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謝過)에 사족(蛇足)은 필요 없다 .... 글쓴이 / 서바이벌리스트 지비
한국인들은 인사와 칭찬 그리고 사과에 대해 무척 인색하다.
특히 타인에게 사과하기를 아주 꺼려한다.
사과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인격이 침해되거나 실존적 수치로 느끼는 것 같다.
간혹 나는 "지금까지 남에게 사과할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라고 말하거나, '사과를 안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타인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한 행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과를 함으로써 당사자의 기억 속에 묻혀버리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태어난 지 삼일밖에 안 된 어린아이나 성인이 아니라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타인에게 잘못을 저지르게 마련이다.
그것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내가 잘못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피해를 입었다고 느낀다면 잘못된 행위가 될 수 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가 "Si Fallo Sum(나는 잘못을 저지른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듯이, 오류는 인간의 속성이다. 어쩌면 잘못에 대한 용서(赦)는 신의 권능이고 인간은 오직 사과와 이해에 그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타인에게 사과를 함으로써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반성의 뜻을 전한다.
이는 인간존재의 망실이 아니다.
나는 '사과하는 마음'이 '감사하는 마음' '겸손의 마음'보다 더 훌륭한 미덕이라고 믿는다.
사과는 고정된 인간 개념인 '사람임(Man-being)'을 넘어 개선과 발전의 개념인 '사람됨(Man-becomming)'을 향해가는 하나의 중요한 길이다.
사과에 사족은 필요 없다.
"사과는 하지만 실은... ",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잘못했지만 그쪽도 실수를 했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식의 변명과 부연이 따르는 사과는 근본적으로 사과를 부정하는 것이다.
깔끔하게 사과를 한 후, 다음 전개되는 일은 사과를 받아들이는 자의 몫이다.
사과에 구질구질하게 사족을 다는 것은, 차라리 사과를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사과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사람, 그는 폐쇄된 인간이 아니라 개방된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긍정, 확고한 자신감,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 이런 품성을 지닌 자야 말로 진정한 사과를 할 수 있다.
'좋은 글 & 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모든 것은 내책임이며 내 소명 .... (0) | 2018.12.09 |
---|---|
우리 時代의 역설(逆說) - 제프 딕슨 (0) | 2018.12.09 |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 (0) | 2018.12.01 |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공적을 이룰 수 없다 (0) | 2018.11.19 |
바닷가재가 자라는 방법 (0) | 2018.11.13 |