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생존방법

어떻게든 버텨야 살아남는다.

낙동대로263 2021. 1. 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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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TMI] #1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세상은 그들을 기적이라 부른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위기들을 겪는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그 크기가 엄청난 나머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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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위기들을 겪는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그 크기가 엄청난 나머지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게 되기도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위기라면 인간 특유의 ‘생존 본능’이 십분 발휘되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 체념과 포기의 단계에 이를 것이고, 이는 곧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서도 생존의 끈을 놓지 않고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이 있다. 그들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들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자.

 

 

재난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어떻게든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다

대규모 재난·재해 현장에서 인간의 목숨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다. 물불이 난무하는 엄청난 힘 앞에서 인간은 너무도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위기 상황을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생존율은 극도로 떨어질 터… 하지만 반대로 위기 상황 속에서 끝까지 버티고 버텨 살아남은 특별한 사례도 없지 않다.

우리 기억 속에 가장 깊게 남아있는 사례는 바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의 생존자들이다. 그해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삼풍백화점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깔려버렸고, 총 502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실공사를 은폐하기 위해 제대로 된 경고나 대피조차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죽거나 갇히고 말았다. 그러나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 구조작업이 시작되고 열흘이 지나면서 모두의 기대가 사그라질 때쯤이었다.

사고 발생 11일 만에 콘크리트 밑에 깔려 있던 남성 최 모 씨가 구조된 것이다. 이어 이틀 뒤에는 여성 유 모 씨가, 그리고 그로부터 나흘 후에 또 다른 여성 박 모 씨가 살아 돌아왔다. 특히 박 씨는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채로 17일을 생존했다.

이들은 답답하고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 있는 동안 장맛비로 인해 흘러 내려온 물을 마시면서 버텼고, 잠시나마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구조를 기다렸다. 최후의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5년 네팔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수도 카트만두의 대규모 지진 현장에서 붕괴된 건물에 갇혔던 한 20대 청년이 8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리쉬 카날이라는 이 남성은 무너진 호텔 잔해에 깔린 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구조대의 소리가 들리자 자신을 둘러싼 잔해를 필사적으로 두드리며 위치를 알렸다. 구조대원이 이를 들은 지 수 시간 만에 그는 캄캄한 잔해 더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는 좁은 공간에서도 정신을 놓지 않았고, 자신의 소변을 마셔가며 끈질기게 기다렸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결과였다.

1년 뒤 규모 7.8의 강진이 덮친 에콰도르에서는 무려 13일 만에 구조된 70대 생존자가 있어 화제가 됐다. 당시 72세였던 남성 마누엘 바스케스는 골절과 탈수 증세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660명이 숨지고 4천605명이 다친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순간의 기지가 가른 생사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에서 살아남는 이들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초인적인 기지 혹은 이타심에 기반한 희생정신이다. 이러한 행동과 판단은 타인과 자신을 함께 구해내곤 한다.

2009년 1월 15일 승객 150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운 US에어웨이즈 소속 1549편은 미국 뉴욕 라과디아 국제공항을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더글러스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항공기는 이륙한 지 불과 2분 만에 갑자기 무리지어 날아가는 새떼와 맞닥뜨렸다. 이륙 직후 한창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새들이 기체에 충돌하고, 급기야는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가 일어난 것이다.

당시 고도가 너무 낮았던 1549편은 공항에 착륙하는 것도, 회항하거나 근처의 다른 공항에 긴급 착륙하는 것도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 3세는 가장 가까운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일하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사실은 엄청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활주로와는 달리 수상에서는 좌우 균형이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한쪽 날개가 물에 잠겨 기체가 분해될 수 있었다.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즈 1549편(사진: wikipedia)

하지만 기장의 신들린 조종으로 글라이더처럼 조심스럽게 활공한 끝에 수많은 뉴욕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드슨 강에 미끄러지듯 불시착했다. 매우 위험한 시도였지만,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균형을 잡아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착수했다. 그 결과 155명의 탑승객 중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단 5명만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2017년 8월에는 휴양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만의 이스키아 섬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일어나 2명이 숨지고 약 40명이 다쳤다. 갑자기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대피할 틈도 없이 건물과 잔해에 갇히고 말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 7시간 만에 생후 7개월 된 젖먹이 아이가 구조됐고, 그 위의 형인 7살배기와 맏형 11살 소년이 차례로 구조됐다. 이들 3형제는 지진 발생 16시간에 걸쳐 시차를 두고 모두 극적으로 살아났다.

특히 마지막으로 구조된 맏형은 지진을 감지하자마자 동생들을 침대 밑으로 피신시켜 다치는 것을 막았고, 빗자루 손잡이로 잔해를 계속 두드려 구조대에게 위치를 알렸다. 그는 구조대가 왔을 때도 동생들을 먼저 밀어서 내보내는 등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 소식을 접한 이탈리아 전역은 지진으로 인한 시름을 잠시나마 잊고 일제히 환호했다. 이탈리아 대통령과 총리까지 직접 나서 이들에게 축하를 전하고 구조대를 치하하기도 했다.

죽음 대신 얻게 된 트라우마라는 망령

이렇듯 극한의 순간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이지만 이후의 삶이 모두 밝고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도 겪기 어려운 일을 접하고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즉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이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를 지나다 붕괴를 경험한 의경 강 모 씨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도중 갑자기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고, 차량은 끊어진 다리와 함께 한강 물 위로 고꾸라졌다. 마치 아스팔트가 하늘로 치솟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생존자 이 모 씨도 좀처럼 떨쳐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완충작용을 위해 다리가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사고 순간이 떠올라 다리나 육교를 잘 건너지 못한다는 것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현장(사진: 대한민국 소방)

1987년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이륙하다 156명의 사망자를 낸 노스웨스트항공 255기 추락사건에서 당시 4살이던 세실리아 크로커는 유일한 생존자로 기록됐다. 그녀는 당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을 통해 행운의 상징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30년 넘게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며 살아왔다. 자신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악몽 그 자체였다. 부모와 형제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 그리고 몸 곳곳에 남은 크고 작은 상처들은 오랜 기간 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지난 2017년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였다. 참사 이후 5개월 동안 제천시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심리치료를 위한 지원단을 구성했는데, 심리치료 및 상담 건수가 1000건을 넘었다.

트라우마는 심각한 사고나 폭력 등을 경험한 이후에 반복적인 고통을 느끼는 증상이다. 환자들이 처음 사건 발생 장소와 비슷한 곳에만 가더라도 트라우마가 재발해 만성적인 고통을 겪는다. 재난을 겪은 생존자들이 비슷한 공간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세상은 기적적으로 살아난 생존자에게 큰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났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뿐 그 이후의 삶을 배려하는 것엔 소홀하다. 무엇보다도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애초에 그런 ‘영웅’이 탄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출처] [재난과 TMI] #1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세상은 그들을 기적이라 부른다|작성자 희망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