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생존방법

나는 살아야 한다.

낙동대로263 2014. 5. 19. 08:34

 

 

 

 

‘나는 살아야 한다’ 불굴의 의지 중요 / 200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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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6월 보스니아 내전 당시 나토군일원으로 비행금지구역을 순찰하던 미 오그레디 대위는 세르비아 민병대가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

그는 미 해병대가 구출하기 전까지 6일간 적지에서 홀로 생존했다. 이동은 밤에만 했으며 동트기 전 은신처를 마련했다.

배가 고프면 소가 먹는 풀과 개미집을 뒤져서 먹었다. 비가 오면 나뭇잎이나 옷으로 물을 받아 마셨고, 탈수증상이 일어날 때는 젖은 양말을 짜서 물을 마셨다. 밤에는 혹독한 추위가 몰려왔으나 불을 피우지 않고 방수처리된 지도를 모포 대용으로 사용해 체온을 유지했다. 또 고립된 때부터 지속적인 무전으로 자신의 위치를 부대에 알렸다.

결국 오그레디 대위는 이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적에체포되지 않을 수 있었고 마침내 구출팀으로부터 안전하게 구출될 수 있었다. 이 오그레디 대위의 이야기는 ‘에너미 라인스’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체적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오그레디 대위는 한순간도 생존 의지의 불씨를 꺼뜨린 적이 없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극복할 수 없는 일은 없으며 생존 불가능한 지역 역시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상당히 안심시킬 수 있다. 견디고 살아야 한다는 생존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적지나, 극한 환경에서도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격언은 동서고금에 통용되는 진리다.

다음은 생존기술이다. 생존기술이란 현재 처한 상황에서 각종 장비·도구·지식을 이용해 생존의 편의성을 도모하거나,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말한다.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존의 기회와 가능성은 높아진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며, 공포심을 없애고 생존 기간을 연장시켜 줌으로써 귀환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해 준다.

자신이 보유한 장비의 사용법·기능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언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완벽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위기는 예고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장비의 작동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평소 잘 관리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오그레디 대위의 이야기는 이 같은 점을 시사해 준다.

전투원으로서 전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전은 고도로 훈련된 전투원에 의해 수행되며, 훈련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경비는 막대하다. 따라서 전투원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독자적인 생존대책과 적의 위협 상황으로부터 도피·탈출을 병행해 최상의 전투력을 보존해야 한다.

군인은 자기 임무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죽음에 임해서도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정신 상태를 가져야 한다. 결국 현대전·미래전에서도 전투의 주체는 인간이며 생존훈련을 소홀히 하는 것은 나의 몸을 극한의 상황에서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앞으로 무기체계와 전술교리가 발전하더라도 생존문제는 그 중요성이 감소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자세인 것이다.

제대로 된 ‘기질과 두뇌’를 가진 전사(戰士·Warrior)는 바로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적과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먼저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준비된 자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전사다.

▶임승재(학군37기) 대위는

현재 육군특수전교육단에서 교관으로 생존법을 교육하고 있다. ‘생존교범(야교 39-3)’ ‘생존포켓용 교범(교육참고 6-3-4)’을 작성한, 생존법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기능성 피복의 전투실험에 참가하고, 지난해에는 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 지도위원으로 민간대원들을 이끌고 아프리카를 다녀오기도 했다.

<임승재 대위 육군특수전교육단>

 

<2> 혹한의 극복, 생존 Level Up
얼지않는 물팩·방한두건 꼭 갖춰야 / 200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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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2월 국내 에베레스트-로체 해외원정대와 함께 한라산에서 합동 동계훈련을 한 경험이 있다.

용진각 일대 하단부에서 고상돈 캐룬(일반인들은 출입통제)이라 불리는 지역까지 1m가 넘는 눈 속을 헤치며 걷고, 30m 정도 되는 암벽을 오르며 훈련했다.

기온은 영하 15도, 풍속은 7∼8노트(knot)였다. 평상시 이 정도는 특별히 문제될 것 없는 추위일지 모르나 고도를 감안하면 위험한 온도가 될 수 있다. 해발 100m 상승시마다 기온은 0.6도씩 하강하므로 당시 체감온도는 영하 33.2도(-23도+1700m〈-0.6×17=-10.2도〉)였던 것이다. 당시 피복과 장비는 현 군에 보급된 최고의 복장을 착용했다.

고어텍스 피복·전투화·모자·장갑 등 발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한기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눈길을 헤쳐가고 암벽을 오르는 과정에서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땀은 몸과 밀착하고 있는 두건과 내부 피복·양말·장갑에 그대로 습기가 배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전투화의 앞부분, 모자 상단부, 장갑 손가락 부분이 동결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차갑고 아프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이상을 벗어나게 되면 동상으로 발전한다.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할 때는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이처럼 혹한의 기온에서 작전 활동 시 노출된 피부는 동상으로 인해 작전 활동에 심리적인 위축을 주고 전투의지를 약화시켜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전투원은 체감온도 영하 40도 아래에서도 견딜 수 있는 전투화·방한복·장갑·침낭과 얼지 않고 물을 마실 수 있는 물팩은 필수적이며 열손실이 가장 많은 머리 부분을 감쌀 수 있는 방한두건도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또 혹한의 바람은 체감온도를 급격히 저하시키고 기관지를 상하게 하므로 안면부와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는 두건이나 방풍안경·마스크 등을 준비해야 한다.

바람에 의한 체감온도의 저하는 겨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봄에도 산악지형의 이상기온으로 전투원에게 심각한 저체온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1998년 4월 1일, 6명이 사망한 특전사의 내륙전술훈련은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민주지산 사고는 여러 가지 악조건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일어났다.

천리행군 5일차에 따른 극도의 피로 누적과 행군 중 지속적으로 비를 맞아 옷이 젖어 있는 상태, 게다가 폭설과 영하 9도의 기온, 풍속 30노트의 강풍으로 당시 민주지산 정상 부근의 체감온도는 영하 34도였다. 이 모든 요인이 얽히며 초기 탈진증세가 저체온증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른 것이다.펄펄 날리는 눈을 보며 운치를 느낄 수도 있지만 야지(野地)에서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강설은 지형 식별과 방향유지, 부대의 통제 등에 곤란성을 증가시키고 관측과 시계를 제한하며, 거리 판단의 오차를 발생시킨다. 적설은 산악지대에서 비가 온 후 눈사태를 자주 발생시키며 태양빛에 반사돼 개인에게 설맹(雪盲)현상을 유발하고 눈보라 시에는 각종 한랭손상을 야기시키는 등 작전활동에 제한을 준다.

따라서 방풍안경 및 두건, 급조설안경, 동계전투화, 각반(게이터), 설피 등을 준비하거나 제작능력을 보유하고 각종 한랭손상을 조치할 수 있는 응급처치 능력을 갖춰야 한다.눈보라·강우로 피복이나 군장이 젖었을 경우 평상 시보다 25배 이상 체온을 떨어뜨리고, 전투하중을 가중시켜 기동성 및 작전반응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판초 및 방한복, 군장덮개 등 침수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방수대책이 요구된다.

위장모를 쓰면 심한 폭우에도 시계를 보장하고 안면부 보호와 함께 불쾌지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가능하면 옷은 습기를 빨리 외부로 방출시키는 방·투습성이 우수한 기능성 피복이 좋다. 만일 땀이 많이 나 피복이 젖었을 때, 혹한지역에서 바람이 많이 불면 급격한 체온저하로 저체온증이 발생한다. 이는 몸 전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손·발·귀 등 국소적인 부분도 포함된다.

즉, 인체의 어느 부분에나 땀·습기를 신속히 방출시키고 보온되는 기능이 있는 피복·장갑·양말·전투화가 중요하다.현재 미 육군은 과거 환경에 의한 각종 전투 과오 및 실패 사례들을 분석해 과학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Natick(U.S.Army Natick Research and Development Laboratories) 연구개발실험실을 산하에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전투원을 만들기 위해 열대·사막·고지대·저지대·수중·빙하·극지 등에서의 인체의 생리현상을 분석해 그러한 환경을 극복하고 전투력을 최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피복·식량·장비·훈련모델 개발과 실험을 하고 있다. 바로 전투의 주체는 인간이라는 전제를 기본 바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3>고립무원의 생존원칙
적극적으로 살기 위한 노력 필수 / 20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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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원이 적 지역에서 고립 또는 차단됐을 때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살아서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편에 게재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예부터 극한 생존의 상황에 직면한 전투원이나 조난자들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키며 구출되기를 기다리거나 자신의 힘으로 아군의 지역까지 이동해 살아서 복귀했다. 이러한 생존원칙은 ‘생존기본 정신유지’로 완성된 앞머리 여덟 글자를 마음속에 새김으로써 적극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기본으로 한다.

먼저 고립된 초기 (생)존을 위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적으로부터 은폐 가능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해야 하며, 신체의 오감을 최대한 이용해 전장 상태, 즉 적이 무엇을 하고 있고 기도가 무엇인지 우선 파악한 후 주변의 생존 여건과 자신의 신체 상태, 장비를 파악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고립된 전투원은 그 지역의 하천·강·동물·나무 등 지형적·기상적 여건이 어떠한가를 판단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기술을 활용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또 급박한 상황의 전장에서는 극도의 긴장과 공포로 자신이 부상당한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경미한 부상이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상 정도를 점검하고 응급치료를 스스로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화기나 통신장비는 생존을 위한 필수장비다. 따라서 수시로 장비의 가동 상태를 확인하고 불필요한 장비는 은닉·파괴시켜 생존성과 기동성에 방해되지 않도록 경중을 잘 따져야 한다.

전사자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한 장비는 반드시 회수해 차후에 사용할 수 있게 하며 부비트랩 설치에 의한 것인지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는 (존)재하는 모든 자연물로 임시변통하며 (기)본기술을 활용한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 주변에 존재하는 돌·나무 등 자연물을 이용해 무기를 제작하고, 식수와 식량을 구하며 지형을 판단한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여름에는 강우·해충·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되고 겨울에는 눈·추위로부터 몸을 지켜줄 은신처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고장 주민과 같은 행동을 습성화한다. 그 지역 주민들은 지역 환경에 적응해 왔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생존에 유리하게 할 수 있다.

물론 그 지역의 동물들도 단서를 제공한다. 동물도 식량·물·은신처를 필요로 한다. 동물들도 행동·이동로·발자국 등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의 반응이 오히려 내 위치를 적에게 알릴 수 있고, 식물의 분별없는 섭취는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정)신적인 의지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한다. 두려움과 공포심은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저해 요소다. 이를 통제하지 못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감정과 상상에 의해 흥분이 고조돼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러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군인으로서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책임감을 인식하며 조국은 반드시 나를 구하러 온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형제·아내 자녀와 함께 끈끈한 가족애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가슴 속 깊이 간직한 가족사진 한 장은 또 한 번의 용기를 갖게 할 수 있다.

더불어 종교적인 믿음을 통해 항상 신이나 의지자가 자신과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

(신)체를 보호하고 삶을 중요시 여기기 위해 각종 질병과 부상에 대한 응급처치 능력과 경험을 쌓아야 하며 (유/우)발적인 행동을 삼가고 서두르지 않는다.

강릉 무장공비 침투 시 적 정찰조 2명은 아군 수색대가 접근하자 5m 지점에 접근할 때까지 소총을 조준한 상태로 대기하다 수색인원과 눈이 마주치자 한 명이 사격을 했다. 초탄이 불발되자 신속히 후방으로 은폐하며 대기하고 있던 다른 한 명이 사격하면서 상호 엄호하에 신속하게 현장을 이탈했다.

우리의 적은 이런 상황에서도 신중하고 침착한 행동을 보일 수 있는 훈련을 받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형 및 현 위치를 숙지한다. 주변 지형을 숙지하고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적인 절차이며 이동 중 항상 실행돼야 한다. 여러 명이라면 누가 작전지도와 나침의를 휴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아군과의 교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방향탐지 도구가 없다면 야전 편법에 의한 방향 유지를 실시해 원하는 방향으로 적을 기만하며 아군과 연결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생존은 군인에게 있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군복을 입고 있는 우리 모두는 상황에 따라 홀로 고립된 전투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해야 한다. 살아남아 복귀해야 또 다른 임무도, 조국도, 영광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4>우리 몸의 기초 생리 (상)
극한 상황시 물·식량은 생명 / 200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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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전투원의 몸 상태는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모든 활동 중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통해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들을 요구한다.

바로 물과 식량이다. 물과 식량의 부족·결핍으로 인체의 정상적인 활동에 문제가 발생해 생사(生死)의 갈림길이 정해질 수 있다.

▲물과 식량 = 생명의 원천

물은 산소와 더불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인체에 있는 수분의 양은 약 70%로서 대부분의 인간은 하루 약 2ℓ의 수분을 소변과 땀으로 배출한다.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인체는 지방을 분해해 하루에 약 0.25ℓ의 수분을 자가 공급한다. 그러나 활동을 하지 않아도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약 0.4ℓ의 수분이 배출되므로 보통 물 없이 1주일도 살지 못하는 것이다.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물 섭취량은 하루 최소 1ℓ이며, 기온이 영상 30도가 넘는 지역에서는 2.5ℓ, 영상 35도가 넘는 지역에서는 5ℓ를 마셔야 한다.그러므로 이를 통해 작전준비 시 물 휴대 방법과 양이 정해질 수 있다. 물의 주요 역할은 인체의 온도 유지와 신장 노폐물 제거가 있다. 또 신경 자극에 대한 안내자와 운반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이 부족할 때 인체는 징후를 통해 경고한다.약 15% 정도의 수분 손실 이후 물 보충을 하지 않으면 사망하기 전까지는 시간문제다.

▲수분 손실과 신체능력 감소 비율은 1대10

인체 수분 손실이 가장 많은 것은 소변, 다음으로 땀이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오랫동안 수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신체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통상 수분 손실과 신체 능력의 감소 비율은 약 1대10 정도며 체중이 70kg인 군인이 몸무게의 4%(2800ml)가 탈수되면 평소 신체 능력의 절반에 가까운 40%가 떨어지게 된다.작전이나 훈련 시 탈수 방지 노력은 임무수행력을 극대화하고, 열상해를 막는 데 중요하다.

훈련 중 물을 많이 마시면 탈수가 심해진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인체가 물을 요구하는데 적응되지 않은 전투원이 물을 장시간 마시지 않고 훈련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간혹 산악행군이나 무장 뜀걸음, 더운 환경에서 갈증에 지친 대원들에게 물 섭취를 통제하는 것은 훈련목적 달성과 인체 생리에 균형을 두고 융통성 있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활동을 위한 에너지원 : 탄수화물· 지방·단백질

다음은 음식, 즉 식량이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열과 활동 에너지를 얻고 조직의 생성과 성장, 치유를 위해 인간은 식량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식량 공급이 중단된다면 체온 유지와 피로·상처 회복에 어려움을 느끼고, 면역성이 감퇴돼 쉽게 질병에 걸린다.

굶주림으로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갈증과 함께 소변량이 증가하고 이후 체중 감소, 현기증, 추위에 대한 저항력이 저하되며 이후에는 피부색이 검게 변화되고 건조해지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건장한 사람도 3주 내 신체 활동이 정지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낮은 육체 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약 2200㎉의 열량을 섭취해야 하고 체력단련이나 훈련 등 격심한 활동을 하는 경우 3500㎉ 이상을 섭취해야 한다.

▲추운 지역, 고강도 훈련 때 고탄수화물 섭취 바람직

또 추운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음식을 통한 열량의 상당 부분이 체온 발생에 기여하므로 일일 4200㎉ 이상의 열량이 필요하다. 5대 영양소 중에서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은 열량을 발생시키는 에너지원과 신체 조직의 구성물로 사용된다. 인간의 활동에 가장 이상적인 영양소 비율은 탄수화물 55%, 단백질 15%, 지방 35%이며, 활동 종류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탄수화물은 1g당 약 4㎉의 열량을 낸다.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공급해 주는 열량원이며, 최대산소섭취량의 70% 이상인 즉각적이며 고강도 활동의 주 원료로 사용된다.그러나 이 저장량은 2500㎉ 미만(약 40km를 달리는 데 요구되는 에너지의 양)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격심한 훈련 시 하루 이내에 모두 소모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통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산악행군·전술훈련·마라톤 등 대부분의 고강도 신체 활동 시 일찍 고갈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좋고 휴대용 행동식의 준비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단백질은 세포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이며 탄수화물과 마찬가지로 1g당 약 4㎉의 열량을 내지만 1시간이 안 되는 신체 활동을 하는 동안 사용되는 에너지 중 2% 미만이므로 활동 중 기질로서의 단백질의 역할은 아주 미미하다.

극한 생존 활동 시 물과 음식의 확보는 생명 그 자체다. 평소에는 균형된 식단을 통한 영양소의 보충이 중요하고 특별한 생존의 상황에서는 찾기 위한 노력이 배가돼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5>우리 몸의 기초 생리 (하)
‘체온 유지’도 생존의 필수요소 / 200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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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 우리 몸을 지탱해 주는 필수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물과 식량에 대해 알아보았다.

물과 식량의 확보로 어느 정도 신체 활동성에 대해 보장했다면 그 다음은 어느 환경에서도 자신의 체온을 유지해 몸이 정상적인 생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

◆ 체온을 유지하라!

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쾌적한 환경에서 적당한 피복이 갖춰졌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때로는 물과 식량보다 더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다. 바로 혹서기의 열상해로 인한 탈진·의식불명일 경우 5분 안에 뇌사로 발전할 수 있고, 혹한기 저온 환경에서는 1시간 내에 동상이나 저체온증, 심지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우리 몸(생명)의 온도 = 37도

인간은 항온동물이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그러하듯 인간도 역시 평생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우리 몸은 37도의 온도를 유지하도록 돼 있는 매우 과학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일정한 체온유지는 몸 전체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심장·폐·간·내장 등 큰 기관은 거의 37도의 균일한 온도로 유지되는데 이것을 심부 온도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체온이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심부와 신체의 말단부(손끝·귀·발가락 등)는 환경 온도 변화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평상시는 약 4도, 극지·혹한 지역에서는 약 20도까지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추운 지역에서 손이나 발·귀가 동상에 걸리는 이유는 인체 부분 중 가장 온도가 낮은 곳이며 또 민감한 촉각의 수용체가 많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체온조절의 핵심기관은 뇌의 시상하부

자신의 체온이 매일 시시각각 변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변동은 거의 1도 이내다. 장시간 동안의 격한 활동, 중병 또는 극도의 저온과 고온 상태에서만 체온은 36~37.8도의 정상 범위를 벗어난다. 겨울의 추위, 강우로 몸이 젖었을 때 또는 혹서기의 고온, 훈련이나 운동을 할 경우 인체 내의 온도 변화가 생기면 인체는 즉시 원상태의 기준온도(37도)로 돌아가기 위해 활동한다.

이렇게 일정하게 체온이 유지되는 것은 체내에서 생산되는 열의 양과 체외로 방출되는 열의 양이 항상 같기 때문인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뇌의 시상하부다. 즉, 체온이 상승하면 시상하부 전면부의 신경세포들이 흥분해 피부의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이 나오게 해 열의 방출을 증가시키는 한편 근육의 긴장도를 낮춰 열의 생산을 감소시킨다.

피부의 땀구멍은 200~300만 개 정도이며 이곳으로 나온 땀이 주위의 열로 기화되면서 시원함을 느끼게 되고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반대로 체온이 내려가면 주로 피부에 있는 온도감각의 감수체가 시상하부의 후면부에 있는 신경세포를 흥분시킨다. 이 결과로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켜 따뜻한 혈액이 피부 표면 가까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땀의 분비를 감소시켜 열 방출을 저하시킨다. 입술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것은 이 때문이며 한편 전신의 골격근의 긴장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서는 떨림을 일으켜 골격근에서의 열 생산을 증가시키는데 이때 이도 떨리게 된다.

이때에는 거의 모든 피부의 땀구멍을 닫아버린 상태이므로 소름이 돋는다. 예를 들면 소변을 보고나서 순간적으로 몸이 떨리는 것은 빠져나간 수분의 열 손실로 몸을 떨게 함으로써 다시 올리려고 하는 인체의 방어작용이다.

◆ 장시간 체온조절 실패는 죽음

그러나 이러한 체온의 정상 유지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혹서기에는 고온과 태양열, 높은 습도, 적은 바람, 여기에 훈련 강도가 더해져 높아진 체온을 낮출 수 없을 때 열탈진·열사병으로 발전하며 혹한기에는 국부적인 동상과 저체온증 등의 한랭손상이 발생한다.

이는 체온조절 기전의 실패에 의해 자신의 기준온도를 맞출 수 없는 것인데 이러할 경우 1시간 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체열과 관련해 주변 환경과 열악한 상태로 인해 몸에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이상을 감지하고 몸의 체온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고온에서 훈련할 경우 갑자기 한기를 느끼고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면 훈련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냉수를 충분히 마셔야 한다. 인체의 온도조절 시스템이 혼돈에 빠지면서 체온이 더 상승돼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인데, 치료하지 않으면 이러한 상태는 열사병과 사망으로 발전한다.

반대로 저온에서는 가장 대표적으로 동상과 저체온증이 있는데 동상은 국부적인 혈관이나 조직이 동결되는 것이므로 위험하긴 하지만 생명을 잃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체온증은 체온이 약 2도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1시간만 지나더라도 생명을 잃을 수 있으며 신체의 건강상태에 따라 그 시간은 가감될 수 있다.

추위 속에서 훈련이나 운동할 경우 옷을 너무 많이 입지 말아야 한다. 옷을 많이 입고 활동하면 신체는 빠르게 더워지면서 발한작용을 한다. 땀이 옷을 적시면 증발작용으로 열을 빠르게 제거시키므로 추위를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적당한 여분의 마른 옷이 없을 경우 차라리 젖은 옷을 벗는 것이 낫다.

<6>불 만드는 법
‘마그네슘 막대’ 비가 와도 가능 / 200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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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화왕산 억새태우기’ 산불사고를 뉴스를 통해 접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동시에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 오늘 다룰 내용은 ‘불’이다. 불은 재난과 재해를 상징하지만 생존자에게 또한 없어서는 안 될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존재다.

◆불의 3요소 공기·부싯깃·발화열

불을 만드는 능력은 상황에 따라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 불이란 단지 음식을 조리하고 보존하는 것만이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고 물을 정수·소독하거나 도구를 제작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조난을 알리는 구조신호나 거친 야생동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는 수단도 된다.

보통 불을 피우는 방법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하지 않는다. 현대에는 불을 피우는 도구가 다양화돼 손쉽게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전에서 이러한 도구가 없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피워야 한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이 불의 기초와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불은 공기, 부싯깃(불 피울 재료), 발화열(재료에 가해지는 열)의 세 가지가 충족돼야 피울 수 있다. 공기는 부싯깃과 땔감에 산소를 공급하는 공간이나 바람을 불어줘 확보하고, 부싯깃은 마른 나뭇잎·깃털·송진·탄의 장약 등을 활용한다. 발화열은 불꽃이 만들어지기 전에 요구되는 열이다.

◆다양한 불 피우기 방법

불을 피우는 것은 현대적인 방법과 원시적인 방법으로 나뉜다. 현대적인 방법은 불을 쉽게 피우기 위해 만든 물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성냥·라이터·돋보기·점화봉·마그네슘 막대 등이 그것이다. 특히 마그네슘 막대는 고장날 확률이 없고 비가 와도 사용이 가능하며 약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 등산용품점에서 구입하기를 권장한다. 독도경·돋보기·망원렌즈·안경 등도 유사시 불을 피울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원시적인 방법은 인류가 불을 발생시키기 위해 자연 재료를 사용해 불을 일으키는 것이다. 나무 마찰을 이용한 방법이 대표적이다. 나무 마찰로 불을 피우는 것은 대단한 노력과 근성·기술이 필요하다. 영화나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생존훈련하는 사람들이 나무 마찰법으로 불을 피우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할까.

◆인내와 끈기의 불 피우기 : 나무 마찰법

3년 전 가을 처음으로 나무 마찰법을 시도했었다. 가지고 있던 품목은 위장모와 다용도 칼 한 자루·물통·배낭, 그리고 전투화끈이었다. 목표는 나무 마찰법으로 불을 피우고 물을 끓여 커피를 마시자는 것이었다.먼저 적당한 재료를 찾았다. 두께 2cm, 길이 30cm 정도되는 잘 마른 나무와 나무를 마찰해 열을 발생시킬 밑판(화상)을 구했다.

알고 있던 이론에 따라 가지고 있던 칼을 이용해 밑판에 작은 구멍을 내어 공기가 통하게 했고 그 위에서 서서히 돌려보았다. 처음 시도해서 그런지 손에서는 열이, 몸에서는 땀이 났지만 나무는 연기조차 나지 않았다. 연기가 날 만큼의 충분한 압력과 속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방법을 바꿨다. 마찰 면적을 높이기 위해 앞뒤로 나무 끝을 마찰해 봤다.

서서히 속도를 높여 가며 지속적으로 동일한 부분을 마찰했다. 연기가 조금 나고 타는 냄새도 났지만 불이 피워질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10회, 20회, 30회 되풀이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왜 그럴까. 준비한 재료를 발화점 이상으로 열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의 발화점은 약 450도 정도. 마찰되는 부분의 온도를 이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방법을 바꿨다. 이번에는 활돌리기 나무 마찰법이다. 비교적 넓은 나무판을 구해 가장자리에 작은 공기구멍을 뚫었다. 다음 적당한 크기의 잘 마른 나무(송곳나무)를 구해 끝을 뾰족하게 깎았다. 마지막으로 나무를 구해 전투화끈으로 양 끝을 묶어 활을 만들었다. 밑판을 견고하게 밟고 활을 송곳나무에 묶어 고정되게 누르며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 30초쯤 돌렸을까. 이내 연기가 조금씩 나더니 밑의 화상구멍에 나무 입자들이 갈리고 목탄처럼 작은 입자들을 만들어냈다. 계속 마찰을 가하자 밑에 있는 구멍을 통해 담뱃불똥만한 불씨가 생겼다. 부싯깃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으므로 마찰을 멈추고 바람을 서서히 불어넣어 줬다. 이내 부싯깃에 불이 붙어 적색 불꽃을 만들어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됐지만 그래도 성공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즐거워했다.경험은 그래서 중요하다. 나무 마찰 방법은 인내력과 완력·압력·속도가 요구되는 어려운 방법이다. 특히 밑의 부싯깃은 인화성이 좋은 재료를 써야 하며 화상의 압력구멍에 공기가 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활돌리는 방법을 활용할 때는 활시위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게 같은 높이로 고정해야 한다. 과연 이러한 방법으로 불을 피운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바로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7>자연속의 보금자리- 은신처
‘눈 집’ 자연적인 폭설로 오목한 곳 좋아 / 200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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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집을 짓다.

지난해 2월 초 부대 산악회원들과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하기 위해 태백산맥의 ‘선자령’에 갔다. 늦은 저녁에 도착했으므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해가 뜨기 전까지 약 6시간의 시간이 있었는데 자연의 공기를 느끼며 정상에서 자 보자는 의견에 텐트를 가져가지 않고 침낭과 판초 2개를 준비해 갔다. 추위를 많이 겪어본 베테랑들이었으므로 나름대로 추위를 각오한 복장과 장비로 무장했다. 밤하늘의 별은 맑았으며 컴컴한 하늘 아래 멀리 출렁이는 동해 바다는 우리 가슴에 잔잔한 감동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있던 곳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장소였다. 바람도 30∼40m 높이의 대형 풍력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세기였다. 우리는 금세 위축되기 시작했다. 특히 얼굴과 손가락은 입김으로 녹이면 그 입김이 수분으로, 수분은 다시 얼어서 마스크가 안면에 달라붙을 정도였다.

이때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결론은 한 가지, 눈 속에 집을 짓는 것이었다. 원래 은신처는 바람을 등진 후사면이나 반사면에 만드는 것이 원칙이나 당시는 그럴 여건이 되지 못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었으므로 여러 달 동안 쌓인 눈은 낮에는 녹고 밤에는 얼면서 사람이 올라가서 밟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게 다져져 있었다. 깊이도 무릎 높이에서부터 2m가 넘는 것까지 다양했다.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선자령 기념비 일대를 눈삽을 이용해 파 들어갔다. 3명이 누워 쉴 수 있는 크기의 3배 정도의 공간을 파 들어갔다. 판초를 연결해 입구를 막고 그 바깥에서 다시 눈으로 판초를 견고하게 눌러 다졌다. 약 1시간 동안 작업한 끝에 아주 훌륭한 눈 속의 집이 탄생했다. 그 안에서 불을 피워 따뜻하게 아침을 해 먹고 희망찬 태양을 본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혹한에서도 우리 생명을 지켜 줄 보금자리, 오늘은 바로 은신처를 만드는 방법이다.

◆육체적·심리적 안정감 주는 은신처

모든 전투원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팀으로부터 격리되거나 적 지역에 고립돼 주야 연속된 도피생활을 할 수도 있다. 은신처는 이런 전투원들이 태양·비·바람·고온과 저온·곤충, 그리고 적의 관측과 수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다. 은신처에서 생존자는 육체적·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으며, 생존 의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은신처는 경우에 따라 물이나 식량보다 중요할 수 있다.

은신처는 기후와 지형을 고려해 적절히 운용해야 하고 특히 혹한기 및 혹서기 적응과 충분한 휴식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다면 심리적·육체적으로 안도감을 받을 수 있는 은신처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군인에게는 물어보나마나 가장 우선순위는 바로 적이다. 적의 관측과 수색으로부터 은폐할 수 있는 지역인지 따져야 한다.

생존의 경우에 민간인과 군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노출과 비노출의 차이라하겠다. 다음은 위장된 도피로가 있는지, 통신이 가능한 지역인지, 야생동물과 암반 추락·눈사태·침수 등 위험 요소는 없는지, 은신처를 위한 위장재료와 공간이 충분한 지역인지 등등이다.

적과의 접촉 여부와 상황의 긴박 유무에 따라 시간을 고려해 단순 급조할 것인지, 지상에 만들 것인지, 굴토와 설치를 병행할 것인지도 고려할 수 있다. 인간이 생존하기에 가장 부적절한 조건을 가진 겨울에는 어떻게 은신처를 구축할까? 동계 은신처는 눈·바람·추위를 막고 연료와 식수 획득에 지장이 없는 곳이라야 하며, 산악지대에서는 눈사태와 낙반의 위험을 고려해야 하고 주위 환경과 잘 조화될 수 있도록 위장해야 한다.

◆폭설지역, 큰 나뭇가지 밑 적당

혹한기의 생존자는 무엇보다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작고 아늑하게 만들어야 한다. 폭설 지역에서는 눈을 쌓아 만드는 것보다 눈을 파서 만드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그러나 지상에 돌출된 은신처는 쉽게 발견되기 때문에 가능한 자연적인 폭설로 오목하게 된 곳을 은신처로 사용해야 한다. 눈이 주변에 쌓여 있다면 숲에 널려 있는 큰 가지나 침엽수 밑의 공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중간 크기의 나무는 기둥 주변에 적당한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큰 나무는 가지 밑의 눈 속에 공간이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퍼져 있는 가지가 있는 나무 밑을 파보도록 한다. 동계 은신처 구축의 가장 큰 목적은 보온을 통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람이 통하는 입구는 막고 내부 온기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은신처 내부의 벽은 나뭇가지·갈대·산죽·덤불·이끼 등으로 엮어서 대어주면 냉기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입구는 좁게 하고 천막·나뭇가지·갈대 등을 엮어 이중으로 막아준다. 찬 공기는 입구 주위에 있으므로 잠자리는 입구 바닥보다 높은 것이 좋다. 지면의 보온을 위해 보온단열재(낙엽·짚·덤불 등)를 30cm 정도 깔아준다. 최대의 보온 효과를 얻기 위해서 내부 공간의 크기는 신체의 3배 정도가 적당하다. 내부에서 불을 피울 수 있다면 모닥불을 피우거나 달궈진 돌, 뜨거운 물을 넣은 수통을 침낭에 넣거나 몸에 품으면 체온유지에 도움이 된다.

시간적 여유가 충분할 경우 자신의 신체에 맞춰 땅을 파낸 후 달군 돌을 깔고 그 위에 뜨거운 재나 흙을 뿌려 편평하게 다진다. 그 위에 다시 마른 풀이나 낙엽·깔개 등을 깔고 자면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주의할 사항으로는 불을 피우면 그 열로 은신처 상단부가 녹아 물방울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비스듬하게 깎아내 녹은 물이 벽을 타고 내려가게 하며 내부에도 수로를 만들어 몸과 장비가 젖지 않도록 해야 한다.

<8>설산 속 숨은 위험 - 눈사태
눈 표층이 얼었을때 가장 위험 / 200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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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을 가다

1969년 2월 14일 국내 최초의 히말라야 원정대가 해외 원정을 앞두고 눈이 많은 설악산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히말라야는 오랫동안 쌓인 눈이 차가운 바람 등으로 얼어 있는 곳이므로 유사한 지형에서의 사전 훈련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훈련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청봉(1707m) 하단부 건폭골에 눈이 내린 후 바람과 찬기온으로 얼었다가 그 위에 다시 눈이 쌓여 또 다른 표층을 만든 판상눈사태인 줄 모르고 훈련하던 중 10여 명이 희생된 것이다. 이후 이곳은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기 시작했다.2주 전 주말을 이용해 후배 장교와 함께 겨울산에서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이 죽음의 계곡을 찾았다.

한눈에도 눈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경사가 30도에서부터 약 60도로 원정대가 훈련한 곳은 이러한 산으로 빼곡히 둘러싸여 다른 곳으로 피해갈 수 없었다. 정상에 오르려면 오로지 눈이 쌓인 그곳을 극복하고 가야 했을 것이다.한반도의 무대는 70% 이상이 산이다.

특히 겨울산에서, 높은 산에서, 산세가 험한 곳에서는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원정대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경우나 우리 군인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혹한기 훈련을 하는 것이 고립무원의 생소한 지역에서 활동할 때의 위험성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곳에서의 위험성에 대한 지식은 꼭 알고 있어야 한다.

◆20도 경사면 눈사태 잘나

산등성이에 쌓인 눈은 어떤 원인으로 인해 갑자기 붕괴될 수 있다. 낮은 하늘에서 급발진하는 전투기에 의해서, 눈과 사람의 무게 때문에, 또는 메아리로 인해서도 눈사태는 발생할 수 있다. 눈사태가 나기 쉬운 장소는 20도 이상의 경사면이다. 60도 이상의 경사면에는 많은 눈이 쌓이기 어려우므로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 적설량이 많거나 얼어붙었거나 초지(草地)에서는 20도 전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첫째로 유의할 것은 밑에 있는 오래된 눈 층과 표면 눈 층의 상태다. 오래된 눈 층이 두껍거나 표층이 얼어붙어 거친 상태가 되면 아주 위험하다. 이것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판상눈사태다.눈의 양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새로 내려 쌓인 눈은 결합력이 약해 눈사태가 일어나기 쉽고, 젖은 눈은 중량이 늘어 지탱하기 어려우므로 위험하다.

봄의 해빙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수목이 적은 급사면에서는 눈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강한 바람이 불거나 사람의 실수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경사지지 않은 능선을 활용한다. 눈 표면 상태가 안개 등으로 판별이 어려울 때는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많은 눈이 내린 후에는 세심한 주의를 하자. 그래도 사면을 걸어야 할 경우에는 옆으로 비켜 걷지 말고 일직선으로 올라간다.

횡으로 걸으면 사면을 발자국으로 자르게 되기 때문에 눈사태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훈련 중 그러한 눈사태 위험구간을 발견하면 돌아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그 지역으로 가야 한다면 개인별로 약 20m 정도의 끈을 몸에 묶는다. 혹 눈사태에 파묻히면 바깥쪽으로 나온 끈을 따라 구출될 수 있다.

◆눈사태에 휩쓸리면 수영을

눈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눈사태가 일어난 지역의 위쪽에 있을 때는 주변의 나뭇가지나 잡을 것을 이용해 신속하게 몸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눈에 휩쓸려 내려갈 때는 군장을 벗어버린다. 눈 위로 뛰어오르며 차츰 눈사태의 바깥쪽으로 이동하려면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돌출된 바위나 나무를 향해 간다.

만일 눈사태에 휩쓸리면 물속에서 헤엄치듯이 눈 속을 헤쳐나와야 한다. 깊이 묻히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더미에 묻힐 것 같은 상태라면 즉시 몸을 공처럼 구부린다. 즉, 무릎을 가슴쪽으로 끌어당기고 양팔로 얼굴을 감싼다.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질식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안면부를 보호하지 않으면 코와 입 등 호흡기를 눈이 막아버릴 수도 있다. 눈사태가 멈추면 팔로 숨 쉴 공간을 확보하고 팔을 들어 눈더미를 파헤쳐 빠져나오기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디가 위쪽이고 어디가 아래쪽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입에서 침을 흘러내리게 해서 침이 흐르는 방향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혼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때는 누군가 도우러 올 때까지 체력과 산소를 아껴야 한다. 공포감을 떨치고 침착하게 행동한다. 가까운 곳에서 발자국 소리나 말소리가 들리면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한다. 혹 눈사태로 파묻힌 동료를 구출하려면 구부러진 파이프를 이용해 그 지역을 수색한다.

끝이 구부러진 파이프나 도구로 옷이나 신체 부위가 걸리도록 해야 한다. 신속한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난자는 대부분 질식과 저체온증으로 동사한다. 개구리·뱀 등이 숨어 있다가 놀란다는 뜻을 의미하는 ‘경칩’이 지났다. 전군 대부분이 혹한기 훈련이 끝났겠지만 향후 폭설지역에서 훈련하는 부대가 있다면 주의해 안전하게 훈련하기를 바란다.

<9>독사로부터 살아남기-물린 부위 상단 묶고 혈액 짜내야
취침시 모기장으로 침낭 싸면 예방효과 탁월 / 200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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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사에 물리면 어떻게 될까?

시골 마을 섬에서 자란 필자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도와 밭논에서 일을 해야 했다.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고구마밭에서 김매기(잡풀제거)를 할 때였다.

한참 쪼그려 앉아 호미를 들고 김매기를 하던 중 무언가 내 손을 콱 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놀라서 뒤로 넘어졌는데 검은색 물체가 꾸불꾸불하며 밭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봤다.외관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선명한 구멍(이빨자국 2개)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고 손등에 압박감이 몰려오며 푸르스름한 색깔로 변하며 열이 나고 붓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내 손을 보는 순간 사태의 심각성을 아셨는지 급하게 집으로 데리고 갔다.보건소까지의 거리는 멀었지만 다행히 아버지는 수의사 생활을 조금 하셨기 때문에 응급수술 도구가 있었다. 물린 부위 상단부를 고무줄로 묶고 수술칼로 절개하기 전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많이 아프겠지만 참아야 한다.” 그리고 입으로 피를 계속 빨아내셨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아버지는 함부로 독사에 물린 상처를 빨아내면 안 된다는 상식을 알고 계셨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여하튼 나는 지금 그 당시 아버지의 용기와 결단·지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오늘 다룰 내용은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는 뱀이다.

■ 야지에서는 적절한 옷·신발 착용

기후가 온화한 곳에서는 세계의 어느 곳이든 독사를 볼 수 있다. 독사는 윗턱 앞에 한쌍의 독니가 두 줄로 나 있으며, 두 가지의 독액을 보유하고 있다. 마비·쇼크·호흡을 막는 신경독소와 적혈구를 파괴해 혈관을 손상시키는 용혈독소다. 독사에 물리면 심한 동통, 마비 및 호흡곤란, 부어오름, 파상풍, 쇼크, 피부가 진주색으로 변색 및 괴사된다.

뱀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전투원이 있다면 그것은 뱀의 혐오스러운 모습과 행동, 치명적인 독과 이빨을 갖고 있다는 경계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야지에서 옷과 신발·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전투원이 뱀에 물릴 위험은 벌에 쏘이는 경우보다 적으며 뱀에 대한 상식을 알고 있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뱀은 가능하면 사람을 피하며, 트인 길에서 벗어나 있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연히 밟거나 잡기 위한 행동을 하면 방어차원에서 공격한다. 뱀은 스스로 열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할 수 없는 냉혈동물이므로 활동과 소화, 영양분의 이동과 번식에 필요한 열을 태양으로부터 얻기 때문에 종종 햇빛이 비치는 따뜻한 땅이나 낙엽 위에서 몸을 감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뱀의 활동시기는 4월∼11월이다.뱀은 전 세계에 3500여 종의 종류가 서식하고 있다. 한반도에는 독사 3종(칠점사·까치살모사·불독사)과 무독사 8종(먹구렁이·황구렁이·능사·화사·석화사·실사·수사·기름사)으로 총 11종이다. 독사는 무독사에 비해 크기가 작으며 목이 가늘고 상대적으로 몸통과 머리가 크며, 독니(이빨)가 크고 날카롭다. 특히 머리가 삼각형 모양이다.

■ 물렸을 경우 알코올·담배는 금물

수풀이 우거진 곳이나 야간에는 뱀의 움직임을 발견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무성한 가지, 큰 바위 아래나 나무 옆에서 자는 것을 피해야 하고, 아래를 자주 살핀다. 이런 곳은 뱀에 그늘과 휴식처를 제공한다. 침낭을 깔기 전 아래를 살피고 더 안전하게 하려면 모기장으로 침낭을 감싸면 효과적인 장벽이 된다.

함부로 산에 있는 구멍에 손을 넣지 않으며, 독이 없다는 확실한 지식이 없다면 잡지 말아야 한다.뱀에 물렸을 경우 가까운 의료시설로 가서 조치받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적지에서 홀로 생존하는 전투원에게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상처 위 5㎝∼10㎝ 쯤을 벨트나 고무줄로 묶고 지혈시킨 후 상처 부위 양쪽을 강하게 압박해 혈액을 짜낸다. 이때 주무르거나 뛰지 않는다. 상처가 깊은 경우 칼이나 면도칼의 날을 불로 소독해 깊이 0.5㎜, 길이 1㎝ 정도 절개하고 입으로 독을 빨아낸다.(절개하지 않거나 입으로 독을 빨아내지 않으면 생존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한 상태로 발전할 것이다)

입 안에 상처나 충치가 있는 경우 소량의 독이 그 부위를 감염시킬 수 있으므로 구급낭의 흡각기나 소형 부항기가 있으면 사용한다. 독사에 물렸을 경우 알코올·음식·담배를 줘서는 안 된다. 이것들은 혈관을 확장시켜 체내 혈류의 흐름을 빠르게 해 독이 퍼지기 쉽게 한다.

야간에는 뱀에 물렸다는 것을 빨리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야간행군·작전활동·휴식 중 가시에 찔린 듯한 느낌에도 환부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움직임이 없고 죽어 있는 모습의 뱀이라도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 또 훈련통제하는 지휘자나 통제관들의 전투배낭에는 응급처치 도구가 필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

<10>해빙기 산악사고
토사 붕괴땐 뛰면서 헤엄치듯 벗어나야 / 200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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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도 한풀 꺾여 따스한 봄 냄새와 함께 새싹이 트고 봉오리들이 솟아나 대지가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늘 이맘때 들리는 언짢은 소식이 있다. 산악사고 이야기다.

산에서는 기온급강하·폭우·폭설·바람·벼락·강한 햇빛·어둠·안개 등 날씨 변화로 인한 위험과 산의 높이·산사태·낙석·급류 등과 같은 지형에 따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필자도 강원도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공용화기 시범식 교육 때 KM202 로켓을 사격하면서 로켓이 목표에 명중한 후 그 불꽃이 건조한 갈대에 붙으면서 큰 산불로 번질 뻔한 적이 있었다. 또 부대 정면에 있는 멀쩡한 야산 중턱이 폭우로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고, 전술훈련 중 비가 와 광대역 안테나가 벼락에 맞아 사고나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분명 이러한 위험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악사고는 미리 준비하고 충분히 훈련하고, 위험을 느꼈을 때 신중하게 대처한다면 극복이 가능하다.

◆ 산불 발생 시 바람을 등지고 우회,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도 고려

산불이 큰불로 번지는 경우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수목이나 풀이 건조해 타기 쉽게 돼 있을 때다. 초목이 말라 다시 싹이 나오는, 즉 3∼5월이 그 시기에 해당한다. 험한 지세 등 악조건이 수반되는 산에서는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끄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산에서 훈련 시 불을 피우거나 취사할 때는 마른 잎이나 가지 등을 미리 불 주변에서 멀리 떨어뜨리고 소화용 물을 준비해 두자. 또 불 주변의 풀이나 낙엽을 없애 연소를 막는 방화선을 충분하게 만들어야 한다.산불이 발생하면 개인의 힘으로 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불이 번지기 전에 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 될 때는 1초라도 빨리 안전지대로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산불은 산 정상으로 타 올라가지만 바람의 방향이 변하는 수도 있으므로 주위를 둘러보아 불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월 화왕산에서 발생한 산불처럼 피할 장소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때에 따라서는 불의 반대 방향이 아닌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급박한 상황이므로, 일단 전신 중 신체 일부에 대한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화마를 피할 수 없다면 빨리 배낭 속에 있는 물을 이용해 전신을 적신다. 불필요한 짐을 모두 버리고 배낭을 뒤집어쓰거나 노출된 피부를 가려야 한다. 물을 흠뻑 적신 천조각으로 코와 입을 막고, 다음은 밀려오는 불의 두께가 가장 얇은 부분을 찾아 신속하고 과감하게 뚫고 지나가야 한다. 단 이 방법은 심한 불기둥이 폭넓게 형성된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 토사 붕괴에 휘말리면 헤엄치듯이 이탈

경사진 곳과 바위 벽 아래를 지날 때 머리를 숙이지 말고 항상 머리 위에 주의를 기울여 떨어지는 돌에 맞지 않도록 한다. 작은 돌이라도 높은 곳에서 힘을 가해 떨어지는 돌은 그 충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암석 붕괴는 계절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계절에 바위의 갈라진 틈으로 들어간 물이 얼어붙어 부피가 팽창하며 굳어 있다가 기온의 상승과 함께 녹아 낙석이 많이 발생한다.산사태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약한 지반이 무너져 내리는 현상으로 급류로 땅이 깊게 파인 곳과 경사가 급하고 큰 나무들이 거의 없는 잡목지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산사태나 낙석 위험이 많은 바위 벽 아래나 경사지 아래에 천막을 쳐서는 안 된다.

또 폭우가 쏟아질 때는 빨리 안전한 장소로 자리를 옮겨 사고를 미리 예방한다. 만일 토사 붕괴에 휘말리면 눈사태 때와 같이 뛰면서 헤엄치듯이 이탈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딱딱하지 않은 대량의 토사에 밀려나더라도 흐르고 있는 동안이라면 수영하는 것 같이 손발을 움직이며 헤쳐나오도록 한다.

◆ 산 정상의 나무, 돌출 바위, 철제구조물은 낙뢰 위험 지역

벼락(낙뢰)은 구름이 갖고 있는 전기가 공기층을 뚫고 땅으로 흘러들어가는 현상이다. 벼락은 50만 볼트가 넘는 엄청난 에너지로 TNT폭약 66kg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힘과 같아 일단 벼락을 맞으면 거의 목숨을 잃는다. 그럼 낙뢰가 발생할 때는 어떻게 할까?낙뢰는 주변 지형 중에서 높은 곳에 떨어지기 쉽다.

높은 지대에 서 있는 나무·바위 옆은 위험하다. 산 정상이나 능선상에 있을 때는 낙뢰의 위험을 느낀 시점에서 20∼30m 이상 낮은 지대로 이동하고 바위 그늘이나 동굴 등으로 피한다. 물기가 있는 곳도 피해야 한다. 주변에 떨어진 낙뢰는 지면에 흡수되면서 물을 타고 주변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또 웅크리고 가능한 한 낮은 자세를 취한다. 평지에 있을 때는 땅에 엎드려 몸을 낮게 한다. 나무가 있을 때는 그 꼭대기를 45도보다 약간 넓은 각도에서 올려다보는 범위로 피신하는데 이때 나무에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된다. 벼락을 유인하는 것은 사람의 몸 자체이지 몸에 걸치고 있는 금속이 아니다.

하지만 머리보다 위에 올라와 있으면 그것이 금속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벼락을 유인하는 효과가 커진다. 안테나·높은 나무·돌출된 봉우리 등은 벼락 맞을 확률이 높아 위험하다. 특히 큰 철제구조물이 번개를 맞으면 갑자기 높아진 온도로 충격파가 발생해 폐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근처에 가지 않도록 한다.
<11>독초·독버섯을 경계하라
15분간 씹어보고 이상없어야 / 200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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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교관으로 전입오기 전인 2006년 8월 야외 생존실습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교장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동식물을 조별로 채집하는 시간이었는데 어떤 조가 교관의 주의사항을 무시하고 독초를 먹었다가 응급 후송된 것이다.

독초인 자리공을 발견한 한 조원이 이를 ‘더덕’이라고 확신해 4명의 다른 조원과 나눠 먹은 것. 자리공은 뿌리가 무같이 굵어 더덕이나 칡 같은 식용식물로 오판하기 쉬운 식물이다.오후 실습이 진행되던 중 독초를 먹은 조원들이 하나 둘씩 호흡곤란과 구토·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교관이 신속히 응급조치해 위기를 넘겼지만 조원들은 모두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고 제일 먼저 자리공을 발견해 절반가량 먹은 조원은 1주일 이상 치료받아야 했다.

해마다 올바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야생 독초·독버섯을 먹고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적지에 고립돼 식량 재보급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전투원은 이런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러므로 식물을 판별하는 능력과 응급조치 방법은 생존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지식이 된다.

◆ 식물은 유용한 에너지원이지만 독초·독버섯 구분은 필수

며칠 동안 낙오됐거나 도피 중인 전투원이 허기에 지쳤다면 빨리 영양을 보충해야 한다. 식물은 대부분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제공한다. 비록 균형 잡힌 영양소를 제공하지 못해도 인체 열량을 생산하는 데는 부족하지 않다. 땅콩이나 씨앗 종류는 충분한 단백질과 기름을 보충해주며 식물의 뿌리·열매 등은 당분·탄수화물을 제공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부상당했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약초로 쓰기도 한다.

무엇보다 생존자에게 식물이 중요한 이유는 야생동물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도 충분한 양을 구할 수 있고 태양·바람·불로 건조시켜 저장할 수도 있다는 것. 동물보다 조용히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적을 고려할 때 상당히 유용한 식량인 셈이다.대부분의 동물은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식물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45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데 이 중 2500여 종이 식용식물이고 1200여 종이 약용식물이다. 그러나 약용식물 중에는 독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식물도 허다하다. 따라서 허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지고 참을성이 부족해질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오감을 이용한 식물검사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투원의 생존 활동은 24시간을 넘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식용식물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이상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식물은 잎·줄기·뿌리·열매 어느 부분에 독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즉, 검사는 부위별로 해야 하는데 현 위치에서 가장 많이 획득할 수 있는 식물종을 먼저 검사해 시간 낭비를 줄여야 한다.

독성식물은 육안·후각·촉각 검사를 거쳐 이상이 없더라도 절대 먹으면 안 된다. 겉보기에 전혀 독초일 것 같지 않은 식물이 많으므로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신체 반응을 통해 좀 더 세밀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어서 전장에서 살아남은 전투원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전문가도 구별하기 힘든 독버섯

버섯이 기능성 식품으로 효능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일반인 사이에서 독버섯 중독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버섯 종류는 5000여 종으로 추정되는데 식용버섯이 350여 종, 독버섯이 9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버섯은 맛과 영양이 우수하지만 토양·기후·영양상태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자라 판별법이 정확하게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방대하다.

따라서 전문가들도 종류를 다 헤아릴 수 없고 확실하게 분별할 수 없다. 독버섯을 먹었을 경우 몇 시간 내 구토와 복통·두통·현기증을 시작으로 심할 경우 위경련과 설사·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데 이것도 독버섯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독성이 강한 광대버섯류는 소량만 먹어도 8~48시간 이내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다.

◆ 독초 중독 시 구토 최우선, 다음은 다량의 물 섭취

만약 홀로 생존한 전투원에게 독초·독버섯 중독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소화되기 전 독이 몸 전체로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진한 소금물을 마시거나 손가락을 목에 넣어 위 속의 내용물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그래도 나오지 않으면 많은 물을 마셔 독성을 최대한 완화시킨다.

숯가루나 밀가루가 있다면 물에 개어 마신다.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당연히 제일 먼저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제 산에 많은 산야초와 독초들이 자라나는 계절이다. 짧은 지식과 호기심으로 독초·독버섯을 먹는 어리석은 일이 다시는 전투원들에게 발생하면 안 될 것이다.

<12>저체온증
급격한 체온 저하·초기 탈진증세 /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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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은 민주지산 사고 10주년 추모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날 혼을 나눈 우리의 전우 6명이 천리행군 도중 민주지산 정상 부근에서 저체온증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래서 지난해 같은 날 그곳을 찾았다.

민주지산은 충청북도 영동에 있는 해발 1241m의 산이다. 정상 도착 전 약 8부 능선부터는 아직도 쌓인 눈이 녹지 않았을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변화무쌍해 따뜻한 피복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당일 산행이라도 매우 힘들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수십 갈래의 칼능선과 산바람,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들과 흰눈은 생존에 대해 연구하는 필자에게 사뭇 뭉클한 마음으로 다가왔다. 누가 다녀갔는지 충혼비 앞에는 향이 피어오르며 하얀 국화꽃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숙연한 마음으로 참배하고 복귀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전우 중 한 명일 것이라는 생각을 뒤로 한 채….

민주지산 인명 손실 사례는 여러 가지 악조건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일어난 사고다. 천리행군 5일차의 피로 누적과 행군 중 지속적으로 비를 맞아 옷이 젖어 있는 상태였다. 폭설과 풍속 30knot의 강풍으로 기온이 급강하해 민주지산 정상 부근의 체감온도는 영하 34도에 이르게 됐고 결국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었다. 이는 시계가 제한된 상태에서 체온의 급격한 소모로 초기 탈진증세가 저체온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 저체온 시 호흡량·심박수·심박출량 감소

젖은 옷과 바람은 신체의 열손실을 촉진시키고 근육의 수축 속도와 파워를 감소시키며,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공기온도가 어는 점보다 높아도 체온이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기능 상실은 세포온도가 10도 변화할 때마다 대사 반응이 정상 수준의 절반으로 느려지는 것과 관련 있다. 그 결과 신체를 차갑게 하면 졸음이 오도록 만들며 심지어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체온 저하의 가장 중요한 영향은 심장에서 나타난다. 저체온에 노출된 인체는 호흡의 빈도와 양이 감소한다. 이는 심박수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줄어든 심박수 때문에 심박출량도 감소한다. 즉, 신체 중심 및 말단 부분 전체로 신속하게 혈액을 공급할 수 없어 결국 체온은 더욱 떨어지고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게 된다. 이때 저체온증 환자들은 심박과 호흡이 너무 약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저체온증이 차가운 물에 빠져 일어났다면 심폐소생술(CPR)이 지체없이 바로 시작돼야 한다. 지상에서 일어났다면 약간의 시간을 이용해 생명 징후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이 정말 필요한지 가려내야 한다. 저체온증 환자들은 심장기능에 심각하게 장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치료와 이동 시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모든 저체온증 환자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도 훈련된 의료진에 의해 검사돼야 한다.

◆ 전장생리를 기초로 한 피복·장비·식량 연구소 설치 필요

민주지산 사고가 발생한 후 지휘관과 군수 관련 분야에 계시는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현재 군은 피복체계에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특전사에 보급된 우수한 성능의 기능성 고어텍스, 기능성 속옷과 고어텍스 전투화 등 그 당시와 비교할 때 전투원들의 임무와 특성을 모델로 한 소재와 기능·모양 등 커다란 구조적인 변화가 진척됐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지난달 30일자 국방일보 1면에 게재된 ‘피복·장구류 전문 연구개발을 위한 조직의 필요성 제기’라는 기사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이미 다른 선진국들은 조직적이며 효율적인 연구소와 개발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전투의 주체인 ‘인간’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 모두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인체의 생리 연구를 통해 ‘인간과 전장 환경과의 관계’를 기초로 조직은 체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미 육군 환경의학연구기관(USARIEM)에서는 극한의 더위와 추위·고지대·체력단련·영양·식량·수중·야간 등 환경이 전투원들의 건강과 능력, 전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

이곳에는 피로연구실·장갑의료연구소·기후연구소·극지방연구소·영양실험실 등이 있으며, 내부 근무자들은 현역 군인을 포함해 생리학자·심리학자·영양사·의사·수의학자까지 다양하다. 열, 추위실험, 생체역학, 운동생리, 뼈 연구, 유전 및 생화학실험 등이 병행되고 있으며 네틱(Natick) 육군 연구개발 실험실과 함께 자료를 공유한다.

즉, 적과 환경에 대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결국 전투원이며 특히 임무특성상 근거리에서 교전하는 지상군의 경우 피복과 장비·식량에 대한 고차원적인 연구소 설치가 필요하다 하겠다.

사진설명:행군 중인 육군3군단 장병들. 산악지형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변화무쌍해 따뜻한 피복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체온의 급격한 소모를 유발,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자료사진

<13> 극한의 상황
‘동물도 먹을 수 있는 용기 필요’ /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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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다음으로 가장 긴급한 요소는 식량이다. 갈증에 대한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했다면 배고픔 해결을 위한 걱정이 앞설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 생존한 전투원은 자연 속에서 굶주림을 채우고 정상적인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먹어야 한다. 독이 있는 몇몇 종을 제외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먹을 수 있다. 생존 상황에서 인간으로서 극복해야 할 첫 번째 문제는 바로 그 생물들을 먹을 수 있는 용기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디스커버리 채널 ‘Man vs Wild’의 ‘베어 그릴스’는 극한 상황에서 약한 인간이 절대적인 자연에 맞서 살아남는 방법을 매우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국 특전단 출신으로 생존훈련 과정을 배운 그는 지렁이·애벌레·메뚜기·뱀·토끼·날생선은 기본이고, 메기·죽은 얼룩말·사슴·코끼리의 대변 속 수분·전갈 등 인간의 몸에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먹는 경이롭기까지 한 생존력을 보여주고 있다.

적지에서 장기간의 굶주림에 직면한 전투원이라면 1주일 이후부터는 배고픔이 생물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앞서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자연 속의 생물도 자연이 주는 전투식량이라는 생각을 갖고 올바른 판단력으로 초기부터 용기를 갖고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 굶주림의 초기, 작은 생물 획득에 집중

동물성 음식은 식물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즉각적인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쉽게 얻을 수 있는 작은 야생 동물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곤충류갑각류·물고기와 파충류· 연체동물 등은 더 큰 동물을 잡기 전이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생존 활동 시 중요한 식량이 된다.

곤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에너지원이다. 같은 양의 소고기에 비해 단백질이 세 배가량 많다. 썩은 나무는 개미·딱정벌레·굼벵이 등이 서식할 수 있는 좋은 장소로, 습기가 있는 돌이나 나무 아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곤충류는 날것으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딱정벌레나 달팽이 종류처럼 등에 딱딱한 껍질을 갖고 있는 생물은 기생충이 있으므로 익혀 먹어야 한다.

곤충들을 잘 모아 햇볕에 말려 가루로 만들어 먹거나 식용식물과 함께 싸서 먹으면 좀 더 먹기에 수월하다. 물론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익혀서 먹는 것이다. 잡은 후에는 날것으로 먹기 전에 깨끗한 물에 몇 분간 담가 놓으면 물속에서 흙과 배설물을 배출시켜 정화시킨다. 민물새우는 연못이나 호수의 진흙바닥을 좋아하고, 가재는 야행성이며 시냇물의 돌·바위 아래나 부드러운 진흙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 어류는 비가 오기 전 먹이 활동 활발

물고기는 단백질과 지방을 대표하는 식량으로서 생존자나 도피자에게 좋은 영양분을 제공한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습성을 알아야 한다. 비바람이 오기 전에 먹이 활동이 활발하고 비가 온 후에 물이 불거나 흙탕 물에서는 먹이 활동이 줄어든다. 유속이 심한 곳에서는 나무 아래나 굴곡진 곳에서 쉬고, 잎이 무성한 곳이나 바위 아래, 통나무 밑 그늘진 곳에서 쉰다.

민물고기 중 독을 가진 고기는 없지만 일부는 척추나 아가미에 돌출된 가시를 갖고 있어 맨손으로 잡을 경우 쏘일 수 있으며 통증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바닷고기들은 염분으로 기생충이 거의 없으므로 날것으로 먹어도 안전하지만 민물고기는 먹기 전에 익히는 것이 좋다.개구리·도마뱀 등의 양서류는 민물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 개구리 중에서도 무당개구리처럼 배 안쪽이 빨갛거나 몸 전체가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것, 종을 구별하기 힘든 것 또는 등쪽에 ‘X’자형 모양을 가진 개구리는 잡지 않는다. 두꺼비는 피부에 다른 동물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한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으므로 주의한다. 파충류도 단백질의 원천이지만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 잡지 않는다. 뱀은 날것으로 먹을 수 있으나 기생충을 포함하고 있어 불에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 대부분의 조류와 포유류는 식용 가능

새는 거의 모든 종(種)을 먹을 수 있다. 조류도 다른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잡기 위해서는 일반적 습성을 알아야 한다. 밤에는 손으로도 비둘기를 잡을 수 있고, 둥지를 트는 새는 다가가도 떠나지 않는다. 새는 이른 새벽이나 저녁에 먹이를 잡거나 물을 먹을 때 규칙적인 비행로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비행로를 관찰해 잡기 좋은 위치를 선정해 그물로 잡을 수도 있다.

덫과 올가미를 설치하려면 가장 좋은 장소는 둥지 주변이나 물을 먹는 주변이다. 장기간 생존에 대비해 둥지에 있는 새알을 획득하고 1∼2개 정도 남겨 둔 후 표시를 해 둬 차후에 신선한 새알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한반도 내의 모든 포유류는 먹을 수 있다. 다만 포유류를 잡기 위한 소음, 지상의 덫과 올가미 등은 적에게 발견될 수 있으므로 눈에 띄지 않게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허가 없이 야생동물의 수렵과 포획, 올가미·덫을 야산에 놓는 것은 불법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생존 활동을 목적으로 한 전투원에게 해당되는 내용임을 강조하는 바이다.

<14> 동물을 잡기 위한 기초과정, 흔적찾기 (상)
배설물·발자국 등으로 알아내 / 200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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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아버지는 고희가 넘으신 연세에도 엽총과 사냥개를 데리고 다니며 사냥철에 꿩과 같은 동물을 잡으시곤 한다. 어려서 총을 만져보며 그 위력에 놀라기도 하고, 사격도 해 보며 신기해 했지만, 총과 사냥개가 없는 적지의 생존자에게는 지식과 창의력이 바로 생존력이고 사냥법이다.

야생동물의 수와 종류는 많지만 야생에 적응되지 않은 인간의 눈에는 확연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동물의 흔적을 통해 움직인 표시를 알 수 있다면 사냥하는 데 어떤 방법을 적용할 것인가, 무슨 미끼를 쓸 것인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주변의 현상을 감지해 동물을 획득해야 한다.

보통 야생동물의 흔적은 배설물, 섭식(먹은) 흔적, 발자국과 자취, 땅이 파인 흔적 등으로 동물의 크기와 종류·행동을 알 수 있다.

◆ 초식동물 배설물은 동그랗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나뭇가지, 갉아먹은 흔적이 있는 견과류, 일부분만 먹다 버린 열매, 씹힌 흔적이 있는 가지, 육식동물이 먹다 버린 작은 동물 등은 부근에 사는 야생동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버려진 열매나 견과류는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발견되며 버려진 먹이는 덫의 미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보관한다.

배설물을 통해서도 비교적 동물의 종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동물의 크기는 배설물의 크기와 양에 따라 추측할 수 있다. 오래된 배설물은 딱딱하고 악취가 없으며, 얼마 되지 않은 것은 물기가 남아 있고 냄새가 난다. 포유류의 배설물은 대부분 강한 악취가 나며 그 동물의 영역 표시와 이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소·사슴·토끼와 같은 초식동물의 배설물은 동그랗고 풀이 남아 있다.

반면 야생 고양이나 여우 등 육식동물의 배설물은 길고 뾰족하고 작은 동물의 털과 뼈가 발견되기도 한다. 조류도 배설물을 통해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작은 씨를 먹는 새의 배설물은 대부분 소량의 액체다. 반면, 부엉이나 독수리 배설물에는 물고기·새·곤충·들쥐 등 소화되지 않은 것들이 섞여 나온다. 물컹한 배설물을 통해 부근에 식수 공급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몸집이 작은 새는 항상 물과 가까운 곳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 발자국의 형태로 동물을 판단

대부분의 동물들은 고정된 습성을 갖고 있으며 식수와 먹이 공급처, 주거지를 중심으로 일정한 경로로 움직인다. 동물의 발자국은 주로 젖은 땅이나 눈 위, 식물이 무성한 곳에서 발견된다. 그 선명함과 습기를 통해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 수 있고, 발자국이 깨끗할수록 최근의 것이다. 이른 아침에는 땅에서 발자국을 보는 것으로 분별이 가능하다. 만약 발자국에 이슬이 내렸거나 거미줄이 처져 있다면 적어도 몇 시간은 지난 것이다.

많은 동물이 앞발과 뒷발의 발자국 모양새가 다르다. 어떤 동물은 곤충과 감자 등을 찾기 위해 코로 땅을 파기도 한다. 멧돼지는 시력이 나쁘지만 잡식성이라 지상의 먹이를 찾기 위해 꽤 방대한 양의 흙을 뒤집어 놓는다. 흙이 푸석푸석하고 새 흙이 계속 나온다면, 한 곳을 집중적으로 오랫동안 판 것이다. 큰 진흙 구덩이가 발견된다면 멧돼지가 근처에 있다는 표시다. 작게 할퀸 자국은 다람쥐가 싹을 찾으려고 판 것이다.

◆ 미끼는 적당한 양과 크기로 여러 번 나눠 활용

미끼를 사용하는 것은 동물을 잡는 기회를 증가시키므로 포유류나 조류·어류 등 모두 미끼를 사용해 잡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미끼는 잡고자 하는 동물의 식성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미끼를 활용한다. 주변에서 미끼를 구할 수 없다면 전투식량이나 특전식량을 이용한다.

전투식량의 쌀을 덫 주변에 흩뿌려 놓거나 특전식량의 땅콩버터 쥐포·햄 등은 포유류나 조류 등이 좋아하는 미끼다. 단 양과 크기를 적당하게 나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어류를 잡을 때는 지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벌레를 사용해 낚싯바늘에 매달아 사용한다.

◆ 덫 제작 시 냄새 제거와 위장 필수

동물을 잡는 방법은 그물·함정·덫·기타 방법이 있다. 이 중 포획 가능성이 가장 높고 효과적인 것은 덫을 이용한 방법이다. 덫의 작동 원리는 주로 짓누르기·목조르기·매달기·옭아매기며 두 가지 이상의 원리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덫도 있다. 간단한 덫은 노끈이나 철사줄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15> 동물 사냥하기 (하)
힘 좋고 덩치 큰 포유류는 올가미로 /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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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비해 동물들은 많은 고기와 영양소를 제공하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보다 시각·청각이 예민하고 민첩하며, 본능적인 경계심으로 속임수를 쓰지 않으면 포획하기 힘들다. 이 속임수가 바로 사냥을 위한 덫과 올가미·미끼·위장·냄새제거 등이다.

덫은 어두워지기 전에 설치하고 짐승들이 올가미가 있는 곳 이외에는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장애물을 설치한다. 머리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올가미를 만든 후 불을 피워 연기로 사람 냄새를 없애고, 근처에 동물의 피나 내장을 뿌려 유도한다.

포획하고자 하는 동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덫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생존자는 기대 이상의 동물을 잡아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 포유류는 올가미나 함정을 이용해 포획

힘이 좋고 몸집이 큰 보통의 포유류는 올가미와 함정을 이용한다. 묶는 올가미는 인계철선·철사·낙하산줄 등으로 둥글게 고리를 만들어 한 쪽을 나무에 고정해 두고 짐승이 걸리면 수레바퀴 죄듯이 꽉 조이는 방법이다. 이 올가미는 작은 동물의 목이나 큰 동물의 다리 등을 옭아 맬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덫이다.먼저 잡고자 하는 동물의 머리 크기보다 조금 큰 고리를 만든다.

그 고리를 동물의 몸통 크기를 고려해 목이 걸릴 수 있는 높이에 설치한 다음 단단하게 고정됐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고리를 세우기 위해 작은 가지로 고정하기도 한다.달아매는 올가미는 어린 나무를 휘어서 그 나무 끝을 깎아 땅에 박은 후 올가미 끈을 매어 놓는 방법이다. 이 올가미는 동물이 걸리면 나뭇가지가 펴지면서 매달리게 한다.

올가미의 넓이는 잡으려고 하는 짐승이 꼭 공중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적당하다. 달아매는 올가미는 토끼·여우 같은 동물에게 적당하며 양 방향에서 접근하는 동물을 모두 낚을 수 있고, 스스로 탈출하기가 힘들고 다른 포식자에게 먹힐 염려가 없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혹한에는 올가미가 얼어붙어 동물이 걸려도 올가미가 곧게 펴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추운 지역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가용한 굴토 도구가 있다면 땅에 구덩이를 파 함정을 만들 수도 있다. 구덩이를 만든 후 내부에 나뭇가지를 뾰족하게 깎아 날카로운 면을 위로 꽂아 놓는다. 다음에 구덩이 입구를 썩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이용해 위장한다.

◆ 조류는 그물·덫·막대올가미로 포획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조류는 식용이 가능하다. 보통 그물·덫·막대올가미·새총 등으로 포획할 수 있으며 새가 많이 출몰하는 나무나 지역에 막대올가미를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포획할 수 있다. 직경이 약 1.5cm∼2.5cm 정도인 작은 올가미를 나뭇가지나 막대에 많이 매달아 둔다.

새들이 즐겨 앉는 나뭇가지나 둥지에 올가미를 높이 세운 막대를 견고하게 받쳐 놓는다. 그러면 새들이 날아 오를 때 머리와 다리 부분이 올가미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올가미에 걸린 새가 다른 새를 유인해 또 다른 새들이 걸릴 수도 있다.

◆ 철사·가시·뼈를 깎아 급조 낚싯바늘 제작

어류를 잡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낚싯바늘과 미끼가 있어야 한다. 핀·바늘·철사·금속을 이용해 낚싯바늘을 만들 수 있고, 나뭇가지나 뼈 등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이 물체들을 혼합해 급조 낚싯바늘을 만들 수도 있다. 어류는 나뭇가지가 물가로 넘어와 그늘이 진 곳, 하천의 굴곡이 진 곳, 작은 소용돌이가 치는 곳, 하천과 하천이 만나는 곳, 바위나 나무 아래에서 쉬거나 움직인다.

이 때문에 이런 지형을 잘 파악해야 한다. 고깃덩어리나 곤충·지렁이 등은 효과적인 미끼가 된다.노출 우려가 있는 환경에서는 낚시 도구를 물속에 잠기게 함으로써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선 두 개의 나뭇가지와 그 나뭇가지를 연결하는 세 가닥 이상의 끈이 필요하다. 먼저 세 가닥 이상의 짧은 낚시 줄을 만들고 그 낚시 줄을 지탱줄과 연결한 뒤 그 지탱줄을 지탱목에 묶는다.

준비해 놓은 미끼를 끼워 마지막으로 냇가나 연못에 고정되게 박아 놓는다. 수심이 낮은 곳이 적당하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차후에 조심스럽게 낚인 생선을 회수한다.또 다른 방법으로는 긴 낚시 줄 끝에 돌을 달고 간격을 둬 낚싯바늘을 단다. 미끼를 끼워 그 줄을 물 밑으로 내려 수면과 중간, 강바닥에서 층별로 움직이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밤사이에 내렸다가 아침에 거둘 수도 있지만 낮에도 풀이 우거진 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도 사용 가능한 방법이다. 만일 물고기를 잡지 못했더라도 주기적으로 확인해 미끼를 갈아줘야 한다.겨울철과 같이 수온이 낮은 경우에 고기는 깊은 물에 모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수온이 떨어지고 얼음이 얼었을 때는 얼음을 깨고 막대를 몇 개의 구멍에 설치하고 묶어 둔 천이 위로 올라가면 당겨 올려 물고기를 잡는 방법도 이용할 수 있다.

<16> 고체온증의 예방 (상)
고온서 훈련시 갑자기 한기 느끼고 피부에 소름 돋는다면 즉시 쉬어야 / 200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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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부대는 다양한 활동을 주로 낮시간에 시행하고 있다. 이맘때면 바람은 선선하게 불지만 직사광선에 노출된 전투원의 머리와 몸은 착용한 각종 장구류와 높은 습도로 정상 체온보다 높아진다. 이때 일부 허약한 전투원이나 고강도 훈련으로 체온이 급상승한 전투원은 인체의 체온기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열장애(온열손상)를 겪고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열장애 발생의 메커니즘

고온에서의 활동은 심장혈관계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 여기에 체온조절을 위한 요구가 추가될 때 심장혈관계는 더욱 부담을 받게 된다. 이때 순환계는 근육에서 생성된 열을 피부로 전달, 땀으로 방출해 체온을 유지한다.

고온에서 전투나 훈련을 하면 이런 균형을 이루기 위해 상당량의 심박출량이 ‘피부’와 활동하는 ‘근육’ 사이에 배분돼야 한다. 하지만 혈액량은 제한돼 있어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한 곳으로 흐르는 혈액이 증가하면 다른 쪽으로의 흐름은 자동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 무장뜀걸음을 할 때 인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생각해 보자. 신체 활동을 하려면 근육으로 보다 많은 혈류·산소가 전달돼야 하고 대사적 열 생산도 증가한다. 이때 발생한 과다한 열은 신체 외부로 방출하는 피부로 혈액 흐름을 증가시켜 발산된다. 그러나 모든 혈액이 근육으로 흘러가면 피부로의 혈류를 필요한 만큼 늘릴 수 없다.

즉, 고온에서 활동하는 동안 인체의 열 제거 기전은 제한된 혈액량을 더 많이 공급받기 위해 근육과 경쟁한다. 이 때문에 극한 상황에서는 어떤 분야도 적절하게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다. 당연히 땀 분비는 고온에서 활동할 때 증가하며 이것은 빠르게 탈수와 전해질의 과부족으로 몰고 간다.

또 고온 환경이 지속되면 심장혈관계에 더 큰 부담을 줘 심박 수가 증가한다. 또 땀 생산과 호흡 증가는 더 많은 에너지와 산소를 요구한다. 근육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면 더 많은 근육 글리코겐 사용과 젖산 생성을 유도한다. 이는 근육의 글리코겐 소모를 촉진하고 젖산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피로와 탈진의 원인이 된다.

격한 전투활동을 하는 동안 신체는 체표 면적 1㎡에서 시간당 1ℓ 이상의 땀을 흘린다. 덥고 습한 날에 전력을 다하면 평균 체격의 사람은 시간당 1.5~2.5ℓ 또는 몸무게 중 약 2~5%의 땀을 흘린다.

이때는 단 몇 시간의 훈련으로도 체액은 위험할 정도로 빠져나간다. 이처럼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량이 줄어드는데 이는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고 열 축적을 방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혈액량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적인 전투를 하는 전투원의 땀 분비는 몸무게의 6~10%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격심한 탈수는 이후 추가적인 발한작용을 제한, 열과 관련된 질병에 걸리기 쉽도록 만들 수 있다. 거기다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과도한 열 획득(기온·습도·풍속·복사량 등)이 겹치면 전투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 열경련의 증상과 치료

열 질병 중에서 가장 가벼운 질병인 열경련은 골격근의 심한 경련이 특징이다. 활동 중 가장 심하게 사용한 근육에서 제일 먼저 발생하는 열경련은 과다한 발한작용에 수반되는 무기질 손실과 탈수로 일어난다. 환자를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음료수나 식염수를 공급하면 치료할 수 있다.

◆열탈진의 증상과 치료

열탈진은 극도의 피로, 가쁜 호흡, 현기증, 구토, 창백한 혈색, 차갑고 축축하거나 뜨겁고 메마른 피부, 저혈압, 약하고 빠른 맥박 같은 증상을 수반한다. 이는 신체 요구사항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는 심장혈관계의 불능을 야기한다. 체온조절장치가 작동하지만 피부까지 적절한 분배를 하기 위한 혈액량이 불충분해 열 발산을 제때 할 수 없을 경우에 발생하며 체력이 약하거나 더위에 익숙지 않은 전투원에게 주로 나타난다.

치료는 우선 쇼크를 피하기 위해 서늘한 장소에서 발을 높게 하고 휴식을 취한다. 만약 의식이 있다면 소량의 소금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게 한다. 음료 없이 소금만 주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의식이 없다면 생리식염수를 정맥으로 주입해야 한다.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열사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

◆열사병의 증상과 치료

열 질병 중 가장 심각한 질병인 열사병은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혼수상태로 진행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40도 이상 체온이 상승하고 발한작용이 중지되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피부는 뜨겁고 건조하며 빠른 맥박과 호흡이 나타난다. 고혈압과 정신적 혼돈, 무의식도 전형적인 증상. 환자의 몸을 차가운 물이나 얼음물로 채운 욕조 속에서 빨리 식히거나 젖은 헝겊으로 몸을 감싼 다음 시원한 바람으로 식혀 치료할 수 있다.

열사병은 인체의 체온조절 기전의 실패로 발생한다. 또 훈련 중의 체열 생산은 훈련 강도와 몸무게에 좌우된다. 따라서 비슷한 수준의 열 순응 상태에서 동일한 활동을 할 때 체중이 무거운 전투원이 가벼운 전투원보다 과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고온에서 훈련할 때 갑자기 한기를 느끼고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면 활동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냉수를 충분히 마셔야 한다.

<17> 고체온증의 예방 (하)
고온엔 수분 흡수보다 배출이 빨라 훈련땐 전투식량·수분 충분한 섭취를 / 20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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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증이 꼭 겨울에만 발생하지 않듯이 고체온증도 기온이 21∼26도와 같은 쾌적한 환경에서 활동할 때 일어날 소지가 있다. 대사열의 생산은 체온조절 장치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위협적인 상황에서 전투원은 열 생성과 체온 상승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활동량을 낮춰야 한다.

머리를 치는 듯한 압박을 계속 받고, 또 한기를 느낀다면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아주 근접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려면 몇 가지 간단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 군의관의 현장 위치와 임무에 부합하는 간소한 복장 착용

훈련 책임자들은 온도지수 및 환자예방 점검 리스트를 활용하고, 훈련 현장에 온도계를 비치해야 한다. 이동 중이라면 훈련 병력과 동참해 현장에서 응급처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대에 훈련하면 한낮의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복장은 또 다른 주요 고려사항이다.

옷을 많이 입을수록 주변 환경과의 접촉을 줄여 열 교환을 가능케 하는 신체의 면적이 줄어든다. 즉, 전투복·특수조끼·방탄복·헬멧·장갑 등으로 차단된 신체의 온도와 습도는 열 발산을 막아 체온을 굉장히 높은 단계로 상승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열사병의 상태를 빠르게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임무에 부합하는 간소한 복장 착용이 필요하다.

◆ 고온에서는 복합탄수화물·단백질 적절히 섭취

땀 분비를 통해 인체는 상당한 양의 수분을 배출한다. 그러므로 체내에 수분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인체 심부 온도와 심박 수의 증가를 둔화시켜 안정을 유지시킨다. 더위 속에서 최대 땀 배출 속도는 몸이 수분을 흡수하는 속도보다 시간당 1.5배 빠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땀으로 배출된 수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에 이르게 된다.

경험이 적은 병사들은 자발적으로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지 않으므로, 지휘자들은 현장에서 부대원들이 충분하게 물을 마시도록 지도해야 한다. 시원한(약 15∼21도) 물은 위에서 몸 전체로 빨리 흡수되므로 충분한 수분 상태를 유지하는 데 좋다.

또 음료수(파워에이드·게토레이·차·청량음료·레모네이드·우유 등)는 전투원들이 물이 필요한 만큼의 수분을 보충하는 데 적당하다. 음식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더위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얻지 않으면 탈수와 열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30∼40도의 환경에서는 그보다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훈련할 때보다 더 많은 칼로리가 소모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매우 더운 환경에서는 불필요한 행동들을 제한하기 때문에 하루 에너지 필요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장기간의 지속적인 훈련 중 음식을 적게 섭취하면 체중 감소를 불러와 결국에는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손상시키며 필요한 소금량을 제한하게 된다.

그리고 전투식량은 꼭 먹어야만 한다. 전투식량은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염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메스꺼움 또는 구토·근육경련 등의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전투식량은 필요한 염분을 보충하지만, 음식 섭취가 많이 줄었다면 추가로 소금물을 보충해야 한다. 소금 양은 스푼의 3분의 1에 1ℓ 정도의 물이면 된다.

더운 날씨 훈련에서의 최적의 식단은 복합탄수화물에 중점을 두고 단백질· 지방을 적절히 포함하는 것이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단백질·지방의 함량이 적은 식품(빵·크래커·과일·주스 등)들은 부대의 식단과 함께 인체에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게 해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증대시키고 체중 손실을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 열순응 훈련 시 초기 훈련 강도 60∼70%

더위 날씨에서 훈련을 여러 날 지속하면 신체의 열 발산 능력에 점진적인 적응이 일어나며 온열손상 발생 가능성을 줄인다. 이러한 신체의 적응 현상을 열순응이라고 한다. 훈련을 시작할 때 열순응된 전투원은 보다 빨리 발한작용을 시작하며, 열 제거가 쉽게 이뤄진다. 열 전달을 위해 피부로 흐르는 혈액량은 그만큼 줄어들고, 더욱 많은 혈액을 활동적인 근육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열순응 이후에는 이전보다 더욱 많은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 같은 양과 강도의 훈련을 하더라도 더운 날씨에서는 낮은 온도에서 할 때보다 많은 양의 근육 글리코겐이 사용된다. 열순응은 근육 글리코겐 소모량을 50∼60%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전투원들의 열순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더운 날씨에서 실제로 훈련해야 한다.

자신의 활동 일부분은 하루 중 가장 더울 때 가지며 더위에서 5∼10일 동안 훈련하면 거의 대부분이 순응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나친 열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서는 처음 며칠 동안은 훈련 강도를 60~70%로 감소시킨다. 물론 이때도 온열손상의 징후와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훈련할 때에는 어떠한 증상도 경계해야 하며 가능한 한 많은 물을 마셔야 한다.

<18> 혼자 무기만들기
돌을 갈아 나무에 묶어 사용 ‘위협적 창’ / 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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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주말에 산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일반적인 등산로보다는 길이 없는 곳으로 다니며, 어려운 길을 택해 나가는 형식의 산행을 주로 감행한다. 간혹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이런 위험한 상황을 고려해 유사시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게 칼을 배낭의 옆구리에 부착한다.

이처럼 적지에서 도피활동을 하거나 생존의 상황에 홀로 남게 된 전투원은 어떤 이유에서든 무기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하지만 없다면? 주변 환경의 재료를 이용하는 지식과 기술을 통해 필요한 무기를 급조할 수도 있다. 무기는 돌과 나무를 이용해 도끼와 칼, 창, 활과 화살 등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 생존자에게 급조무기는 공격·방어력의 확장

돌도끼는 원거리에서는 거의 사용이 불가하다. 그러므로 화기로 무장된 적과 마주친다면 방어력에 취약성을 가진다. 그러나 비무장된 적과의 대치나 예상치 못한 위험한 동물을 만났을 때는 전투원의 공격 및 방어거리를 확장시킬 수 있다. 돌도끼는 돌과 나무, 묶을 수 있는 재료만 있으면 충분하다.

먼저 ‘Y’자 모양의 나뭇가지를 찾은 다음, 그 사이에 들어갈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돌을 끼우고, 가지의 위와 아래를 줄로 견고하게 묶어주면 된다. 돌의 무게는 충분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어야 하며 충격에 쉽게 깨질 정도로 얇아서는 안 된다. 나뭇가지는 손아귀에 잘 맞는 직경으로 단단한 생나무를 고른다. ‘Y’자형 나뭇가지를 고르기 힘들면 일자형의 윗 부분을 쪼개어 돌을 끼워 만든다.

◆ 칼은 돌, 동물 뼈, 나무, 금속, 유리로 제작 가능

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나쯤은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하는 장비다. 구멍을 내거나, 자르거나, 베거나, 찢기 위해 사용하고 동·식물을 획득하고 다른 편의 도구를 만드는 데 시간을 줄이며, 더욱 견고하고 튼튼하게 제작하는 데 유용하다. 칼이 없으면 자연에서 대용품을 급조해야 한다. 돌, 뼈조각, 나무나 금속류가 재료가 될 수 있다.

돌칼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날카로운 단면을 가진 돌과 그 돌을 깨뜨려 다듬기 위한 가볍고 무딘 돌, 그 돌의 자루 부분을 얇고 평평하게 깎기 위한 뾰족한 돌이 필요하다. 먼저 깨뜨리는 돌로 날 부분을 원하는 모양대로 조금씩 깨뜨리며 다듬는다. 다음 뾰족한 돌을 이용해 자루 부분을 눌러 돌 박편이 떨어지도록 한다. 모양이 완성되면 돌을 갈아 더 예리하게 만든다.

이 돌칼은 나무에 부착해 던지는 창으로도 쓸 수 있으며 동물을 해체할 수도 있을 만큼 예리하다. 돌을 다듬을 때 나오는 돌촉을 이용해 창촉으로 쓸 수도 있다.뼈칼은 동물의 다리뼈를 단단한 돌로 내리치면 부서지며 날카로운 부분이 나타나는데 이 부분을 돌에 갈아서 날카롭게 만든다. 나무를 이용해서도 칼을 만들 수 있다.

대나무는 견고한 칼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재료다. 먼저 길이 약 30cm, 직경 2.5cm 정도의 직선으로 길게 뻗은 나뭇가지를 찾는다. 다음 15cm 정도의 부분에서부터 칼날을 형성시켜 끝 부분까지 얇게 깎아서 만든다. 깨진 유리날은 강도는 약하지만 자르고 베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창은 단거리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기

창은 비교적 단거리에서 아주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길이 약 1.5∼1.8m, 직경 3cm 이내의 곧은 나무를 이용해 만든다. 이 상태에서 끝을 날카롭게 깎기만 해도 창은 완성된다.


그러나 좀 더 안정된 비행과 충격을 가하려면 나무 끝을 쪼개어 돌촉을 끼우고, 줄로 묶어 견고하게 제작한다. 끝에 칼을 끼워 만들면 살상효과를 높일 수 있다. 가장 간단하게 창을 만들 수 있는 재료는 역시 대나무인데 약 1.5m 이내의 대나무를 이용해 끝을 약 45도 각도로 밑에서 위로 빗겨서 잘라내면 죽창이 만들어진다.

◆ 전투기술의 극대화=첨단장비 사용+ 원시 생존능력

현재 무소음총이나 원거리 저격총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숨어 있는 적도 찾아내 무력화시키는 첨단화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 추세에 비춰 볼 때 칼이나 창, 활과 화살은 왠지 모르게 원시적인 생각이 들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용할 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첨단 전력을 자랑하는 미군도 3주간의 특수부대 생존훈련과정 중에 무기를 직접 제작하도록 한다. ‘포트 캠벨’에 있는 특수부대 생존훈련소에서는 주변에서 획득가능한 재료를 이용해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도록 한다.그 훈련의 목표는 바로 “인간을 변화시키는 데 있으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초라한 전투원이라도 최소한의 자기 방어를 통해 생존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함인 것”이다.

전투프로는 지급된 모든 장비와 화기가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필요한 순간에 정확하고 의식적으로 사용돼야 하며 필요할 경우 직접 제작도 해야 한다. 즉 첨단장비의 사용과 더불어 최악의 조건에서의 원시적인 행동, 이것이 적지에서의 생존력을 극대화하는 전투기술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19> 기초 생존의학(상)
응급처치는 상황 발생 후 5분 내에 / 20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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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나 타인의 실수로 몸을 다치는 경우를 경험한다. 넘어지거나, 떨어지거나, 부딪히거나, 날카로운 물체에 베이거나 하는 등 외부 압력이나 충격을 받을 경우 상당한 통증과 정신적인 쇼크를 경험하게 된다.

전시에 이러한 부상을 입는다면 거의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강하하다가 다리가 골절되거나, 교전 도중 관통상을 입게 된다면 그 전투원은 임무수행이 불가능해지며, 팀 전투력에도 막대한 손실이 된다. 부상과 질병은 전시 생존에 항시 대두되는 중대한 문제다.

또 부상자들에 대해 최초 응급처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정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전우의 생명을 구하고, 불구를 예방하고, 치료 기간을 단축해 전투력을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초생존의학은 별다른 도구 없이 응용 가능한 응급처치법이므로 유사시에 대비해 알아 두는 것이 현명하다.

◆ 호흡 확보와 지혈, 쇼크 예방을 우선 실시

적지에서 직면하게 되는 응급처치 상황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호흡과 과다출혈방지, 쇼크 예방이다. 호흡 정지 때에는 인공호흡을, 심장 정지 때에는 심폐소생술을, 출혈 때에는 지혈법을, 의식 상실 때에는 쇼크방지법으로 우선 처치한다. 응급처치 우선순위의 원칙을 고려해 당황하지 말고, 환자의 상태를 침착하게 판단해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응급처치는 보통 4단계 순서로 실시하며 위급한 상황에서도 숙달된 행동이 나오도록 평소에 숙지하고 연습해야 한다.호흡기능이 저하돼 저산소증이 발생하면 뇌는 심각한 손상을 받을 수 있다. 호흡이 중단되면 3분 이내에 뇌조직이 손상되기 시작하고, 4∼5분이 경과하면 뇌기능이 정지된다. 5분 이상 경과하면 뇌와 신경세포가 생명력을 잃게 돼 산소가 재공급돼도 의식이 회복되지 않거나 상당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겪는다.

그러므로 응급처치는 상황 발생 후 5분 내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 구조호흡은 호흡이 정지됐거나 의심이 갈 경우 시행한다. 호흡이 정지됐더라도 심장박동이 계속되면 소생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심장이 활동하고 있는 한 구조호흡은 쉬지 않고 계속해야 한다. 구조호흡과 심폐소생술은 평소 해당 부대 및 학교기관에서 배우는 것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 상처의 직접 압박, 지혈대로 출혈 최소화 필요

출혈이란 혈관으로부터 혈액이 외부로 빠져나오는 것을 말한다. 보통 성인에게는 5∼6ℓ의 혈액이 있다. 이 중 부상으로 1ℓ 이상 혈액이 유출되면 순환 혈액량의 감소로 저혈류량 쇼크가 생긴다. 2ℓ의 출혈은 심각한 쇼크를 유발하며, 3ℓ 이상의 출혈은 치명적이다.

지혈은 상처 부위의 혈관을 압박해 혈액순환을 감소시켜 출혈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직접압박법은 손바닥으로 상처를 압박해 출혈을 막고 소독된 거즈나 깨끗한 헝겊으로 두텁게 접어 상처 바로 위에 대고 붕대로 감아 10∼20분간 눌러주는 방법이다. 압박대를 이용해 상처를 덮었으면 피로 젖어도 떼어 내지 않으며, 1∼2일 후 다른 압박대로 교체한다.

국소거양법은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함으로써 출혈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주로 팔이나 다리의 출혈을 지혈하기 위해 사용하나 이 방법만으로 출혈을 멈추기 어려우므로 직접압박법을 병행한다. 지압법은 출혈 부위로 향하는 혈관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방법이다. 잠시 동맥성 출혈을 억제하는 데 유용하다.

대개 직접압박법과 병행해 실시하며 만일 압력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상처 부위 바로 위쪽에 접히는 손목, 발목, 목 등의 혈관 부위를 눌러줘야 한다. 단, 긴 시간 동안 압력을 목에 가하면 의식불명을 초래할 수 있다. 목에는 지혈대를 감지 않는다.

지혈대는 동맥을 차단할 목적으로 상지나 하지를 압박하는 밴드로 지혈이 되지 않을 경우 사용한다. 지혈대는 상처로부터 근육이 많은 상단부 5∼1cm 부근에 단단히 매고, 출혈 부위는 심장 높이보다 올려 혈류를 감소시켜야 한다. 손, 발, 팔과 다리의 절단이나 상박 및 대퇴부 지혈시는 지혈대를 상처 바로 위에 감는다.

지혈대가 없으면 삼각건과 붕대, 손수건, 허리벨트, 질긴 덩굴식물 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지혈 후에는 부상자의 지혈 부위를 약 15분 정도 간격으로 1∼2분씩 느슨하게 해 줘야 한다. 지혈 부위의 혈액 흐름이 장시간 정지됐을 경우 피부조직이 괴사해 상처 부위를 절단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 기초 생존의학(하)
쇼크시 수평으로 눕히고 옷 풀어줘야 / 200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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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의 기초 생존의학은 쇼크 방지와 개방성 창상 시 생존자의 응급처치법이다. 쇼크 자체는 병이 아니다.

쇼크란 순간적인 혈액순환 감소에 의한 산소결핍으로 허탈한 상태가 나타나는 증세다. 주로 급격한 상해를 동반한 출혈·화상·골절 등에 기인하며 손상이나 출혈이 심할수록 발생하기 쉽다.

쇼크의 종류는 많지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불안감(초기 증상), 차가운 피부, 식은땀, 산소 부족으로 인한 청색증(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것으로서 특히 입술·눈 아래에 나타남), 빠르고 불규칙한 호흡, 약하고 빠른 맥박, 소변량 감소, 혈압 및 체온하강, 현기증, 구토, 의식불명 등이 있다.

이 증세가 나타나면 ‘의식이 있는 환자’와 ‘의식이 없는 환자’로 구분해 조치해야 한다. 부상자의 머리와 몸을 수평으로 눕히고, 옷을 풀어주며 이때 두부 손상 환자를 제외하고는 머리를 낮춘다. 체온유지를 위해 젖은 옷은 가능한 한 빨리 벗기고, 노출된 부분을 모포나 상의·외투 등으로 덮어준다. 지면의 냉기를 막기 위해 밑에 적당한 재료를 깔아준다.

차가운 지면과 맞닿은 신체는 지면으로 열 전도가 빨라 열손실을 가속화한다. 그러므로 오히려 상부를 덮기보다 지면의 냉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두텁게 재료를 깔아줘야 한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전문산악인들이 좋은 침낭보다 매트리스에 더 신경쓰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또 처치 도중 호흡과 심장박동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수액보충은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따뜻한 물·소금·설탕 또는 차 등의 음료를 조금씩 먹이고, 의식이 없거나 두부 및 복부손상 환자에게는 음료를 줘서는 안 된다. 만일 홀로 생존 활동하는 전투원이라면 쇼크 증상이 느껴질 때 태양·바람·추위 등에 노출된 장소를 피해 지상에서 발을 머리보다 높게 들고 휴식을 취해 마음의 안정을 취해야 한다.

◆모든 상처는 세균감염 동반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으로 피부 혹은 조직이 단절·파열되는 것이 창상이다. 창상이 발생할 경우 지혈과 쇼크방지를 통한 응급처치 후 상처 부위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외부에 노출된 상처 부위는 동시에 세균이 침입한다고 볼 수 있다. 세균침투 후에는 번식을 시작해 상처 밑의 조직으로 침투해 독소를 발산하고 노출된 환경 조건에 따라 24시간 이내에 현저한 감염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상처 부위를 깨끗이 유지하고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 세균에 감염됐다면 상처 부위가 빨갛게 변하고, 열과 통증이 있으며, 세균 덩어리인 노란 분비물이 생기며 붓는다. 따라서 이물질이 창상 속에 남아 있으면 소독약으로 깨끗이 소독한 다음 바늘이나 날카로운 물건을 불에 달궈 소독한 후 이물질을 제거한다. 이물질 제거 후 소량의 혈액을 배출시켜 오염된 상처 부위를 깨끗이 한 후 소독하고 보호해 준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구더기·소변으로

홀로 생존해 어떤 의료장비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구더기를 이용한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방법은 이렇다. 먼저 환부를 덮고 있는 더러운 옷을 제거한다. 다음 환부를 물로 닦아내고 소독해 준다. 충분한 양의 물이 없으면 자신의 소변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소변은 바로 받아낸 것일수록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환부가 보기에 불쾌하고 냄새가 나더라도 덮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오염된 고름이라도 지속적으로 흐르도록 놔 둬야 한다.

항생제를 갖고 있지 않다면 상처는 계속 심하게 감염된다. 그 다음 하루 동안 파리들에게 환부를 노출시킨다. 구더기가 생기면 상처를 그대로 두되 매일 점검한다. 구더기가 성장하며 죽은 피부 조직을 먹어 오염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상처에서 통증이 심화되고, 맑은 빨간피가 나온다는 것은 새살이 돋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구더기를 제거하기 위해 깨끗한 물이나 소변으로 상처를 되풀이해 씻어낸다.

며칠 동안 4시간마다 상처를 점검하고 구더기가 사라졌는지 확인한다. 상처에 큰 나뭇잎·천·가죽·옷을 덩굴식물이나 줄 등으로 감고 잘 관리하면 새살이 돋고 회복이 빨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 방법은 매우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 미군의 생존교범에 수록돼 있을 만큼 역사적으로 증명된 방법이기도 하다.

<21> 성공적인 도피
위장과 방향유지가 도피의 기본 / 200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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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걸프전 당시 영국 SAS 특수정찰팀 6명은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체에 대한 정찰감시와 지하에 매설된 전송케이블을 절단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발견돼 장갑차와 보병의 공격을 받게 된다.

소수였지만 중화기로 무장한 SAS는 66㎜ 대전차 로켓으로 장갑차를 파괴하고, 이라크군이 주춤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병력 배치가 취약한 지역으로 교전과 기동을 반복하며 시리아 국경까지의 도피를 시도했다.

본국과의 무선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최대 하루 85km를 주파하기도 했지만 결국 기온이 영하 23도(야간)까지 내려가는 악조건 속에서 동사하거나 사살되고, 마지막 1명은 시리아 국경에서 체포돼 도피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포위 시 취약지점을 선택해 돌파한 점과 방향 유지, 신속한 상황판단 그리고 도피 과정에서 보여준 기본원칙 준수와 초인적인 행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사실은 ‘브라보 투 제로(Bravo To Zero)’라는 전투영화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오늘의 주제는 이처럼 적 후방지역에 고립 또는 차단된 작전요원이 신체상 구속받지 않은 상태에서 적의 구속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노력과 활동, 도피(evasion)다.

◆ 위장은 먹지·나무껍질·숯·진흙· 열매를 이용

성공적인 도피에는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이동 시 노출된 부분에서는 포복을 하며, 공제선을 회피한다. 이동하기 전 목적지에 몸을 은폐할 수 있는 은폐물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정지간에는 항상 엎드린 자세로 관찰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이 위장이다. 안면 위장 시 부위별로 높고 빛을 반사하는 부위(이마·코·귀·턱)는 진하게, 낮고 그림자가 지는 부위는 엷게 칠한다.

목 뒤·팔·손등과 같은 노출된 부위는 전투복처럼 불규칙적인 무늬로 칠한다. 위장용 크림이 없을 경우 먹지·나무껍질·숯·진흙·열매를 이용하고, 또 모자나 마스크·그물을 이용한다.저격병들이 보통 소지하는 위장복(길리수트)을 갖고 있다면 주위 환경과 조화로운 위장으로 노출과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저격수 교육 중에는 이 길리수트를 제작하는 방법을 교육에 반영하는 것도 좋은 위장교육이 될 수 있다.시계·안경·펜과 같은 빛이 나는 물체는 외부로 노출시키지 말고, 시계의 알람과 정각 소리가 꺼져 있는지 확인한다. 마크·명찰·계급장을 제거하고, 비누·화장품·껌·사탕·담배는 소지하고 있더라도 사용하지 않는다.

소리가 날 만한 장비는 사전에 고정시키고, 신발을 천으로 감으면 발자국 소리를 줄일 수 있다. 도피 중 획득할 수 있는 식량과 물을 구해 차후 활동을 위해 비축하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한다. 도피 중 갑작스러운 체력의 소모나 적의 추격, 수색 등으로 며칠 동안 음식과 물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철사나 바늘을 천으로 문지르면 북쪽을 향한다

이동하고자 하는 방향을 알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은 지도와 나침반이다. 도피 활동은 언제 어느 때라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도와 나침반이 없는 상황에서도 동서남북 방향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태양과 막대그림자를 이용하는 방법은, 태양은 항시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약 1m 내의 막대를 땅 위에 수직으로 꽂은 후 그림자의 끝에 돌을 올려 놓는다.

다음 약 15분 후에 움직인 그림자 끝에 다른 돌을 놓는다. 두 돌이 놓인 지점에 선을 긋는다. 먼저 표시한 돌에 왼발을 놓고, 다음 표시한 돌에 오른발을 놓는다. 그러면 북쪽을 보고 있는 것이다.시침과 분침이 있는 손목시계가 있어도 방위를 알 수 있다. 먼저 시계를 잡고 시침을 태양쪽으로 향한다. 다음 시침과 12시 사이를 양분하는 방향이 남쪽이다. 별자리를 이용해서도 알 수 있다.

북극성은 북극 바로 위에 위치해 방향을 잡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쪽 하늘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별자리에는 북두칠성으로 잘 알려진 큰곰자리와 카시오페이아가 있는데 이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으며 기상이 좋으면 1년 내내 볼 수 있다. 북두칠성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두 별을 잇는 연장선의 5배 거리에 북극성이 위치한다.

나침반이 없을 시에는 철사나 바늘을 천으로 문지르면 자성을 띠게 돼 북쪽을 가리킨다. 그러나 자성이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자주 문질러준다. 다음 균형을 맞춰 바늘을 실에 매달면 된다. 자석으로 문지른다면 자성이 더욱 크며, 한 방향으로만 문지르도록 한다. 기타 자연 현상을 이용한 방법으로는 잘려진 나이테 중 넓은 부분이 남쪽, 좁은 부분이 북쪽이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하므로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잔가지와 잎이 무성한 곳이 남쪽이며, 반대로 나무껍질은 찬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남쪽보다 북쪽이 두껍다. 습기가 충분한 곳에서는 햇빛을 적게 받아 이끼가 많이 낀 곳이 북쪽이다. 도피의 성공과 실패는 곧 도피 및 생존자의 전술적인 행동으로부터 기인함을 명심해야 한다.

<22> 수면을 통한 전투력 복원
24시간 지속적 전투 직후 최소 4시간은 잠을 자야 / 200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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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 시 인간의 불안전한 요소 ‘수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계획 훈련을 하다 보면 모든 군인이 경험하는 현상이 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신체반응이 무뎌지며 지각능력과 책임감이 떨어져 수면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게 되는 것.

첨단 장비가 개발되면서 야간이나 악천후, 다른 나쁜 조건에서도 전투원은 은밀하고 효과적으로 작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야간은 인체의 생리적인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 특히 전투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수면’이라는 생리적 현상을 요구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인체는 어떤 현상을 겪을까. 전장에서 신체가 산소나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근육을 움직이면 ‘산소부채(빚)’를 만든다. 이는 피로유발 물질인 젖산 축적을 빠르게 유도하므로 휴식을 통해 회복되기 전까지 신체의 정상기능이 제한된다. 또 수면방해는 업무수행능력 저하와 직결된다.

근육은 수면 없이도 계속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뇌는 그렇지 못해 18∼24시간 이후 전투원들의 인식능력이 먼저 저하된다.

◆ 지각능력 저하는 24시간 이후부터

일반적으로 야간에는 지각·생리적 능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없다. 특히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된 직후 능력 저하가 심해진다. 휴식 없는 전투는 전투원들의 체력·인내력보다 정신력을 더 급속하게 약화시켜 작전수행능력을 저하시킨다.

수면부족은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일으킨다. 멍한 시야, 충혈된 눈, 창백한 피부, 청결하지 못한 개인위생 등이 대표적. 또 서 있을 때 몸이 흔들리고, 앉아 있을 때 턱을 떨어뜨리며 손의 악력이 약해진다. 또 체온이 낮아지며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언어구사가 불분명해진다. 지각능력 저하는 보통 24시간 이후부터 시작된다.

미 육군부대 활력분석모델 자료에 의하면, 적절한 식사를 하고 충분한 물을 마신 건강하고 젊은 전투원들도 수면 없이 24시간 계속 활동하면 정신적 능력이 25% 이상 감소했다. 능력저하는 나이가 많고 허약하며 적절하게 먹고 마시지 못한 전투원들에게 더욱 커진다.

정보처리능력도 떨어져 수면 없이 36시간이 지난 전투원들은 암호해역, 발신돼 오는 신호를 50%밖에 인지하지 못했다. 특히 폭파량 계산 및 회로구성, 항공화력 요청, 음어해독, 표적감시 등과 같은 업무는 탄창교환, 행군 등 일상 활동보다 훨씬 어려워진다. 주의력도 감소해 양말 갈아신기, 수통 물 채우기, 총기 수입 같은 간단한 행동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전투원들은 수면 없이 계속 작전을 수행한 후에는 오전 4부터 7시 사이 대부분 깊은 잠에 빠져 버린다. 결과적으로 이 시간대에는 경계, 합리적사고 및 문제 해결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거나 대충 처리하기 쉬워진다. 이는 실전보다 훈련 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분적인 수면부족이 5∼7일간 지속되면 주의력과 작전수행능력은 이틀 동안 완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한 수준 정도로 저하되고 완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48∼72시간이 경과하면 작전임무수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 15분 이상의 수면도 전투 시 집중력 회복 효과

순간순간 짧은 선잠을 자는 것은 저하된 전투사기나 취약성의 표시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표시다. 물론 사전에 완벽한 경계임무가 선행돼야 하겠다. 침투전이나 교전준비 중에도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데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절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오후에 가장 능률적이며 여명 이전에 가장 능률이 떨어진다. 또 장소에 상관없이 오후 2시쯤과 습관적인 수면시간 바로 전 등 하루 두 번 졸릴 수 있다.

전투 장소에서도 전투원이 육체적·정신적으로 탈진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최고의 긴장과 격심한 전투상황에서는 순간순간 짧은 수면으로 전투원들이 평정상태를 유지토록 한다. 완전 회복은 불가능하겠지만 15분 또는 그 이상의 방해받지 않는 수면도 부분적으로나마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

각종 훈련·전투 후에는 전투력을 보존할 수 있는 수면시간(훈련시간÷3=적정수면시간, 적정수면시간÷2=최저수면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보통 24시간의 지속적인 전투 직후 전투원은 최저 4시간의 수면을 필요로 한다고 미 육군 전투병센터는 설명한다. 48시간 후에는 8시간의 수면, 72시간 이후에는 최소 12시간 수면·휴식이 필요하다.

이때 10시간의 수면을 최장으로 하고 추가적으로 2시간의 휴식을 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면은 비상상황을 대비해 신체에 저장할 수 없다. 휴식이 수면을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수면만이 수면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전투원들이 발휘하는 능력 수준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체임을 인식한다면 상황과 여건을 고려한 수면 통제는 장기간의 힘든 훈련일수록 필수적이다.

자료 : 계속되는 작전 상황하에서의 전투피로와 스트레스 관리. 육군교육사령부
: 수면 박탈 후 운동이 생체리듬에 미치는 영향. 한국체육대학교

<23·끝> 생존력은 곧 전투력
모든 장병은 군복입는 순간 ‘전사’ / 20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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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교관으로서 마음속에 담아 뒀던, 그리고 하고 싶었던 핵심사항과 ‘생존력은 곧 전투력’임을 강조하며 전투원으로서 갖추고 준비해야 할 내용과 향후 미래전장에서 전투 및 생존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에 대해 소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 생존능력은 곧 전투능력

‘생존’은 어려운 환경을 개인의 능력으로 극복하고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필자가 작성한 기고문의 대부분은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알아야 할 필수지식과 기술 위주로 작성했다. 그러나 팀·조직과 부대 차원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결국 생존이란 적과 싸워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준비하고 발전되는 개인역량, 교육훈련과 모든 무기 및 비무기체계가 성공적인 전투임무수행을 위한 생존의 영역에서 다뤄진다고 나름대로 정의한다.

고립무원의 적지에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장병으로부터 평소에 부대가 실시하는 교육훈련, 여기에 정책적으로 지원되고 발전되는 과학기술과 첨단무기체계가 모두 장병의 생존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생존은 단순한 개인의 기술을 뛰어넘어 전장의 한 기능으로서 의미를 확대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즉, 생존능력은 전투능력이며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부대, 그리고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 자발적인 노력으로 체력, 정신력, 전투기술 향상

모든 장병은 군복을 입는 순간 ‘전사’임을 인식해야 한다. 부대가 개인과 팀에 임무를 부여할 시 오차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부단히 관리하고 부대별 임무특성에 부합하는 예측 가능한 교육훈련을 소화해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인정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자발적·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물론 그 기준은 장병이며 동시에 인간으로서 달성가능한 것인지 심사숙고하는 단계가 선행돼야 한다. 모든 군인은 임무와 보직에 상관없이 전투원이다. 어떠한 순간에도 임무완수에 대한 집착과 본능적인 생존기질을 발휘해 삶을 유지하고 무사히 복귀하며 다시 전선에 투입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이것이 생존이며 바로 ‘강한 전사, 강한 군대’의 핵심구성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 강한 전사 육성을 위한 제도적인 여건 조성 필요

지난주에 EBS 교육방송국에서 ‘리얼 체험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PD로부터 인터뷰 제의를 받았다. 육군(보병·헌병·특전사), 해군·공군·해병대·공익근무요원 출신의 예비역 장병들이 무인도에서 20일간 표류하며 생존하는 영상을 보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생존능력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프로젝트는 주로 식량 및 식수구하기, 은신처 제작, 상대방 은신처 습격 및 도피, 불피우기 등 20일간 단지 3일간의 식량을 휴대한 채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느냐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모두 출신 부대의 명예를 걸고 아는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 최고의 전사로 뽑히기 위해 생존활동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총 8명 중 공익근무요원과 일반 보병 출신 2명은 중간에 복귀했다. 남은 6명 가운데 특전사 2명과 해병대 1명 등 3명만 모든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군 복무 시 부대 특성에 맞는 전투임무 위주의 훈련을 받았고, 생존력의 중요성이 강조된 부대 출신인 만큼 다양한 방법과 상황조치능력으로 타군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생존에 성공했다고 보여졌다.

부대에서 계획된 훈련을 실전적· 현실적으로 수행하다 보면 그것이 몸에 체득돼 반응하게 된다. 이것이 전투기술의 향상이다. 또 이 같은 다양한 개인 능력이 임무를 중심으로 응집돼 팀워크의 극대화를 달성하게 된다. 여기에 악천후와 동계·고산 등 특수한 환경에서의 훈련 경험, 즉 극한의 체험이 중요하다.

특수환경 극복 프로젝트, 오지탐사, 해외고산등반, 백두대간 종주, 무인도 생존훈련 등의 민간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있는데 군도 소수의 인원이라도 선발된 인원들이 연례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여건이 뒷받침됐으면 한다.

◆ 전장생리 연구 및 피복·장비·물자 연구소 설치

개인·부대의 성공적인 전투 여건은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가능하다. 다양하게 바뀌는 전장 환경과 활동 영역에서 인체는 끊임없이 노출되고 변화하며 수용하고 거부한다. 베트남 정글의 습지와 높은 습도, 이라크의 고온환경, 개마고원의 혹한의 추위나 고지대의 저산소, 수중의 추위와 고기압, 야간의 시도불량 등은 장병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 불안정성은 바로 장병 개인의 체력과 정신력·전투기술 등 자체적인 능력배양과 함께 부대 교육훈련을 통해 좀 더 수준 높게 완성된 전투기술과 팀 조직력, 그리고 여기에 과학적인 기술력이 배가되면 극복이 한결 용이해진다. 즉, 다양한 특수환경(전장)에서 전투원에게 발생하는 불안한 생리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과 전투원에 관련된 총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환경과 인체의 관계를 규명하는 전장생리와 인간내성에 최적화한 피복·장비·식량·물자·훈련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기관의 설립이 뒤따라야 한다. 장병 신체 상태와 보급된 피복·장비·식량 등이 대부분의 자연 조건을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된다면 장병들은 오로지 전투임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불안한 환경을 극복하는 과학화한 모든 장비가 새롭게 개발·지급될 때마다 전투원들은 보다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적보다 발전된 화기와 장비로 무장할 때 전투원들은 수준 높은 필승의 신념을 다짐하게 될 것이다.

연재를 마치며
지난해 12월 ‘야전서 살아남기’ 연재 제의를 받은 이후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오늘 23회로 그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그동안 쓴 글을 장병들이 흥미를 갖고 읽었을까, 도움이 되는 코너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기대 반의 설렘으로 작성했다.

다행히 여러 부대에서 홈페이지에 국방일보 코너를 제작해 많은 인원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을 보면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까지 ‘야전서 살아남기’ 코너를 애독해 준 모든 독자와 평소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격려해 주신 부대 지휘관님과 참모님들, 바쁜 중에도 자기 일처럼 그림을 그려준 김경훈 상사와 모든 교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