려고 혼신의 노력을 쏟았다고 한다.

2. 반동반응단계(the recoil reaction)

반동반응단계에서는 일단 위험에서 벗어난 생존자들은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때 이들은 킥킥 웃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하고, 신경질을 부리기도 한다. 때로는 화를 폭발시키기도 하고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앞서 겪었던 충격에 대한 반작용인 셈이다.

어린아이 같으면 이 단계에서 심한 의존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어머니와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어머니와 같이 가지 않으면 학교 정도만 빼고는 아무 곳도 가려하지 않는다. 또 자다가도 일어나서 어머니와 같이 자자고 하든가 어떻든 혼자 잠들려 하지 않는다. 또 그 전에는 혼자서 잘 가거나 머물던 구석진 곳이나 어두운 곳에는 혼자서 가려 하지 않는다. 극장 같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처음부터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공포자극에 대한 자극역이 낮아져서 극히 미소한 자극에도 과민한 공포반응을 보인다. 예컨대,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잘 놀란다. 또 누가 가까이 와서 몸에 손을 대기만 하면 소스라쳐 놀라기도 한다.

토네이도(강한 회오리바람)에 혼난 아이는 하늘에 구름이 조금만 보여도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한다. 이런 자연적 재해를 경험한 아이는 건물의 안전에 신경을 쓰며, 물, 구름, 비, 하늘의 이상한 광선 등을 겁낸다. 장기적인 폭격에 노출된 아이는 자면서도 울든가 오래도록 울음을 그치지 않기도 한다. 오줌을 가리던 아이도 밤에 오줌을 다시 싸기 시작한다.

이런 반동반응의 강도는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데, 사고현장에 있었는지 여부, 가족 중 사망자의 여부, 자신의 부상 유무, 재난이 발발 당시 그것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의 인지여부, 그리고 재난이 닥쳤을 당시나 직후에 부모가 아이에게 보인 반동여하가 반동반응의 강도를 결정한다. 아이의 경우는 이 밖에도 재난 이전부터 부모가 정신장애를 지녔으면 아이도 충격이 지난 후 정서적 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사람들은 위험이 지난 직후 단지 정서적 반응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행동을 하는데. 그 중에서 남을 돕기 위해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용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만 살아남으려고 비겁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위험이 지나간 것을 깨닫고 물건에 대한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이 나타난다.

태풍 루사 때 영덕에서의 일이다. 마을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던 할머니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니 빨리 대피하라는 전갈을 행정기관으로부터 받았다. 아주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것도 한 밤중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대피를 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항상 곁에서 친구나 다름없는 TV가 생각난 것이다. 그것을 안고서 대피를 하다가 결국에는 생명까지 잃게 되었다. 대체로 심한 위험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행동하여 남을 잘 도울 생각을 하지 못 한다. 자신의 몸 하나만 빠져나가려고 기를 쓴다.

일본 나까사끼 원폭생존자 중 오직 7%만이 피폭 직후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대답했으며, 남의 도움을 받았다고 대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912년 4월 14일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침몰 당시 구명보트에 요행히 올라탄 사람들은 구명보트가 반 밖에 차지 않았는데도 배에 기어오르려 하는 사람들을 쫓아버렸다.

사람들의 행동이 갈피를 못 잡는 듯이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상적인 통신 채널이 단절되기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자신에게만 재난이 닥친 것으로 착각하고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순간적으로 역할갈등(役割葛藤)을 경험하기 때문에 자신이 아이의 부모로서 행동해야 할지, 부상자를 돕는 의료보조원으로 행동해야 할지를 몰라 망설이게 된다. 대개는 부모로서 우선 행동하고 그 일이 어는 정도 끝나면 남을 돕는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좀 더 상황이 멀어지면 사람들 중 일부는 혼란 속에서 잇속을 차리려고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특히 재난의 결과로 물질적 결핍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필요에 의해서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를 자행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독일에 대한 연합국의 대량폭격이 있을 때 준법정신이 강한 독일의 중류층의 사람들도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충격 직후에는 기억도 일시적으로 상실되는 경우가 있다. 일시적 기억장애가 수반되기도 한다. 조금 전에 겪은 재난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

3. 회상반응단계(the recall reaction)

마지막 단계인 회상반응단계에서는 재난생존자들은 대체로 긴장해 있고 안절부절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단계에서는 재난에 대한 무서운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또 재난에 집착해서 생존자는 자꾸 재난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당시 매몰 후 51시간 만에 구출된 생존자들 중 일부는 자꾸 건물더미에 갇혀 지낸 ‘지옥의 시간’이 자꾸 떠올라 몸서리쳐진다고 말했다. 13일 만에 이 매몰 현장에서 구출된 18세 여자는 구출 후 2일이 지난 아침에 간호사가 그녀를 깨우자 그녀는 “언니, 새벽에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 못 들었어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밤에 자다가 쿵쿵쿵 하고 천장에서 울리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곤 한다. 이 단계에서 어떤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는 경우도 있으며, 대부분 생존자들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악몽에 시달린다. 또 정서적 불안정을 보이고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