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할아버지의 산소

낙동대로263 2010. 7. 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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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철 없던 시절에는 조상이 뭔지도 몰랐었는데 ....

지금의 나이에 들어서니 ... 나에게 있어서 조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듯말듯하다.

 

얼굴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할아버지가 계셨다는 사실은 절대불변의 진실이고,

사진으로만 본 할아버지의 모습은 삶에 지친 한 중년 남자의 얼굴이었는데 ...

그 사진도 빛 바랜 흑백 사진 한장만 남아서 한 번 꺼내 볼 때마다 상할까 조심스럽다.

 

가까운 조상에 속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자손으로 하여금 .. 내내 그 분을 보고싶게 만든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산소를 찾았다.

 

생전에 밥보다 반찬보다 고깃국보다 좋아하셨다는 소주 한 병을 사 들고서 .....

 

 

 

 

 

여기가 할아버지가 계신 경남 양산의 솥발산 ( 鼎足山 ) 공원묘지이다...  솔밭산 아닙니다. 솥발산 입니다.

 

 

 

 

공원묘지의 전경 ... 시원하게 경관이 좋아서 할아버지도 좋아하시리라 믿는다.

경치 뿐만 아니라 친구분도 있으리라 ... 싶으다.

 

 

 

 

 

할아버지의 산소이다... 경주 이씨 익제공파 이규업 씨가 할아버지의 성함이시다.

 

 

 

 

1887 년 11 월에 태어나셔서 1934 년 6 월에 돌아가셨으니 .... 47 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

시골 촌 구석에서 논밭 약간을 가지고 농사지으며 살아가던 고단한 농촌의 가장이 한창 일할 47 세라는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 남은 식구의 삶이 어떠했으리라 하는 것은 짐작이 된다.

 

만일 ,,, 내가 47 살에 세상을 등졌다면 내 가족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 하고 생각하니 섬뜩해 진다.

섬뜩은 커녕 생각도 하기 싫다.   우짜든동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신 이유가 술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계시는 그 곳에서는 조금만 잡수셔서 또 술 때문에 무슨일이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할아버지 ...

 

 

 

 

할아버지 산소를 한 번 찾아가려면 새벽부터 설쳐도 한 밤중에 집에 돌아올 만큼 산소가 첩첩산골 골짜기에 있어서 우리네 자손들이 찾아뵙기가 하도 어려워서 이 곳으로 이장한 것이 2008 년 10 월 7 일이다.

그 산골짜기 유택보다는 여기가 친구도 많고 경치도 좋고 양지발라서 할아버지는 분명히 이 곳을 더 좋아하시리라 믿는다.

이장한 후에 할아버지께 새 집이 어떻습니까 ... 하고 여쭈었더니 좋다고 하신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시는 것으로 들렸다.

 

 

 

 

자손의 이름들이 적혀있다....

무려 5 남 2 녀의 자식을 두고 47 세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

할머니의 고단한 삶이 지금에사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는다.... 얼마나 .... 얼마나 .... 어려운 삶이셨을까 .... 눈물이 난다.

농사지으시랴 ... 7 명의 자식을 거두시랴 .... 쉬시고 주무실 시간이나 제대로 있었겠는지 ....

 

나는 겨우 자식 둘을 키우면서도  ....   창피해 진다.

 

불쌍한 할머니 .... 불쌍한 할머니 .... 살아계실 때 철없이 굴던 기억이 살아나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 ....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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